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체류기 – 에노시마 & 가마쿠라 편 [3]

  사실 가마쿠라를 둘러보는 것은 일본 역사나 불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매우 지루한 일이 될 수 있는데, 비슷비슷한 사찰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또 얼마나 위치상의 균일성이 없는지, 다 한번씩 돌아보는 루트를 계획하기도 힘들뿐더러, 그 거리도 자기 다리만을 믿고 돌아다니다가는 중간에 지쳐서 포기하게 되는 그런 곳이다. 따라서 여행자에게는 두가지 여행 방법이 절대적으로 권장되는데, 첫번째는 철저하게 사전에 지도를 보고 이동 경로와 둘러볼 것을 정하고 이동 수단에 대한 계획을 철저하게 세운 다음에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고. 둘째는, 내가 했던 것처럼, 아무 생각없이 역에서 내린 다음에 앞으로 걸어간 후 갈림길이 나오면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따라가는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것은 구경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마 가마쿠라 역에서 나와 위에서의 2번 원칙에 충실했다면, [2]편의 마지막에 나왔던 빨간색 도리이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면서 길 양옆으로 펼쳐지는 것은 유명한 관광지와 역 사이를 이어주는 수많은 기념품 가게들이다. 전통의 차라던가, 관광객들이 꽤나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물건을 많이 파니까 재정상태 넉넉한 부르주아 관광객이라면 구입을 고려할만 하다. 물론 나의 경우는 눈으로 흝고 사진으로 찍고 지나치다보니 어느 사이엔가 통과해버렸지만 말이다.


한참을 걸어오다가 뒤돌아서 찍은 사진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는데 대부분은 멀리서 온 관광객은 아니고 주변에서 산책 겸 나온 사람들이 많아보였다. 그렇다고 외지인이 적은 것은 아니고, 단지 비율만 적을 뿐이었다. 일본인은 꽤나 산책을 좋아하는 듯 보이는데, 이런저런 경험에서; 이렇게 잘 정비된 길과 공원들이 많아서 도움이 될 듯 하다. 회사에서도 일하는 도중에 시도때도 없이 산보를 다녀온다?!


  돌아다니면서 보는 외국인의 비율은 확실히 일본이 많다. 도쿄 지하철만 타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세계를 돌아다니며 배낭여행을 즐기는 서양인들의 커다란 배낭을 맨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아마, “아시아에 가보자.” 마음 먹으면 자연스럽게 일본으로 향하게 되나보다. 닛코에 갔을 때는 어떤 남미 계통의 부부로 보이는 배낭여행객이 나를 일본인인줄 알고 영어로 말을 걸어온 적이 있었다. 그쪽도 영어가 능숙하지는 못한것 같았는데, “이쪽으로 가는 버스는 여기서 타는데,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나요?” 라는 말을 물어보길래, 길을 쭉 훑어보니까 저 건너편에 버스정류장이 보이길래 손가락으로 “저기요” 하고 가르쳐주니까 (나도 당연히 확신은 없었다. 한국인인걸;)  “아리가또” 하고 가더라.


얼굴만 교묘하게 가려졌다



  위에서 보듯, 이러한 신사나 사찰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념품 판매점, 주로 오미쿠지라는 운세를 뽑아보는 것이나, 소원을 나무판에 적어 걸어놓을 때의 그 나무 자체를 판매하고 있다. 사실, 저런 무녀 옷을 입은 여성은 다 알바생이란다.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어떤 종교를 계승하는 집안의 몇대 째 손녀딸, 뭐 이런게 아닌 것이다.


  닛코하니까 생각났는데, 닛코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방금 그곳에 도착한 듯한 어떤 30대 여성분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버스정류장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손에는 일본 100배 즐기기였나 하는 일본 여행오면 다들 참고한다는 가이드북이 들려있어서, 아하, 한국분이구나 하고 쉽게 눈치챌수 있었는데. 아마 어느 버스를 타야 목적지에 가는지 엄청 헷갈려 하시는 것 같았다. 버스를 타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은 다들 좀 나이가 있으셨고, 그나마 내가 가장 젊었기에 나를 선택한건지 “Excuse me can you speak English?” 라고 물어보시길래, “아뇨, 저 일본사람아니고 한국사람이에요” 라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동안 거의 3주를 일본어만 쓰면서 보냈더니, 한국어로 스위칭이 안되고 일본어 그대로 나와버리는 거다. 그러니 잠깐 당황하신듯, 더 명확한 발음으로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어보시길래, 그때서야 한국말로 대답하고 목적지까지 동행한 적이 있다. 서로간에 꽤나 반가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게 있지만, 뭔지는 모르겠다


 


  뭔가 가장 거대한 사찰의 하나로 보였지만, 역시 공사중으로 가려놓은 건물이 많았고, 비슷비슷한 건축물 일색이었기에 그냥 빠져나왔다. 눈으로 보는 것의 의미를 알지못하면 무의미 한 것이다. 말그대로. 아사쿠사에 갔을때도 입구의 커다란 문이 공사중이어서 전체를 가려놔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는데, 일본이 문화제 보수가 잦은것인지, 운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위에서의 언어간의 스위칭 이야기를 계속해보면, 일본어는 우리나라와 어순이 똑같아서 어느정도 어휘가 많이 익숙해지면 참 우리나라 말과 헷갈리는 언어다. 우리나라 말을 써야할때 자연스럽게 일어가 나오고 일어가 나와야 할때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나와서 곤란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주로 일본어를 중간쯤 배운사람들이 잘 이러는 것 같은데; 경험상.  회사에서도 일본어로 말해야 함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어가 불현듯 튀어나와서 주위사람을 벙찌게 만든적이 몇번 있었지 아마; 하지만 영어와 일본어, 한국어군은 잘 스위칭이 안된다. 일본에서 5주를 보내고 일주일도 안지나서 미국에 갔을때, 식당에서 주문을 확인 할때, 자꾸 Yes 해야할 상황에서 はい가 나오는 바람에 꽤나 애 먹었던 일이 있다. 아마 일본인 인줄 알았을 듯;


다음으로 간 역시 뭔지 모르는 곳



  첫번째 신사를 본 후, 나와서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상당히 헷갈리는 데다가 역시 긴 거리를 걸어야 해서 간신히 도착한 이 시점에서 이미 체력은 바닥났고, 우리는 여기만 보고 어서 집으로 철수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사실 이곳이 오늘 만난 최고의 강적이었다. = ㅂ= 하지만 볼거리는 꽤나 많았는데, 한번 들어가보도록 하자. 아, 입장권을 구입해야 들여보내주더라. 성인 500엔이었던가.


거대한 목조 건물 등장



  후에 나라에서 보게될 동대사에는 못미치지만, 이 당시에는 한국에서는 이만한 크기의 건물을 좀처럼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꽤나 깊은 인상을 받았다. 따라서 사진도 한장 찰칵. 주위의 나무 한그루 한그루도 철저하게 관리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일본인은 세상에서 작은거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사람들인 것이다. 소심한건지 꼼꼼한건지. 아니면 우리가 지나치게 대범하던지? 이어령씨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는 책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당연한 건가보다.


다소 으시시한 불상?



  오랜만에 공개한다는 불상앞에서 몰래 사진을 찍었다. 원래는 촬영금지라고 엄격하게 써붙여 있었지만; 덕분에 흔들렸다. 다소 괴기스러운 불상. 흉칙하게 마른 석가모니? 의 모습에 뒤에는 수십개의 손이 나와있었다. 박물관에 가보니 이러한 불상도 학문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자세한 방법이 있는 듯 보였지만, 사실 잘 모르니 뭐가로 코멘트 할 것은 없다. 일본은 토속적으로 가지고 있던 신앙과 불교가 혼합되어 주종교로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흔히 볼수 있는 신사에서 손뼉 딱딱 치고 묵념하는 것이랑, 집에서 사람이 죽으면 종한번 땡, 치고 묵념하는 것이랑 다들 우리나라에는 없는 그들만의 민속신앙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불교의 경우는 다들 아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전파되어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우리나라가 고려시대 이후에 불교를 억압하고 유교를 장려하여 유교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사상이 된 반면, 일본은 유교의 영향을 받지 않고 불교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론적인 근거가 없는 이야기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본의 더 개방적인 성문화가 이것에 기초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 반라의 불상에서 볼수 있듯이 육체를 드러내는데 꺼리낌이 없는 불교 문화와, 온몸을 꽁꽁 싸매고 머리도 싸매고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유교의 차이에서 오늘날의 성이나 육체를 접하는 우리들의 태도가 일본과 다르게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조금의 영향은 있을 것이다. 아마.


뒷산 등반 도중 찍은 손오공?


 


  이 곳은 비싼 입장료내고 건물들만 살펴보는 곳이 아니다. 뒤쪽으로 들어가보면 산을 올라갈 수 있도록 꾸며 놨는데, 길도 좋고, 마치 모노노케히메에 나오는 이끼 가득한 바위와 햇살 비치는 숲길이 이어져서 지친 몸에도 불구하고 올라가 보기로 했다.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숲길은 하지만 곧 끝나버리고 지겹게도 이어지는 계단 길의 연속이었는데, 올라가다 보니 왠 손오공을 형상화해놓은 조각들이 중간중간에 있어서 손을 흔들고 있다. 마치 힘들게 올라가는 모습을 약올리는 것 같아서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는데, 저 녀석들의 유래가 궁금했다.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야?”


