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 무서운 이유

  네모 반듯한 철제 사각통들의 행렬을 보면 어떤 인간미도 느낄 수가 없다. 드러나는 것은 헤드라이트를 켰나, 브레이크를 밟았나, 어느쪽으로 갈 것이다 등을 알려주는 빛의 디지털 시그널 뿐. 그나마도 일방적인 통보에 불과할 뿐, 나에게 자상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기계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간은 오직 나 뿐이다. 같이 투덜거릴 수 있는 동승자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처음부터 사람이라는 존재를 배제하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욕하고, 시덥지 않으면 클락션을 울리고, 얌체같은 짓을 해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다. “뭐 어때, 나는 완벽하게 보호 받고 있고 도로위의 순간적인 만남일 뿐인데.”

  너무 슬프다. 운전하기 겁이 난다. 내가 같이 밥을 먹고,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웃음을 나누는 사람들이 거대한 기계 속에 앉아서 나를 “번쩍번쩍” 위협한다고 생각하면 믿기 싫을 정도로 어깨가 움츠러든다. 때문에 조그만 인간적인 면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비상등을 감사의 의미로 표시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나는 항상 양보를 하고 다른 사람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뒷 유리창에 붙여둔 개성 넘치는 스티커와 운전 스타일에 어떤 사람이 운전하고 있을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꽉 막힌 도로 위에서도 사람들은 그렇게 차에 동화되어 나에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그들의 표정을 상상하면서.

  얼마전 퇴근길 교대 역에서 믿어지지 않는 사람들의 인파를 만났다. 어깨가 겹치고, 머리가 가리고, 몸이 부대끼고, 발을 밟혔다. 앞 사람을 보면서 한발한발 내딛으며,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행렬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고, 걸음을 내딛는 각자의 개성 넘치는 소리만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문득 교통 정체로 꽉 막힌 도로 위에 차 속에 나혼자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사람들의 얼굴을 읽었다. 일그러진, 불만이 가득한, 화를 내는,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 “이게 자동차 속의 사람들의 모습이구나.”

  운전은 한층 더 무서워졌고, 나는 무표정하게 운전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소통의 부재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언젠가 자동차는 더 사람 냄새나는 탈 것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목소리를 차와 차 사이에 전하고 싶다. 클락션이 아닌 목소리가 왁자지껄한 도로로 만들고 싶다.

다 같다

사람에 따라 뭔가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유심히 관찰하려 했다. 얼굴 표정, 자주 쓰는 단어, 이기적인 정도, 식탐, 습관, 돈 씀씀이 그리고 다른 것 보다 더 중요한 마음. 속에 없는 말도 하고 가끔은 나를 쿡쿡 찌르는 말을 들어도 헤헤 웃으면서 대화하려 했고 무엇인가 주고 또 무엇인가 받았다. 이러한 꽤나 품과 시간이 많이 드는 학습 과정을 통해서 느낀 점은 “사람은 다 같다” 는 것이다. 좋다. 많이 봐줘서 다 비슷하다.

사람은 같지만, 그의 위치가 행동을 결정한다. 그래서 다들 다른 행동을 하고 다들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모두 이기적이지만 부자는 아무것도 안 바꾸기를 원하고 가난한 사람은 모든 것을 다 바꾸기를 원한다. 결국 근본적인 몇 가지 원칙에 의해서 설명되고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은 만만하고 단순한 존재가 사람처럼 보인다. 너와 나의 눈높이가 같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나.

저는 그런 사람 아니라구요!

오해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 아니라구요! 당신의 머리속에 있는 나의 이미지. 그건 머리 끝에서 부터 발끝까지 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다구요. 사실, 전혀 다르다고 말은 했지만, 많이 봐줘서 절반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에 요즘 잠을 못이룬답니다. 저는 그 일을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잘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상상도 못할 만큼,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깜짝 놀라게 잘할만한 일들도 여러가지 있다구요. 예를 들어보라구요? 그건, 기회만 있다면 차츰차츰 알게 될겁니다. 보증하죠. 그리고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저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들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네, 솔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두리뭉실 머리속을 떠도는 연기같은 이미지를 하얀 백지에 흡착(吸着) 시켜버리는 성급함은 서로의 잘못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이해합니다! 서로 다른 길을 평생 살아온 사람이 만나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봐야 절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서로 대화가 필요한 거랍니다. 문자메시지, 전화, 메신져, E-MAIL 따위의 싸구려 인스턴트 음식 같은 녀석이 아닌 정말 소리가 소리로 전달되는 대화라는 거지요. 이런 소통의 중요성은 소크라테스 시절부터 강조해 왔었다니까요. 정말로! 아무튼, 결론적으로 저의 이러한 100%의 소통을 만드려는 노력에 동참해주었으면 해요. 그리고 즐겁게 기대하세요. 아, 왜 동참해야 하냐구요? 꼭 그걸 제 입으로 말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