타인은 항상 [ ]를 좋아한다

새로운 회사에서 업무를 따라잡아야 하는 과제와 더불어 수십명의 새로운 사람들을 포용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친해지는 내 특성상 이것 또한 만만치 않게, 어쩌면 업무 관련 보다 더 힘든 것 같다. 항상 “나와 대화하고 있는 이 분은 이것을 좋아할까 싫어할까?” “내가 이렇게 하면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나를 안좋게 보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지고 느려지며 더 불행하게도 왠지 어색한 티가 나고야 만다. 몇 주간의 이러한 답답한 행동과 주눅듦을 주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생각하니 차라리 이러느니 내 맘대로, 나의 Identity를 드러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타인은 항상 [    ]를 좋아한다.” 라고 자기최면을 걸기로 했다. 화장실 빈칸에 가서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나온 결론이다. 건방진 내 모습, 일찍 퇴근하는 내 모습, 인사할 때 어색하게 웃는 내 모습, 어리버리하게 무엇이든지 물어보는 내 모습. 머리 위로 떠올려보니, 뭐 괜찮다. 이해된다. 다 지금 내 모습과 어울리는 것들이고, 꽤나 신입사원 다운 모습이다. 내 자신의 위치에서 나 다울 때 주위의 호의적인 눈길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들은 항상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현명하고, 겉의 모습이 아닌 내 속에 가진 무엇인가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니까, 알아줄꺼다.

다 같다

사람에 따라 뭔가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유심히 관찰하려 했다. 얼굴 표정, 자주 쓰는 단어, 이기적인 정도, 식탐, 습관, 돈 씀씀이 그리고 다른 것 보다 더 중요한 마음. 속에 없는 말도 하고 가끔은 나를 쿡쿡 찌르는 말을 들어도 헤헤 웃으면서 대화하려 했고 무엇인가 주고 또 무엇인가 받았다. 이러한 꽤나 품과 시간이 많이 드는 학습 과정을 통해서 느낀 점은 “사람은 다 같다” 는 것이다. 좋다. 많이 봐줘서 다 비슷하다.

사람은 같지만, 그의 위치가 행동을 결정한다. 그래서 다들 다른 행동을 하고 다들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모두 이기적이지만 부자는 아무것도 안 바꾸기를 원하고 가난한 사람은 모든 것을 다 바꾸기를 원한다. 결국 근본적인 몇 가지 원칙에 의해서 설명되고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은 만만하고 단순한 존재가 사람처럼 보인다. 너와 나의 눈높이가 같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