  올라가다보면 팻말에 천국의 하이킹 코스니, 무슨 꿈의 전망대? 니 하면서 지친몸에 그나마 자극을 주는 문구들을 써놓았다. 그리고 그나마 중간에 시원한 식수를 먹을 수 있는 식수대?가 있어서 탈수는 면하고 올라가기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전에도 이야기 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신사 앞에 있는 꼭 우리나라의 약수터 같이 생긴 곳은 손을 씻는 곳이지 물마시는 곳이 아니다. 또 꼭 우리나라의 손씻는 것처럼 생긴 아래서 위로 솟구치면서 물이 나오는 철제 수도꼭지 비슷한 것은 손씻는 것이 아니라 식수로 입을 대고 물 마시는 곳이다. 남이 쓴 바가지로 어떻게 물을 마실수 있냐? 고 말하는 것 처럼 일본 사람들은 공중을 날아가는 물줄기를 입으로 캐치한다.  


전망대에서 한눈에 내려다본 가마쿠라



  다 올라와서 내려다본 풍경에 한눈에 펼쳐지는 가마쿠라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여기만 올라와보면 가마쿠라를 다 봤다고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1000엔쯤 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초만에 올라가서 열리는 문 사이로 펼쳐지는 아래 풍경을 기대하며 창가로 다가가는 것도 물론, 나름의 된장녀틱한 매력이 있지만, 이렇게 땀 뻘뻘 흘리면서 수십분간 등산을 하다시피해서 보게되는 쉽게 얻기 힘든 가마쿠라와 바다의 풍경도 역시 나름대로 아니 오히려 더 매력이 있는 것이다. 아마, 좋은 카메라의 소유자라면 오면서 멋진 사진들도 잔뜩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나무 숲이라던가.. 아무튼 우리는 시간이 없기에, 실은 집에 얼른 가서 씻고 밥을 먹고 쉬고 싶은 욕심에 땀만 좀 식히고 다시 내려가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일본식 정원



  일본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스시라던가 사무라이같은 것도 물론 꼽을 수 있겠지만, 아름다움의 측면에서는 아마 정원이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한다. 오밀조밀하게 배치된 사물로 우주를 표현한다는 그들의 정원 철학을 이번 체류에서는 자세히 볼 기회는 없었지만, 내려오면서 보게된 이 건물의 정원으로 절반 이상은 느껴보지 않았나 싶다. 세계적인 유명세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수의 외국인들이 와서 비디오를 찍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렇게 관리하려면 정말 쉽지 않을텐데, 아마 건물을 대여해주고 받는 돈으로 관리비를 충당하는 것 같다. 건물에 들어가면서 본 통제 구역쪽에는 일부 유명가문들이 가족 모임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이 건물을 빌려서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사진 쪽이 강세라면 서양사람들은 왠지 비디오를 더 선호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는데, 심지어는 오다이바에 들어가는 유리카모메 전철의 젤 앞자리에 타고 있으려니(가장 앞자리는 2좌석이다) 앞에 탄 외국인 아저씨가 전철 바닥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비디오 카메라를 장치해서 오다이바에 들어가는 수십분간 계속 녹화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또 볼까 과연?


서둘러 역으로 향했다



  여름이라 해가 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그래도 피로한 몸때문에 귀가를 서둘렀다. 이왕 꽤나 온 길을 돌아가기는 싫고해서 근처에 있는 북가마쿠라? 역에서 전철을 타고 귀가하기로 정한 후 걸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만만치 않은 거리. 이 철로를 통과하는 열차를 타고 집이 있는 도쿄로 향하게 된다. 이 열차에서 흥미로운 것은 앞쪽과 뒷쪽은 일반 차량이라 흔히 우리가 보는 지하철이랑 다르지 않은데, 중간은 특석으로 2층구조를 가진 지정좌석의 새마을호 비슷한 수준의 깔끔한 서비스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멋도 모르고 탓다가 추가 요금을 내야하는 것 같아서 일반 칸으로 옮겨가려 했지만, 그마저도 굳게 닫힌 문으로 여의치가 않았다. 결국 다음 정류장에서 내린후 후다닥 뛰어서 일반 차량으로 다시 탑승. 모르면 고생이다. 오사카의 여성 전용칸 탑승으로 또 이러한 경험이 한번 있었구나..


자 이제 열차를 기다리자


 


  북가마쿠라 역에 도착에서 표를 구입한 후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면서의 사진이다. 오늘의 힘든 여정을 마무리 하는 사진. 이때부터 집에 도착할때까지는, 그야말로 의자에서 죽은듯이 잠들어서 아무런 기억도 없는 상태. 한해 두해 나이가 먹고 중년의 나이가 되면 절대 해볼 수 없는 이러한 여행이기도 한데, 아쉬움 없이 돌아다녀 보는 추억을 남겨서 2006년의 여름은 꽤나 오래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젊어서는 돈을 빌려서라도 여행을 가자.” 라고 느낀것은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일본 체류기 – 에노시마 & 가마쿠라 편 [2]

  꽤나 힘겨울 수 있는 계단을 다 올라가면 정상에는 섬을 멀리서 봐도 한가운데 우뚝 솟은 것이 보이는 전망대가 위치하고 있다. 올라가 보면 주위 풍경이 멀리까지 다 보인다고는 하나, 올라오면서 본 풍경도 나쁘지 않았고, 게다가 유료였기에 그냥 패스; 관광자의 입장에서는 높은 곳만 올라가면 다 돈을 내라는 상술이 아쉬울 수도 있다. 도쿄타워든, 롯뽄기 모리타워든, 요코하마 랜드마크타워든, 오사카성이든 죄다 돈을 내야했다. 오로지 도쿄도청사만이 무료. 실제로 내가 돈 내고 올라가본 곳은 모리타워, 오사카성. 모리타워는 학생 할인을 받아서 1000엔인데 그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고, 오사카성은 괜히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고 그랬다. 특히 여성 분들에게는 도쿄도청사가 아닌 모리타워에서의 야경을 꼭 관람하기를 권하는데, 이유는 단순히 반짝이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인테리어와 조명, 그리고 창밖의 불빛은 전망대 전체를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만들어 준다. 커플들 우글우글;


별로 들어가는 사람도 없었다



  이제 가파른 계단은 나타나지 않고 평만한 길의 오르내림이 반복될 뿐이다. 시간이 없다면 여기에서 더 내려가지 않고 주위의 신사들 만을 돌다가 다른 길로 해서 내려가는 쪽을 선택해도 될 것이고 이왕 온 김에 더 보고 싶다면 계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보자. 사실 크게 볼 것은 없지만 해외여행에서의 잔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어짜피 무료로 개방되어있는 곳. 더 둘러봐도 될 것 같다. 바다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깊이 들어가봐야 한다. 군데군데 좋은 위치에 벤치들이 있으므로 도시락 싸와서 피크닉을 즐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이제 부터는 자연만이 펼쳐진다


 


  자연을 사랑해서 한국에서도 이곳저곳 돌아다닌 사람에게는 별로 대단치는 않은 풍경이 펼쳐지지만, 한국과는 다른 깔끔하게 정리된 인공의 느낌과 자연 환경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느낌이 있다. 이러한 아기자기한 자연 말고 더 웅장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하코네 쪽이 좋다는 말이 있더라. 비록 가보지는 못했지만, 다녀온 사람들이 꽤나 추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괜찮을 것 같다. 사실, 이 에노시마가마쿠라하코네 관광을 포기하고 온 곳이다. 만약 하코네를 갔다면 이곳은 오지 않았을 것이고, 이곳을 왔으니 하코네는 보지 못한 것이다.


  하코네 관광에는 하코네 프리패스라고 해서 신쥬쿠에서 출발하는 열차 비용까지 커버하는 5000엔? 가량의 티켓을 판매하는데 이 티켓으로 하코네 내부의 케이블카며 유람선이며 탑승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게 사용기간이 2~3일이라서 한사람이 다녀오는데 쓰고 다음날 다른 사람이 다녀오는데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사실. 물론 신쥬쿠에 돌아오는 열차에서 이 티켓을 사용하면 안된단다. 신쥬쿠에서 내릴때 개찰하는 순간 티켓을 먹어버린다나. 암튼 원래는 한장을 구입해서 이 전날 내가 쓰고 이날 식객이 다녀오는 것으로 절약해서 관광을 할 예정이었으나.. 뭐, 일본에 온지 하루밖에 안되는 식객이 혼자 하코네까지 다녀오는게 힘들 것 같기도 하고, 모처럼이니 같이 다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바로 이 곳으로 목적지를 급히 변경한 사연이 있는 것이다. 덕분에 돈은 많이 절약했지만, 하코네의 검은 달걀을 먹어보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 것이다.


연인들을 위한?



  시간이 남는 관계로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는데, 흥미로운 것을 발견. 저 잔뜩 걸린 자물쇠와 종은 무엇이냐 하면, 연인들이 서로의 이름을 쓴 자물쇠를 걸고 종을 치면서 커플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맹세한다고 한다. 용연의 종이라나. 주위가 온통 자물쇠로 빼곡했는데, 수십년은 되어보이는 녹이슬어 툭 치면 으스러질 것 같은 자물쇠도 다수 발견. 과연, 이곳에서 영원을 맹세한 커플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일본 젊은이들의 연애관에 비추어보면 대다수는 이미 깨진 커플들의 잊혀지지 않은 잔재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말이다. 설마, 결별과 동시에 이 곳을 찾아 자물쇠를 풀면서 액떔했다 말하는 사람도 있을라나 -ㅅ-;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는 대부분 바다에 던져버릴 것 같은데 말이다.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영원함을 믿을 것 이니까.


  한달동안 주말마다 여행지를 골라서 아침부터 출발해서 뚜벅이 여행을 하면서 느낀건데, 정말 체력 관리를 해야겠구나..; 오후 4시 이상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다리도 아프고, 날도 덥고, 끈적대는 온 몸 때문에. 따라서 항상 여행에 여유는 있었다. 어짜피 체력의 한계가 시간의 한계보다 먼저 올 것을 아니까,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일찍 알아차렸기 때문에 이날도 마찬가지로 느긋하게 둘러보고 있는 것이다.


섬을 횡단하면 한가로운 바닷가에 도달한다


 


  자물쇠 천국이나 썡뚱맞은 절, 동굴안에 있는 신사등을 구경하고, 또한 한가롭게 일광욕을 하면서 늘어져있는 돼지 고양이들을 따라서 길을 계속 걸어가면 쭉 이어지는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꽤나 많이 내려가는 계단인데, 문제는 이 계단을 섬에서 나오려면 도로 올라와야 한다는 점. 다리가 벌써 자기 멋대로 놀기 시작했다면 그냥 오던길을 천천히 내려가 섬을 나가는게 좋을 것이고 아직 여유있다면, 계단을 내려와서 위 사진처럼 펼쳐지는 태평양을 감상해보자. 섬의 구석이라고 소홀한게 아니라 꽤나 멋진 길을 만들어서 바다를 구경할 수 있게 해놨다. 뭐 나중에 가면 길 끝에 유료관람 동굴이 있어서 왜 이러게 길을 잘 만들어 놨는지에 대한 설명이 되지만, 여기까지는 무료니까 한가롭게 걸어도 될 것이다. 참고로 동굴은 정~말 볼 것이 없다고 한다.


  동굴까지 도달해서 입장료에 쓴웃음을 짓는 순간이 오면 당신은 에노시마를 모두 불러봤다고 할 수 있겠다. 온 길을 고대로 돌아서 섬을 나오면 되겠다. 나는 더 가는 길이 없을까? 해서 바다로 내려가서 바닷가 절벽을 오르내리는 다이나믹 스포츠를 즐겼지만, 길이 없더라; 아무튼 글의 시점도 왔던 길을 그대로 따라 나와 우리가 도착했던 역 옆의 에노시마 역까지 철수해보자.


에노덴의 종점, 에노시마 역이다



  에노덴에노시마덴샤의 약자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이름은 중요한게 아니고 꽤나 유명한 관광자원이라는 점은 알아둬야겠다. 고작해야 몇량 되지도 않는 전차에 기찻길도 복선화 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간혹 기다리고, 주택가나 도로위에 나있는 선로를 아슬아슬 다니며, 한쪽으로 바다를 끼고 달린다. 초고속의 흔들림도 없는 신칸센이 일본의 세계적인 철도 기술로 유명하다면, 에노덴은 그 정 반대의 의미로 유명한 것이다. 마치 수십 년전의 열차를 타는 듯한 느낌이랄까. 소박한 의미에서의 기쁨을 준다. 하나 더 있다면, 만화책 슬램덩크에서 에노덴을 탄 주인공의 모습이 묘사되고 있기도 해서 더 유명한 것이다.


  삐걱삐걱 에노덴을 타고 바다라도 구경하면서 가마쿠라역으로 향했다. 가마쿠라의 유명한 대불을 보려면 가마쿠라역이 아니라 그 전역에서 하차에서 봐야한다지만, 대불이야 뭐 볼꺼 있겠어? 하고 바로 무시하면서 가마쿠라까지 달렸다. 가마쿠라는 워낙 유적도 많고 걸어다니면서 보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렌탈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도 꼴사납고 해서, 가이드에서 정말 유명한 것 몇개만 꼽아서 보기로 했다. 사실 불친절한 가이드책 때문에 그나마 어느게 유명한지 모르고 감으로 찍었달까. 사실 그 마저도 돌아다니는 도중에 힘들어 ㅠ _ ㅠ 하면서 포기했지만 말이다.


이 도리이를 찾자


 


    가마쿠라 역에서 내려 당황스럽게도 그 복잡함에 놀라 이리저리 해매다가, 문득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쪽으로 따라가면 되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쫓아가기 시작. 끼니도 거르고 다니는 여행인지라, 가방에서 꺼내먹은 야마자키 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에노시마에서 걸었던 것 만큼, 아니 그 이상을 걸어야 하므로 단단히 준비하자 -ㅅ- 이때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내가 돌아본 유적지가 어떤 의미가 있고 무엇을 중요하게 봐야하는지 따위는 잊어버린 채 의무감에 돌아다닌 것 같다. 따라서 여행기에도 무슨 고유명사라던가 그런 것을 쓸수는 없고 단지, 사진과 느낌만을 적는 무성의한 여행기가 될 수 밖에 없게 되겠다. 바로 이날의 태양과 이날의 더위 때문에.



[3]편에 계속

일본 체류기 – 에노시마 & 가마쿠라 편 [1]

  오사카 지방 여행기까지 완료하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여행기를 쓰고나서, 다시 도쿄에 있었던 시절로 돌아가 계속하자니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한 체류기. 완전무결하게 완성은 짓고 넘어가고 싶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한여름의 도쿄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에 숙박을 잡은 여행객이 하루를 투자해서 둘러볼 수 있는 도쿄 밖의 관광지는 몇 군데가 있다. 대표적으로 하코네, 닛코. 둘 다 기차를 타고 한참을 가야한다는 공통점 이외에도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각각 독특한 자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닮아있다. 그 외로는 에노시마 & 가마쿠라가 바다와 신사와 사찰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어서 하루 코스로 인기가 높은 편이고, 요코하마는 세련된 도심과 이국적인 모습을 보기위해 모여드는 관광객들이 많은 도시이다. 이들은 각각 하루종일 돌아볼 생각으로 기운차게 출발해도 밤이되면 기진맥진해서 아쉬움과 함께 숙소로 돌아올 정도로 볼거리가 많고 이동시간이 비교적 긴 관광지이므로 이들 모두를 돌아보고 싶으면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도 최소한 일주일이상은 도쿄에서 머물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곳들은 모두 서남, 서, 북쪽의 관광지들이다. 동쪽으로 치바현쪽의 유명한 관광지라고는 디즈니랜드 밖에 모르는데 혹시 가이드에 나와있지 않은 곳까지 찾아내서 일정을 늘리게 된다면 맘 푹놓고 숙소를 일주일 예약해서 도쿄에 머물면서 밤에는 도쿄 시내 관광. 낮에는 근교의 관광지 탐방을 다니도록 하자. “도쿄에 일주일 이상 머무르면서 볼게 있나?” 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한달을 머물렀는데 못 가본데가 많은 이 블로그 주인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본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관광 일정은 도쿄에 일주일정도 위클리맨션을 예약하고 위에서 말한 4군데의 관광지와 오다이바, 황거를 각각 낮 일정으로 넣고 저녁때는 소위 번화가로 불리는 시부야, 신주쿠, 긴자, 하라주쿠, 롯폰기를 돌아보고 아침시간이 날때 우에노 공원 같은데를 돌아보는게 어떨까? 아마 내가 처음 일본에 가는 입장이 되어서 일정을 잡아야 한다면 위처럼 잡겠다. 대충 예산은 100만원 정도 나오겠구나.


  아무튼 여행 가이드북 노릇은 그만하고 본래 주제인 에노시마 & 가마쿠라를 소개해보면 에노시마는 도쿄 서남쪽의 섬으로 요트 등의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더불어 섬의 비교적 빼어난 경치가 유명한 곳이다. 가마쿠라는 대불, 사찰등 주로 역사적인 유물이 많은 곳. 이는 예전에 잠시 수도 였던 탓이다. 서로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한꺼번에 두 관광지를 묶어서 보며 뒤에 나오겠지만 이 두 관광지를 서로 묶는 열차 자체도 꽤나 유명하다.


  처음에 가마쿠라부터 둘러볼지, 에노시마부터 둘러볼지에 따라 기차를 이용하는 코스가 조금 달라진다. 내 경우는 에노시마부터 둘러보기로 정하고 아침 일찍 이타바시혼쵸의 숙소를 나왔다. 미타선을 타고 스가모에서 다시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고 신쥬쿠까지가서 오다큐선으로 갈아타고 한참을 가야한다. 게다가 중간에 사가미오노역에서 카타세에노시마역으로 가는 열차로 한번 더 갈아타야 한다. 꽤나 오래걸리는 기차여행이므로 노선을 꼭 확인해서 이상한 역에 내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또한 일본의 기차는 보통, 쾌속, 특쾌, 통근열차등 같은 구간을 다니는 녀석이라도 정차하는 역이 다른 경우가 많으므로 잘 골라서 타지 않으면 내릴 역을 그냥 통과해버리는 열차 안에서 안타까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ㅅ-


 오다큐선은 신쥬쿠역이 종점이라서 출발하는 열차의 넉넉한 자리에 편히 앉아 갈 수 있었다. 이런식으로 국철인 JR이 매꿔주지 못하는 곳곳의 철도망을 사기업들이 나서서 철도를 건설해 매꾸어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철이 좀 깨끗한 느낌이 있었다. 이 날은 일본 전철 특유의 떠드는 사람 없는 조용한 분위기와 잘 조절된 에어컨, 그리고 창밖의 따뜻한 햇빛까지 일정하게 덜컹거리는 진동조차 몸에 리듬감을 실어주는 기분좋은 아침의 기차 여행이었다.


일본은 잘 정비된 하천이 많은데 산책로로 많이 활용된다


 


  가는 도중의 밖의 구경도 하고 안내 방송에 웃음 짓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 때 처음으로 둘이 다니는 여행이었다. 이 전까지는 모두 혼자서 돌아다니느 여행) 열차는 곧 사가미오노 역에 도착하고 여기서 플랫폼을 바꿔 기다리다가, 어찌보면 왔던 길을 거꾸로 거슬러 가는 듯한 열차를 타고 다시 카타세에노시마역으로 향해갔다. 한여름에 주말, 그리고 화창한 날씨 덕택인지 열차 안은 해양스포츠를 즐기러 가는 남녀들로 가득했고, 모두들 검게 그을린 피부를 마음껏 드러내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보면 심하게 그을린 피부. 뭔지 모를 이유로 울어대는 어린 아기가 열차 유리창에 균열이 갈 정도로 울어대는데 젊은 부모는 히히덕거리면서 자기들 끼리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에 다소 불쾌했지만 다행히 얼마가지않아 첫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국적인 역사


 


  에노시마는 특히 여름에 관광객으로 붐비는데 이유야 말할것도 없이 여름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닷가에는 윈드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가득하고, 수상스키, 스쿠버다이빙 등 각종 바다위, 바다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스포츠는 다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기본적인 해수욕은 기본이고 말이다. 이렇게 이 곳이 발달하게 된 원인에는 지역적인 이유가 가장 큰 데, 이 곳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해안가는 요코하마, 도쿄가 자리잡고 있어서 이 곳 이외에는 모두 항구 도시로 개발된 곳들, 따라서 자연적인 백사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사람이 몰리고 화려해지고 유명세는 또 다른 유명세를 낳아서, 이 곳은 한국사람들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만화 슬램덩크의 무대가 되기도 했고 각종 영화 드라마에서 에노시마의 모습은 흔하게 찾아 볼수도 있다. 사실 또 에노시마는 유명한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역에서 가득한 사람들을 뚫고 나와 일단 편의점에서 식수를 샀다. 바다위에 놓인 다리며, 꽤나 높은 곳까지 솟아있는 에노시마를 한바퀴 돌 생각을 하니 왠만큼 물을 많이 마시지 않고서야 탈진할 것 같았기에 넉넉한 양의 생수 보충. 햇빛이 온세상을 가득 매운 이런 날에는 거리를 걷다가 마주치는 자판기의 유혹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나 일본처럼 자판기 포화상태의 국가에서는 150엔이 150원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 마져 일으켜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사이에 당신의 손에는 에비앙 생수, 혹은 미쓰이 사이다가 들려있기 마련이다. 몇 십엔이라도 아끼려면 미리미리 사놓자. 수통을 채웠으면 고지로 돌격이다.


밤되면 예뻐질 듯. 일본에서 봤던 ‘태양의 노래’라는 드라마에 나왔다.


 


  에노시마는 시마(島)니까 섬이지만,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있어서 두발로 방문할 수 있다. 지도도 없고, 그렇다고 가이드는 더더욱 없는 우리지만 바다위에 장애물 없이 떠 있는 에노시마를 향해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가는길에는 여름 스포츠를 즐기러온 많은 청춘 남녀를 볼 수 있는데, 아예 여름만 되면 여기서 장기 숙박하고 해안가로 출퇴근 하는지 피부는 온통 까맣게 그을려서 인종을 구분할 수 없게 해가지고 다닌다. 남녀를 불문하고 또한 화끈한 여름 패션을 보여주니까..


다리를 건너면 에노시마. 저래뵈도 꽤 높다.


 


  사실, 남태평양이나, 하다못해 오키나와 처럼 깨끗한 물은 아니고, 모래사장도 깔끔한 베이지색의 고운모래가 아니라, 약간 칙칙한 분위기가 나는 바다지만 도쿄 근교에 이런 곳이 없어서 인기인 듯 하다. 냉정하게 보면 꽤나 더러운 우리나라 동해 바닷가 물 보다도 살짝 더 더러운 느낌이 나기는 한다. 다리를 건너다보면 양쪽으로 그런 물에서도 손발이 팅팅 불어가면서 뛰어노는 사람들이 지평선(?) 까지 펼쳐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다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사람들을 여름만 되면 끌어당기는지 그 매력은 수만년간 변하지도 않았다. 옛날 원시인들이 배고픔에 고통 받고있을 때, 낚시라는 새로운 식량공급원을 찾아서 신이나 바다로 뛰어든 것이 유전자에는 새겨져 있지만 막상 오늘날에는 뛰어들고보니 배는 안고팠다는거?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작은 육지가 에노시마.


오늘 찍은 사진 중 젤로 유명한 위치


 


  자, 이제 등산인가? 하면서 워밍업하고 있는데, 옆에서 커다란 핼멧을 쓰고 스쿠터에 탄 소녀가 우당당탕 소리를 내면서 저 도리이를 지나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올라간다. 뒤를 이어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스쿠터 멈추세요!” 하면서 뒤를 쫓는데 사람들이 양옆으로 물러나느라 시간이 걸려 추격이 쉽지않다. “야루네~”하면서 사람들이 뭔일인가 구경하고, 나도 마찬가지. 소녀는 저~ 꼭대기 까지 스쿠터로 올라가 산길 어딘가로 감쪽 같이 사라진다. “드라마 찍나?” 그리고 보니 이 근처에서 찍는 드라마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를 봐도 카메라가 없다. 항공촬영? 에드벌룬 하나 떠 있는데 설마? 뭔진 모르겠지만 실제 상황인 것 같다. 어찌 도망가려고 섬으로 달아나지; 봉쇄하면 잡힌다. 섬의 구석진 곳에 요트라도 대기시켜 놓은건가?! 등산이나 하자.


조금 더 올라가면 신사가 나온다


 


  말은 등산이나 사실 산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경사의 계단을 많이 올라가야하므로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관광객은 친절히 마련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한결 수월하다. (유료) 섬 전체는 중간까지 한바퀴 도는 관광로가 있고 가장 깊숙한 곳 까지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길이다. 바다 암벽까지 내려갈 분들은 가보고 아니면 그냥 위에서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 사실 500엔을 받는 동굴이 끝에 있는데 별로 볼건 없다고 한다. 에노시마 전체는 하나의 무료입장 놀이공원과 같아서 들어가는 건 공짜지만 뭔가 보거나, 타려면 반드시 추가 요금을 받는다. 빈곤한 배낭여행객이라면 두발로 다 돌고 굳이 돈 안써도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볼 수 있다.


신사는 하도 많이 가서 익숙해진 풍경이다


 


  섬 한가운데 신사가 위치해 있다. 관광을 위한 목적으로 다리가 놓이기 전에 건설된 신사인 것인가. 그렇다면 정말로 섬이었을때 배타고 들어와서 섬에다가 신사를 지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꽤나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하는데, 그것은 비단 이 신사 입구 뿐 아니라 섬 전체에 걸쳐서 마찬가지다. 아주아주 간편한 옷차림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돌아다니는데도 이미 처음부터 비오듯하는 땀은 어쩔수가 없었다.


방금 사이렌을 울렸던 경찰차


 


   힘겹게 도리이 하나를 통과하고 보니 아까 아래서 시끄럽게 스쿠터를 추격하던 경찰차가 더 올라가지 못하고 헛바퀴를 돌면서 멈춰서 있었다. 사실 길도 더 없는데 어쩌자고 이런데 까지 올라와서 시끄럽게 하는지, 무리하게 올라가려고 바닥에는 스키드마크, 주위에는 타이어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로 가득했다. 이미 스쿠터에 탄 소녀는 오른쪽 길로 달아나고 난 후 같이 보이는데; 이 이후로는 이 추격자와 도망자를 만나지 못해서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뭔가 심각한 범죄자였을까? 설마 주차위반 같은 걸로 이렇게나 요란하게 쫓아오는 것인가, 일본 경찰은?


다 올라오고 나니 꽤나 멀리까지 보인다



  꽤나 올라와서 신사 앞에 도착했지만, 어디까지나 신사까지지 섬 전체를 둘러보려면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주로 경치 좋은 전망대는 육지쪽을 향해서 설치되어있고, 반대쪽으로는 해안까지 내려가보지 않고서는 잘 보기 어려웠다. 한쪽은 커다란 섬. 반대쪽은 거대한 태평양이다. 따지고 보면 일본도 섬이지만, 생활하고 있다보면 섬이라는 인식은 점점 희미해진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은 비록 우리나라는 섬은 아니지만, 외국에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하는 것 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무의식 속에 국가의 경계는 바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 와서 꽤나 오래 살아도 이질감은 없고 특별히 섬이라는 인식은 안들 것 같다. 유럽처럼 국경이 땅에 선 긋는 식이라면 헷갈릴 수 있겠지만 말이다.  


  회사에서 에노시마에 간다하니 “아, 그럼 가마쿠라까지 묶어서 보는게 좋겠네?”라고 조언해주던데, 가마쿠라에 가봤냐고 물으니 소풍으로 왔다는 말이 많았다. 가깝고 유적지가 많아서 역시 소풍용 장소인가. 우리나라의 서울대공원 보다는 쪼금 더 교훈적인가.


신사의 본당


 


  날도 더운데 그늘도 없는 신사 구경은 서둘러 마치고 양쪽으로 나있는 섬의 일주 코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옆으로 돌아나오다 한국에서 온 사진찍는 일행을 마주쳤다. 일본에서 유명한 관광지를 다니다보면 많은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확연하게 구분되는 외모때문에 쉽게 일본인인지 아닌지 구분 할 수가 있다. 특히 2명 이상이 모여다니는 한국에서 온 여성 관광객 일행을 보면 말하는 소리를 듣지 않고도 알 수 있는데, 과연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떠오르지 않는데 보면 그냥 아는 것이다. 느낌으로.


그늘을 원하지만 없다



  보기에도 따뜻하고 태평하며, 아까의 작은 소란만 없었으면 범죄도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동네이다. 이런 마을은 사람 뿐 아니라 고양이에게도 살기 좋은 듯 보이는데, 길에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굳어진다. 일본은 개보다 고양이를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라인데 도심의 주택가에서도 어디엔가 숨어있는 고양이들이 때때로 나와서 어슬렁 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은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한밤중에 눈에서 레이져를 쏘면서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내가 더 섬뜩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의 고양이들은 그렇게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지도 않고 단지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무심히 지켜보면서 따뜻함만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많은 수의 고양이들이 어슬렁 거리면서 그늘을 점령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


계단은 계속 이어진다



  깔끔하게 정리된 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양 옆으로는 바다 경치를 즐기면서 각종 식사를 할수 있는 찻집과 식당이 늘어서 있다. 주인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와이카가데스까?” 하면서 소심한 호객행위를 하고 있기도 하다. 계단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데 지나갈수록 나중에 다시 이 길을 돌아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스러워지는 것이다. 뭔가 익사이팅한 놀이거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야 이리오지 말고 에노시마 역에서 바다에 뛰어들었어야 옳겠지만, 조용한 관광지의 풍경과(정말 이렇게 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소박하지만 깔끔한 맛이 있는 경치를 구경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정말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단, 지나친 상술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 사람도 또한 오면 불쾌해 질 수도 있다.


  집에서 아침을 때우고 빵을 몇 조각 사서 가방에 넣어왔다. 물론 관광지에서 뭔가 사먹으면서 드는 식비를 아끼려고 한 것. 뒤돌아 생각해보면 관광까지 와서 이렇게 돈을 아껴가면서 생활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에 후회가 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여행하면서 책을 가지고 가는 사람과 같은 경우 아닐까. 여행에 와서는 여행에 오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에 집중을 해야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먹는 것, 보는 것, 말하고 듣는 것. 이런 체험을 위해서 여행을 하고 기쁨이 존재 하는 것인데.. 라고 귀국후에 생각을 고쳐먹고 조금 후회.


[2]편에 계속.  

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6]

 드디어 37일간의 일본 체류를 마치고 한국으로 날아가는 날이 되었다. 대학생 시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기회가 내 인생에 있을까? 단순히 ‘체류’만이 목적이라면 비행기 탈 돈만 있으면 가능한 이야기가 되었지만(영구적 90일 무비자!) 조금이나마 일본인들의 사회에 끼어들어 생활 패턴을 그들과 같이 할 기회는 두번다시 안올지도 모르는 것이고 말이다. 앞으로도 일본 회사에 취업 한다던지 할 계획도 별로 없으니까. 비유하자면 “일본 사람들로 가득한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갓길로 스쿠터를 타고 달리며 차들 구경한 정도” 될까? 그런 의미에서 일본 체류기가 아니라 일본 체험기가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이 체류기도 끝나갈 무렵이 되고 했으니 정리 차원에서 재정적인 면을 살펴보자. 일본 여행 게시판이나 지식인을 둘러봐도 “일본 여행 다녀오는데 얼마나 들까요?”라는 질문이 수위권을 다툴정도로, 빠듯하게 알바 뛰어서 해외 여행가는 집념의 젊은이들에게는 돈 문제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정답은? “쓴만큼 든다.” 지출은 스스로 돈을 내는 것이지 일본이 거대한 호텔이라서 하루밤 자는데 5000엔씩 까는 것도 아니고;



  1. 우선 여행의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배, 호텔|민박, 체류기간)
  2. 정보를 모으고 (비행기 티켓, 민박 숙박비, 하루 사용할 교통비 식비)
  3. 얼마나 유동적인 여행을 가능하게 하느냐에 따라 여유 자금을 준비하는 것.

 나의 경우는 단순 계산으로 하루 식비 1500엔 정도에 교통비로 평일에는 800엔정도 쓰고 주말에는 2일동안 만엔정도 할당했더니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더라. 물론 나중에 예정에 없던 오사카 여행이 있어서 긴급 수혈을 받긴했지만. 여기에 숙박 시설에 따른 요금과 쇼핑을 위한 돈을 준비하면 되겠고, 사실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적응력을 발휘해서 적당하게 살아가는게 또 인간 아니겠나.


 여행 이야기로 돌아가서 마지막 날의 일정은 오사카 시내 관광과 오사카 성 둘러보기. 5시 20분 비행기라서 늦어도 4시 전에는 오사카에서 출발 해야한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 건지, 조금이라도 더 일본을 즐기려는 마음에 피곤도 잊은채 일찍 일어나 집을 챙기고 방을 나왔다. 카운터에 있는 할머니에게 열쇠를 돌려드리니 기계적인 동작으로 500엔을 꺼내 돌려주시면서 잘가라고 말해주셨다. 마치 일본을 떠나는 것에 대한 인사처럼 들렸다.


 빠듯 하기는 해도 오후까지는 시간이 있기에 그 동안의 관광을 위해서는 코인 락커에 집을 맡겨야 했다. 우선 간사이 공항까지 출발하는 열차가 있는 난바역으로 이동했다. 간사이 공항행 열차가 출발하는 개찰구 근처에 있는 적당한 코인 락커를 찾고 한달이 넘는 동안 사용한 흔적이 묻어있는 짐을 가득 채운 캐리어를 빠듯하게 락커 안으로 밀어 넣고 아침에 받은 500엔을 넣고 24시간 동안의 안전을 보장했다. 물론 나는 8시간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코인 락커를 한번도 써본일이 없구나” 하긴 무리도 아니다. 코인 락커를 사용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다. 하지만 동생 뻘인 사우나나 피트니스 클럽에 있는 녀석들이야 늘 써왔으니까 어색함은 없었다.


 아침 식사로 적당한 것을 찾다가, 찾는 시간이 아까운 나머지 눈에 보이는 맥도널드로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맥도널드를 선택하는 것은 늘 이렇다.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고민할 시간이 아까운 경우. 맥도널드는 매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너무 미국식이다. 들어가서 이제는 익숙한 발음으로 빅맥을 주문했는데, 아침 시간이라 빅맥은 안되고 아침 메뉴에서 고르란다. 베이글과 콜라를 받아서 금방 해치웠다. 아침 메뉴라 양이 적구나.


오늘의 일정은 이 난바역에서 시작한다


 


  이제 식객과 헤어져 혼자 행동하기로 한다.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헤어지는게 나을 것이다. 나는 일단 오사카 성으로 가서 둘러보고 다시 난바역으로 돌아와 약간의 쇼핑을 한 후 간사이 공항으로 향하기로 정했다. 가이드북에는 오사카 성까지 가는 길이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서 (도쿄 가이드만 가지고 왔다) 난바역에 있는 관광안내소 앞의 PC를 이용해서 찾아냈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안내원은 보이지 않았다. 자 이제 난바역에서 표를 사고 뭔지 모를 JR철도를 타고 가기 시작했다. 야마노테센과 비슷한 순환선. 야마노테센서울 메트로의 2호선이 같은 순환선이면서 노선도에 녹색으로 표시되는 것은 우연인가 모방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우리나라 1호선의 풍경과 너무 닮았다


 


 아침부터 그야말로 최고의 더위. 돈은 생각치 않고 사람이 쾌적하게 느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에어컨을 펑펑 틀어대고 있지만 태양의 관할 구역안에서는 어쩔수가 없다. 열차안에서 시원함을 느끼다가 개방되어있는 역 플랫폼으로 나오니 정말 빨리 둘러보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역시 아침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다. 월요일 아침에 오사카 성으로 놀러오는 일본인은 상상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런 날씨라면 공원의 의미도 없을 정도.


역에서 나오니 이런 풍경이



 오사카 성은 거대한 공원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데 공연 주위로는 고층 건물들이 많아서 마치 황거에 갔을때 긴자도쿄 역쪽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다른 곳까지 여유있게 둘러볼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고 그늘을 찾아 태양을 피해 은밀히 오사카 성까지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는 것이 목적. 벌써부터 땀에 젖은 티셔츠가 눌러붙기 시작했다. 이런 차림으로 비행기를 타야하는 것이다. 3일동안은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왠지 배낭 여행객 처럼 보이기가 싫었다. “나는 일하러 왔다구”


해자도 도쿄 황거보다 넓은 느낌이 든다



 몸은 그늘을 쫓고 눈은 가운데 우뚝하게 솓은 오사카 성을 쫓으며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땀이 많이 날 것 같으면 페이스를 낮추고 또 약간 시원해지면 또 바삐 걷고. 일본의 성들은 대부분 파괴된 것을 다시 복원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오사카 성의 경우도 완파 되었던 것을 완전히 새로 지은 것인데 예전의 자취라고는 주춧돌 몇 개나 남아있을까? 완벽하게 예전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성이 히매지성 뿐이라는데 못가본 것이 아쉽다. 일본의 성을 가보려면 오사카 성은 가지 말고 히매지 성을 가는 것이 좋겠다. 왠지 TV에서 엄청나게 홍보하던 영화 “일본침몰”에서 오사카 성 위로 화산 폭발물들이 날아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열심히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공원에서 제일 유명한 것이 이 오사카 성이지만 정 중앙에 있기 때문에 어느 쪽 입구로 들어와도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목마름에 생수를 사서 손에 들고 또 열심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늘도 없고 땀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될 무렵. 오사카 성 아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엘레베이터 같은게 있을리 없기 때문에, 올라가 보려면 힘들 것 같아서 밖에 있는 벤치에서 땀을 식히면서 쉬기로 했다. 앉아 있으려니 우리나라 아람단 아이들 100여명이 저~ 아래서 우르르 올라오더니 매표소 앞에서 대기하고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얘들은 지치지도 않나? 이날씨에.” 땀을 식히고 이제 올라가보자. 입장료가 얼마였더라 500엔은 넘었던 것 같은데.


 위에서 말했듯 오사카 성에서 옛 모습의 자취같은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외형만 복원했지 내부는 최신식의 콘크리트 건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위한 전기등이 상영되고 있으며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역사적인 가치가 높은 유물은 다 박물관에 가있고 크게 볼만한 것도 없는 것이 사실. 둘러보고는 조금 실망했다. 올라가는 계단, 내려오는 계단이 따로 있어서 혼란을 막도록 하고 있었고, 일단 걸어서 끝까지 올라간 후에 내려오면서 각 층에 전시되어있는 유물을 관람하도록 되어있었다. 올라가는 계단을 찾아서 올라가는데 우르르 뛰어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아람단 학생들. “얘들아. 여기는 올라가는 계단이라니까;” 뒤이어서 따라 내려오는 강남 xx 초등학교 학부모님들; 검은색 정장차림의 안내원들도 말이 안통하니까 주의를 줄 생각도 안하고 그냥 지켜만 보고 서있었다.


 다 올라갔다. 아 시원해. 아람단 일행 여행 가이드가 여기있었구나; 높은 곳에 올라오니까 놀랄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고 있어서 걸어오면서 흘린 땀은 다 날려버릴 수 있었다.


오사카 시내가 멀리까지 보인다


 


 꼭대기의 관람층은 동서남북 4방향으로 둘러보게 되어있어서 어느 방향이든 오사카 전체(까지는 아니고)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정도 높이라고 하면 아주 높은 고층 빌딩 수준도 안되지만, 주위가 공원으로 방해 받을 만한 건물이 없는 관계로 꽤나 멀리까지 내다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5분 정도 둘러보니 주위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금방 질려버렸지만 저 아래의 더위를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몸의 열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릴때까지 일부러 좀 시간을 끌면서 기다렸다… 됐다! 이제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면서 전시물을 관람하는 것이다.


 오사카 성은 우리에게도 유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서 건축되었는데 그가 강력한 중앙집권의 권력을 구축한 후 하나의 상징처럼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생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해놓은 전시물도 있어서 쭉 둘러보니 시간을 잘 가더라. 음성은 일본어지만 옆에 한글로 설명이 되어있어서 참고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임진왜란 부분에 있어서는 옆의 한글 설명과 일본어 음성 설명의 어휘 선택이 미묘하게 달라서 좀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뭐, 비난이야 할 수 있겠지만 강제성은 없는거니까. 위인으로 숭상하는 것 까지는 않고 존경할 만한 부분이 있는 사람 정도의 느낌. 천황이라는 존재가 예나 지금이나 이어져서 내려오는 만큼 모든 존경과 영광은 그에게 최우선적으로 돌려져야 하는 것이 일본 역사의 딜레마가 아닐까. 아무리 훌륭한 위인도 천황의 아래 있는 것이니까. 또 엄연히 지금도 천황이 존재하고 말이다.


자, 이제 저 길을 지나 다시 돌아가야 한다



 한층한층 꽤나 시간을 들여서 구경하고 난 후. 1층으로 내려와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좀 쉬다가. 다시 12시의 뜨거운 더위로 나갔다. 햇빛도 맹렬하게 우주공간을 뚫고 나에게 돌진하지만, 나도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역을 향해 돌진했다. “이제 땀따위는 어찌되든 상관없어.” 올때의 역이랑은 다른 역을 거쳐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봐야 하나 전의 역이긴 했지만. 일본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수건을 하나씩 가지고 다니면서 땀을 닦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남녀노소 상관없이 일반적인 손수건이 아니라 푹신한 흡수가 잘 될 것 같은 그런 것을 들고 다닌다. 그러면서 수시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거나 하는데, 만약 목에 걸고 다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타쿠로 알겠지?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 줄이 왔다갔다 한다



 다시 난바로 돌아왔다. 이제 부탁 받은 책과 내가 살 책, 그리고 몇 가지 문구용품, 돈이 남으면 음반 몇 개를 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막막하게도 뭐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난바 정도라면 번화가이므로 왠만큼 돌아다니면 다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착각. 문구점에는 내가 원하는 상품이 없었고(설마 도쿄 한정!?) 서점에도 내가 원하는 책이 없었다. 사실 가장 큰 에러는 빅카메라에 들러서 잠깐 둘러보자고 했던 것이 헤드폰 코너를 발견 했는데 수십만원짜리 헤드폰을 샘플로 다 들어볼 수 있는게 아닌가! 하나하나 다 들어보느라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게다가 최신식의 Synthesizer까지 발견해서; 소리를 들어보느라 쇼핑할 시간을 거의 내지 못했다.


 어느 사이에 시계를 보니 3시가 가까운 시간. “무슨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공항에 일찍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일단 간사이 공항으로 출발. 1000엔이나 하는 티켓을 사고 플랫폼으로 내려가니 왠지 타고 싶게 생긴 열차가 대기 중이었다. 특급열차 하루카. 간사이 공항까지 논스톱으로 달리는 대신에 더 비싸다; 괜히 싼 티켓 샀다가 저거 타서 돈 더내지 말고 그냥 완행을 기다리자;


하루카!



 이윽고 도착한 열차에 몸을 싣고, “자! 이제 정말 일본을 떠나는구나” 왠지 아쉬워서 쓸데없는 주위의 풍경을 잔뜩 찍었다. 심지어 열차 안내방송까지 녹음해왔다; 디지털 카메라의 메모리가 비어있는 만큼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간사이 국제공항은 바다위를 매립해서 만든 공항인데, 쓸데없이 크다고 한다; 지금도 계속 확장 공사 중인데 인천 국제 공항등등 동북아시아의 허브 공항 위치를 놓고 경쟁하고 있어서 실제 수용하는 규모보다 훨씬 크게 공항을 짓는데나. 그래서 돈 낭비라는 말도 있고 그렇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천공항도 실제 이용률이 규모에 비해서 턱없이 낮다는 말이 있던데 얘네도 마찬가지구나.


바다 위를 달려서 공항에 도착한다



 오히려 규모에 비해서 엄청나게 붐비는 LAX(LA 국제공항)같은 곳이 있는 반면에 돈을 쏟아부어서 으리으리하게 만들어도 이용해주지 않는 곳도 있고. 중요한 것은 공항이 아니라, 나라 자체가 주는 매력이다. 아무튼 공항에 도착.


지은지 얼마 안된 오오라가 풍긴다



 이제 티켓을 발권해야 한다. 한국에서 올때 오는 날짜 확정을 안했기 때문에 일본 체류기간 동안 오는 날짜를 예약할 필요가 있었다. 회사에서 시간이 남는 동안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간사이-인천행 비행기를 확인하고 예약을 했었다. 우선 시간표를 확인하고 보니 5시 20분 비행기가 그나마 적당해 보여서 일본 대한항공에 전화를 걸었다. 쌩뚱맞게 자동응답기 대답이 처음부터 한글로 튀어나와 놀랐다. 아무튼 비행기 예약 번호를 누르고 상담원 연결을 기다렸다.


“안녕하십니까? 대한항공의  …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일본인이 한국어로 전화를 받았다. 약간 어색한 발음이었지만, 이러면 이야기가 편하다. 상황 설명을 하고 비행기 예약을 했으면 한다. 예약번호를 불러주었다.


“알겠습니다. 처리되셨습니다.”


 일본어로 설명해야 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서 복잡한 한자어 몇개를 미리 알고 전화했는데 한국어로 다 되니 편하지만.. 그렇다면 사실 일본인은 국내에서 거의 대한항공을 이용 안한다는 거구나. -ㅅ- 이제 그렇게 예약한 티켓을 발권해야 한다. 대한항공 카운터를 찾아갔다.


“안녕하십니까???”


 윽, 이분은 안되겠다. 알아듣기 힘든 한국어로 하느니 그냥 일본어가 낫다. 예약한 티켓을 발권하러 왔다고 일본어로 하니까 그 분도 얼른 일본어로 바꾼다. “원래 도쿄에서 돌아가는 것으로 비용을 지불했는데, 간사이 공항이라 티켓 값이 더 싸다. 차액을 돌려주겠는데 어떻게 받겠느냐?” 묻길래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느냐?” 했더니 현금은 안되고 “차후 대한항공을 이용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해당 금액의 쿠폰을 주겠다.” 고 하길래 OK. 해당 금액의 쿠폰을 받고 발권을 하고 탑승 게이트로 향했다.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몇가지 할 일이 있었다. 일본에서 쓰다 남은 엔화를 USD로 환전할 것. 그리고 면세점에서 남은 동전까지 긁어 모아서 몽땅 쓸 것.


 환전소는 꽤나 여러군데의 은행에서 나와있었지만 대충 비슷할 것 같고 고액도 아니어서 그냥 아무데나 갔다. 환전소 앞에서는 미스 유니버스 출전자들이 매는 나라 이름이 세겨진 어깨 띠 같은 것을 한 아저씨가 안내 가이드로 활약하고 있었다. 탑승 항공편을 적고 무슨 돈에서 무슨 돈으로 환전할 지 적고 액수를 적는다. 남은 돈이 1만엔 정도 되는구나. 미스 유니버스 아저씨가 옆에서 과잉 친절로 이것 저것 참견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사양하겠어요. 실제 카운터에 가서 신청서와 엔화를 들이 미니까. 접수 직원이 의아하다는 말로 뭐라고 되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못들어서 “에?” 이러고 있으니 “Can you speak English?” “아뇨 일본어로 괜찮아요.” 했더니,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인데 왜 USD로 환전하느냐는 것이었다. “한국으로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가요.” 라고 설명하니까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이 환전해준다.


 면세점에 들렀다. 남은 엔화는 500엔. 도대체 이걸로 면세점에서 무엇을 살수 있을까? 의아해하면서 또 별로 기대는 안하면서 둘러보고 있으니까 딱 눈에 띄었다. 와라비?라고 적힌 교토의 전통 먹거리라나. 결국 물건이 목적이 아니라 돈을 쓰기 위해 산 것이라 한국에 돌아와 냉장고에 오래동안 묵혔다가 버리고 말았다. 약간 먹어봤는데 양갱 비슷한 맛이 나는 것이 맛도 이상하고;


 이제 탑승시간이 슬슬 다가와서 게이트로 향했다. 모노레일 열차 비슷한 것을 타고 게이트까지 이동해서 티켓에 적힌 곳으로 이동. 비행기가 준비중이다.


갈때는 보잉747. 올때는 뭐였지?


 


 대한항공은 일본 공항에서 JAL이 정비해주고, 아시아나ANA가 정비해준다고 들었다. 일본 국적기가 우리나라에 왔을때는 그 반대고 말이다. 따라서 JAL직원들이 대한항공 비행기를 정비해주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회사 생활, 여행지를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이래저래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윽고 탑승 시간이 되었고 나는 이번에도 가장 마지막으로 입장했다. “안녕 일본”


태양은 태양이지 한국의 태양, 일본의 태양은 아닐 것이다



 


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5]

 일본 역사 쪽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실은 일천하기 그지 없는데, 그렇다고 사실 다른 나라 역사는 특히 잘 아는 것도 없고.. 한국 역사나 그나마 박물관 견학이 많았던 탓에 왠만큼 알고 있다고 할까. 그래봐야 한국 역사도 요즘 사극 많이 보는 드라마 매니아 들에 비할 것도 안되고, 아무튼 역사 쪽으로는 별로 지식이 없다. 우리나라든 일본이든. 일본 역사에 대해서 그나마 알고 있는 것은 아마테라스라는 건국의 신 이름이 일본적이지 않다는 것이랑 진주만 폭격 이후의 역사. 그 중간 수천년의 부분이 뭉텅 잘려나가고 없는데, 말 그대로 일본이라는 역사 책의 앞표지 뒷표지만 기억나는 수준인 것이다.

 이런 별로 인문학적이지 않은 사람은 여행을 할 때, 아무것도 모르고 봐도 누구나 “아~” 하는 것들만 찾아 보는게 유익한 여행 되겠다. 괜히 보기에는 별것도 아닌데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아니 그런 역사적인 사실이~” 하는 것들은, 혼자 힘들게 돌아다니면서 봐야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와서 나중에 배경 지식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을 때 “아~, 나도 거기 가 봤어” 하는 약간의 자랑 섞인 위안 (하지만 사실 상 별로 본인에게 의미없는) 정도가 될 뿐.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역사 공부에 게으르기 때문에 역시 유명한 장소는 뭔가 비주얼적인 감동을 항상 동반하기 마련이다. 즉, 결론은 암것도 모르고 가는 사람은 유명한 것만 보고 오자는 이야기.

 나라에서도 역사적인 유적들이 뭔가 많았는데, 그 중에 뭘 볼지 선정하는 것은 나에게는 무리인 이야기. 따라서 역시 위의 원칙에 충실하여 보고 올 것 2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도다이지(東大寺), 그리고 두번째는 나라 국립 박물관. 도다이지(東大寺)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유적처럼 보였고, 나라 국립 박물관은 일본의 3대 국립 박물관 중의 하나는 보고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다소의 의무감에서 선택하게 되었다. (참고로 도쿄, 교토, 나라. 이 세 곳의 국립 박물관을 3대로 꼽더라. 사실 교토에 갔을 때도 국립 박물관에 갔었는데 상식적이지 않은 요금에 좌절해서 그냥 패스했던 기억이 있다. 나라는 비교적 저럼했다.)

 이제 배경 설명을 끝내고 다시 사슴 사이를 요리조리 통과해 길을 올라가는 우리로 시점을 돌려보자.

 나라역에서 도다이지(東大寺)까지는 20분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로 중간에 잘 정리된 잔디밭과 그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슴들을 구경하며 올라갈 수 있다. 중간중간의 노점상에서는 일본의 전통과자 센베-를 팔고 있는데 사실 사서 먹으면서 가는 사람은 찾을 수 없고 거의 사슴 먹이 용으로 구입하면 알아서 사슴들이 달라붙는다. 그 외에도 교토에서 봤던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도 볼 수 있는데 젊은 사람들은 왔다갔다 해도 호객 행위를 안하고 나이든 노부부 관광객이 걸어 올라올 경우 끈질기게 달라 붙어서 타고 가라고 종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신기한게 인력거꾼 중에 여성도 볼 수 있었는데, 남성이 끄는 인력거도 사실 미안해서 타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여성의 경우는 “과연 마음 편하게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뭐, 열심히 뭐든 하려는 사람에 성별을 따져서 미안하지만.

사천왕상이 있는 입구

 도다이지(東大寺)는 세계 최대의 목조 건축물이다. 747년 경부터 짓기 시작해 749년 완성되었다고 하니 오래되기도 엄청 오래된 목조 건축물 되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 부석사 무량수전으로 알고 있는데, 이게 13세기 건축물이니, 도다이지(東大寺)가 500년은 앞서서 지은 목조 건축물이다. 그 시대에 2년동안 저렇게나 엄청난 크기의 목조 건축을 완성 시킬 기술과 인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사실 우리나라 국사 교과서는 의도적으로 일본을 축소해서 서술하고 있는데, 그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이해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회사에서 일할때 나와 또래인 야바시상 다카하시상과 일본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약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사실 서로 기분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서 그냥 살짝 견해 차이만 확인하는 차원에서 멈췄지만. 그들도 독도 문제 (그들이 다케시마라고 부르는)를 알고 있었으며 과거 한국일본의 식민지 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36년간 지배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줬을때 그렇게나 자세히 가르치는 구나 하고 놀라워했으며 일본의 젊은이 대부분은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관심히 전혀(!) 없으며 가끔 뉴스에 잇슈화 되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이라고 했다. 또 독도나 기타 등등 서로의 역사 교과서가 전혀 다르게 쓰여졌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뭐, 역사가 나라마다 서로 다르게 쓰여지고 가르쳐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승자의 역사만이 기록된다는 유명한 말이 있지 않던가. 그냥, 서로 교류가 많아지면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게되고 그러면 과거를 뛰어넘어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거라는 소리를 하면서 어색한 웃음으로 이야기를 마쳤지만, 언제 시간이 되면 이러한 주제로 길게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도다이지(東大寺)는 찾아오는 관광객이 워낙 많아서 엄청난 입장 수입을 올릴듯 한데, 그 입장료를 쓸데없는데 낭비 안하고 보수와 길거리 정비에 충실히 쓰고 있는 모습이다. 사슴 배설물들만 제외하면 정말정말 깨끗하게 관리되는 잔디밭과 나무들에 다소 감탄. 사천왕상이 있는 입구의 문을 지나서 조금 더 가면 입장료를 받고 입장료를 내야 유명한 본당을 구경할 수 있다. 본당을 안볼 수는 없으니 일단 표를 구입하고 들어가보자.

사람 크기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거대한 건축물인지 알 수 있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한국과 문화적으로 비슷한 나라를 꼽으라면 북한빼고 일본인데, 다른 것도 그 원인이겠지만, 비슷한 걸 보고 비슷한 걸 듣고 자라서가 아닐까? 문화 유적도 금동석가여래좌상인가 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똑같이 국보인 녀석도 있고, 서울역과 도쿄역은 똑같이 생겼었고, 자라면서 보는 TV프로그램도 똑같은 데다가 국사 교과서 뺴고 교육과정도 똑같고. 그러니 비슷한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것을 만들 수 밖에 없나보다. 오늘날 뿐 아니라 옛날에도. 위의 건축물도 지붕에 솓아있는 금색 뿔 한쌍과 정면의 종 형태를 한 구조물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다. 전문가들이야 “무슨 형식 무슨 형식이 다르며 완전히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전해준 양식이 변형되어 어쩌구 저쩌구” 라고 하겠지만 어쩌겠나 내가 보기에 똑같은데.

 사진을 찍어대는 엄청난 인파를 지나 본당에 가까이 가보자. 가까이 가면 갈 수록 훨씬 더 커보이는 모습에 압도되는데, 그 중 최고를 꼽으라면 바로 불상의 어마어마한 크기 되겠다. 높이 17M로 역시 좌불로는 세계 최고의 크기라는데 가마쿠라에 있는 대불이랑은 어느게 더 큰건지 모르겠다.

기준이 없어서 크기가 짐작이 안가지만.. 아무튼 크다

 본당안에는 이 불상 말고도 주위를 빙 둘러서 역시 거대한 불상들이 있고, 지나가면 병이 낫는다는 가운데 구멍이 뚫린 기둥도 있고,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는 거의 경사 80도의 까마득한 계단도 있다. (물론 일반인은 이용못한다) 그리고 꽤나 괜찮은 물건들을 팔고 있는 커다란 기념품 판매점도 있는데, 마음에 드는 물건이 많은데다가 가격도 살만했으므로 돈만 좀 더 있었어도 확 질렀으나 꾹꾹 눌러 참고 나왔다. 아마, 일본 여행하는 동안 가장 마음에 드는 기념품이 많은 곳이었으므로 필요하다면 여기서 장만하는 것을 추천한다. 약간 더 고가의 기념품을 구입하고 싶다면 나라 국립 박물관의 지하에 있는 기념품 판매 코너를 이용하면 정말정말로 고급스러운 제품이 많다. (물론 고급은 가격이 쎄다)

 커다랗기는 했으나 갯수는 몇개 없었던 도다이지(東大寺)를 나와서 우리가 향한 곳은 바로 나라 국립 박물관. 사실 도다이지(東大寺)나, 근처의 절들에서 나온 대부분의 유물들은 중심에 위치한 이 나라 국립 박물관에 소장되어있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어느 도시를 여행한다 하면 가장 먼저 그 도시의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특히 역사적인 유적지가 대부분인 나라, 교토의 경우 더욱 더 그러므로 이 곳을 여행한다면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내서 박물관을 한번 흝고 본격적인 관광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

나라 국립 박물관, 우리나라는 유적의 빈곤 국가라는 것을 여길 보면 느낀다

 

 나라 국립 박물관을 보고 꽤나 크게 감동 받아서 한국에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국립 중앙 박물관을 찾아가서 전시 물품등을 비교해보았다. 비교 될 유물이 몇개 없다는 것은 누구 탓을 해야 할까; 힘이 약해서 우리나라 유적도 모두 외국에 뻇겨버리거나 파괴된 우리나라를 욕해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뻇아가버린 일본이나 프랑스를 욕해야 하는 것인지. 나라 박물관에는 우리나라 통일 신라 유적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지만,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중국의 유물들, 중국에서 자발적으로 기증 했을리는 없고 중국 침략시에 모두 약탈해 온 것 같은데 그 양이 정말 어마어마해서 비슷비슷한, 어디가 다른지 모를 유물이 수도 없이 전시되어 있었다. 외부의 침략이 없어서 인지 아니면 체계적으로 관리된 것이 오래되서 그런지 정말 보존 상태가 좋은 것들도 많았고, 아무튼 문화적으로도 쉽게 무시될 나라는 아니라는 생각. (언제까지 “다 우리나라에서 전해준거야”라는 말로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고 있을 것인가?)

 일본의 모든 국보, 보물을 컴퓨터로 모두 조회하고 초고해상도 사진으로 살펴볼 수 있으며 게다가 한글로 설명을 볼 수 있다니 믿어지는가?

 나라 국립 박물관에서 꽤나 오랜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서둘러 다시 전철을 타고 오사카로 돌아가야 했다. 어제의 불꽃놀이 구경으로 오사카 시내 구경 계획에 차질이 생겨 실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오늘 저녁이 전부 였으므로 역시 꽤나 바쁘게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는 과정은 크게 생략, 게다가 중간에 덴덴타운에서 해멘 이야기도 모두 생략. 목적지였던 도톰보리로 순간 워프하듯이 움직여서~

짠, 도톰보리가 나왔다

 

 오사카의 유흥의 중심지(?) 도톰보리다. 사실.. 주워들은 이야기이므로, 주워 들었다는 것도 믿기 힘든 여행가이드 책자의 설명이므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서 본 결과 꽤나 놀기 좋은 동네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패션에 관심있다면 그런 사람들은 위한 홍대 분위기도 좀 나고, 먹거리를 좋아한다면 유명한 식당들도 많고, 사람 구경하기 좋게 인파로 넘쳐나고, 괜히 흘러나오는 음악에 리듬을 맞추며 걷게되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유명한 게 모형도 있고 말이다. 이게 진짠가? 하도 게 모양이 많아서..

 비교적 널리 알려진 도쿄의 번화가들 이름보다는 확실히 오사카 쪽은 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도톰보리라고 들어도 “그게 뭐야?”라는 반응도 많이 나올테고. 또 그만큼 다양한 특색있는 거리가 아니라 모든 것이 혼합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 나의 사전 조사가 부족해서던지 실제 그렇던지 간에 오사카에서는 거리 이름과 이미지가 확 떠오르는 곳이 별로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말하면 성질 급하고 다혈질인 오사카 사람들이 화낼래나. 아무튼 처음 일본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도쿄로 가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일본에 좀 맞을래나.

가이드북에 나와있기 때문에 모두들 가본다는 킨류-라멘

고등학교 야구부 애들이 땀에 젖은 운동복 차림으로 단체로 와서 무한 리필 밥을 적극 애용하는 분위기

 많은 사람들이, 나 역시도 그랬고,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에 얻기 위해서 해외 여행에는 가이드 북을 참고를 하지만, 구별해서 받아들이는 눈을 가져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일반적으로 교통, 요금, 숙박등의 비교적 고정적인, 사람에 따라 차이가 없는 정보는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어느 가게가 맛있다, 라던가 주관적인 인상 같은 것까지 가이드북의 안내에 따른다면 실망이 클 것. 일본 체류 내내 가이드북의 음식점 정보를 보고 찾아간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하나같이 실망. 시부야의 100엔 스시가 그랬고, 위 사진의 킨류- 라면도 영;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다는 것은 맛집을 찾는 거지 싸고 양 많이 주는 곳을 찾는게 아닌데 말이다. 직접 일본인의 추천을 받는 경우가 가장 좋겠지만, 아닐 경우라면 역시 다년간의 일본 체류 경험이 있는 분의 조언을 듣고 찾아다니는 것이 낚이지 않는 방법 되겠다~

돈키호테. 저렴한 생필품을 팔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온 다이소를 비롯해서 일본에는 저렴한 생필품을 모아놓고 파는 돈키호테 같은 것이 인기인가보다.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의 슈퍼마켓 같은 것도 있지만,  약국에서 생필품들을 많이 팔고 있는데, 이름만 드러그 스토어(Drug Store)이지 실제로는 온갖 잡동사니를 다 팔고 있는 가게가 많다. 이타바시구로 이사온 첫 날 주위를 돌면서 생필품을 살만한 가게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발견한 것은 약국 뿐, 하지만 들어가보니 꽤나 놀라운 것들을 많이 팔고 있어서 간단한 것들은 이용해주었다. 주말에 밖을 돌아다니다가 들어올 때면 늘 스가모역에 붙어있는 Summit 인거 같은데 일어식으로 읽는 것 같은 슈퍼마켓에서 생필품을 대량 구입.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일상이었다. 참고로 소개하는 직원의 돌발 질문 몇개 소개.

  1. 봉투 필요하세요? : 의문문에 “후쿠로”라는 말이 들어가면 봉투 물어보는 말이니까 답해주자.
  2.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 : “포인토- 카도-“라는 말이 들어가면 적립할꺼냐고 물어보니까 답해주자.
  3. 따로 담아드릴까요? : “베쯔니 시떼~”라는 말이 들어가면 따로 담을꺼냐고 물어보는거니까 답해주자. 계란을 샀더니 꼭 따로 담아주더라.
  4. 스푼 필요하세요? : “스푼~”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스푼 필요하냐고 물어보는거니까 답해주자. 와 같이 생긴 아이스크림 샀더니 물어보더라.
  5. 데워드릴까요? : 이건 뭐라고 물어보는지 들을수가 없었지만,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면 “항상 데워드릴까요?” 물어본다.

한신이 우승하면 여기 뛰어든다.

 회사에서 오사카까지 여행할꺼라고 그러니까 오사카에 대해서 뭔가 아는 것 있냐고 물어보길래, “한신이 우승하면 강에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 정도?” 라고 답하니까 어떻게 한국 사람이 그런 것까지 아냐고 특유의 일본 사람 호들갑을 떨면서 막 놀라워 하더라. 나도 해외 토픽 정도는 보는데 말이다. 일본 사람들 야구에 매우 매우 열광하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 나조차 가물가물한데 주니치선동열이 활약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내가 일본에 있을때가 이승엽이 맨날 홈런 때리던 시기라서 그게 화제가 되기도 했었고 말이다. 미타선을 타고 오오테마치역을 지나다 보면 쿄진팀 선수들이 하나하나 광고판에 부착되어있고 “Giant Pride” 던가 문구가 세겨져 있었는데, 출퇴근시간에 이승엽 선수 모습을 보니까 얼마나 반갑던지. 그러고 보면 나도 이승엽 경기 꽤나 많이 본 것 같다. 집에 와서 저녁을 챙겨먹고 맥주 먹으면서 이승엽 선수 경기를 보고 있는데, 아니나다를까 홈런! 막 혼자 좋아하면서 내일 아침 식사로 먹을 빵과 우유를 사러 약국에 다녀와서 다시 TV를 트니까 또 이승엽 타수에 또 홈런이길래 “응? 리플레인가?” 했더니 연타석 홈런이고; 뭐 그런 추억이 있다는 것이다.

마루이 백화점인가.

 마루이치(01)이라서 줄여서 마루이라고 부르는 것인가. 자세한 연유야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백화점을 꽤나 사랑하는 일본인이 많다는 것이다. 이세탄이며, 한큐, 오다큐, 다케시마야(?) 등등 많은 백화점 수도 그렇고 10시 조금 전에 이세탄 백화점 앞을 지나가는데 어찌나 많은 아줌마들이 개장시간을 기다리면서 줄을 서 있던지; 아니 개장시간 맞춰서 오면 되지 왜 와서 줄을 서 있는 건지; 이해가 안가는 풍경도 보고.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재미 못보는 요도바시 카메라 스타일의 매장 같은 것도 꽤나 흥행하고 있는 걸 보면 “무조건 큰데가서 구입하자.” 라는 기본 인식이 더 강한 건지.

일본 여성의 헤어스타일도 의외로 편차가 없다.

 

 우리나라보다 다양하고 잘 꾸미고 다니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로 개성이 있다라고 말하기는 힘들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하고는 다르다.” 라고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 또 일본. 바꾸어 말하면 일본에도 분명 대세라는 것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갈색으로 염색하고 어깨 길이의 머리에서 층을 크게 내고 샤방하게 다니는 사람이 다수. 남자의 경우는 안꾸미고 다니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거의 우리나라랑 구별하기 힘들고, 꾸미고 다닌다고 해도 워낙 우리나라 패션이 일본 따라잡는 경향이 강해서 요즘은 또 크게 차이가 없지 않을까? 그 차이는 점점 좁혀져서 이제 일본과 몇 개월 차이로 유행이 지나간다고 한다.

 이렇게 하루 종일 걷기만 한 무더운 빨간색 일요일의 아스팔트도 슬슬 식어가고 드디어 일본 체류의 마지막 날도 같이 저물어 갔다. 정확하게 36일째. 이제 하루만 더 자면 귀국하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도쿄에 머물때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들었는데, 오사카에 오면서 부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분명 형편없는 숙소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여행에서 숙소의 비중이 큰 것인가;) 그런 숙소라도 돌아가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질린다. 편의점 도시락 ㅠ_ ㅠ” 

 마지막 날은 오사카 시내를 좀 돌아본 후 오사카 성을 보고 간사이 국제 공항으로 떠날 예정이다.

 

[6]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