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4]

 오사카(간사이)로 여행 계획을 짤 때에는, 일반적으로 오사카를 중심으로 넣고, 교토, 나라, 고베 정도를 일정에 포함시켜서 하루씩 다녀오는 식으로 관광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빠짐없는 일정이다. 뭐, 나의 경우야 2박 3일이라는 시간 밖에 없었으니까 아쉽지만 고베를 포기했지만 말이다. 하루가 더 있었다면 물론 고베를 다녀오는 일정을 넣었을 것. 생각해보면 내가 왜 2박 3일 밖에 머물 생각을 못했지 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하루 더 있을껄. (아, 수강신청 때문에 일찍 왔구나!)

 아무튼 첫날 교토에서의 피로 때문인지 세상 모르고 그 썩은 냄새나는 숙소에서도 잘만 자다가 일어났다. 둘째날의 일정은 나라에 다녀오기. 사전에 알아본 결과 나라까지는 난바에서 전철을 타고 가면 되는 모양. 알아 봤다고는 하지만, 그냥 중간 경유역 이름 정도만 알아두고 자세한 사항까지는 알아보지 않았다. “복잡하기로 세계적인 도쿄 전철을 경험하면서 한달 살았는데, 오사카 정도야.” 하면서 “임기 응변식으로 대처하자.” 결심하고 이 곳으로 온 것이다. 일단은 아침을 먹어야 하겠는데, 주위에 적당한 식당이 있을리 만무하고 돈은 아껴야겠고, 해서 일단 난바까지는 나가서 아침을 해결하고 나라로 향하기로 했다. 서둘러 세수하는 흉내만 내고, 머리도 대충 감고(녹물이 흘러나올 것 같은 세면대) 어제의 경험에 비추어 아주 간편한 옷차림을 하고, 노트북도 숙소 안에 남겨 놓은 채 숙소를 나섰다.

 나오자마자 더워. 정말 덥다. 왠지 무의식 속에서부터 일요일은 더 덥다고 오래전부터 쭉 생각해왔었는데, 그게 달력에 숫자가 빨간색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쉬는 날이라 놀러 밖으로 돌아다녀서 덥다고 느낀건지. 아무튼 이 날을 계기로 두번째에 무게가 실리는데..  생각해보면 숙소가 아무리 허름해도 에어컨은 있어서 다행이었다. 정말. 아니었으면 어떻게 3일을 보냈을지. “필터 청소를 5년째 안한 에어컨이라도 상관없어. 이 더위라면.” 이라고 역시 필사적으로 마음속에서 외치고 있었을 수도.

 사실 숙소 근방이 배낭 여행객들을 위한 저가형 숙소의 밀집지역이 된 것은 환경이 좋다거나 하는 고차원적인 문제가 아니고, 단 하나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 외에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오사카 여행의 핵심인 우메다, 난바 역까지 몇 정거장 안 걸리는 그 거리만을 위해서 이렇게 수많은 배낭 여행객들이 곰팡이 냄새를 맡으면서 잠들어 가고 있는거다. 그리고 배낭 여행의 베테랑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 이지만 너무 사전 인터넷 예약 등을 통해서 숙소를 100% 잡으려고 노력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인터넷 예약이 가능한 숙소들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그 인터넷 예약을 가능하게 하는데 드는 비용을 숙박 요금을 통해서 만회하려고 하기 때문에 요금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도 숙소를 어떻게 잡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가보니 더 싼 가격(은 아니지만)에 더 좋은 환경의 숙소들이 꽤 있었다. 오히려 인터넷 예약을 통해서 가서 보고 고를 기회를 박탈 당하는 것이다. 아주 성수기 아니면 거의 숙소 방은 남아 있으니 걱정할 것 없고 말이다. 사실 내가 여행 한 것도 배낭 여행의 최고 성수기라면 성수기인데 (비행기가 모두 매진) 그 숙소에도 아직 꽤나 많은 방이 남아 있었다는 거다. 또 방이 남는 다는 것은 실제 현찰을 들고 갔을 때의 에누리가 가능할 지도 모르니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가자.

 그리고 또 숙소에 대한 팁 하나. 흔히 일본으로 가는 배낭 여행객들이 선택하는 숙소는 비지니스 호텔 아니면 한인 민박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성수기에 일주일 이상 도쿄오사카에 머물면서 여행 할 것이라면 위클리 맨션도 꽤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거다. 물론 예약 이라던가 돈을 지불할때 약간의 일본어가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번 요금을 찾아보았다. 내가 머문 숙소는 일박에 4500엔 가량 했었고, 방금 네이버에서 한인 민박을 검색해서 나온 첫번째 민박 (공교롭게도 내가 머문 숙소와 같은 역에 위치해있다.)의 하루 숙박 비용은 3000엔이다. 가격으로만 따지면 위클리맨션이 비싸지만 바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은 인원수가 증가할 경우에 있다. 예를 들어서 2명이 숙박을 한다 해보자. 그러면 민박은 두당을 받으므로 6000엔으로 뛰지만, 위클리맨션은 1000엔이 추가되므로 5500엔이다. 3명이 숙박할 경우는? 민박은 9000엔이지만, 위클리맨션은 6500엔이다. 그리고 사실 위클리맨션은 철저하게 독립 생활을 보장해주므로 누가 와서 자고 가던 신경도 안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2명이 가서 자도 일주일 자도 돈 더내라는 소리 없더라. (물론 계약상으로는 안되긴 하지만 말이다.) 4명 이상의 경우는? 사실 위클리 맨션이 원룸의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그 이상은 숙박에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시설은? 상대가 안된다. 한인 민박에서 욕조에 물 가득 받아 놓고 목욕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위클리맨션은 독립 화장실, 독립 주방은 기본이다. 일반적으로 베란다도 있고. 요즘은 초고속 인터넷까지 거의 기본적으로 제공해주는 추세. 예비 이불, 예비 침대 커버, 다리미, 전자 렌지, 오븐, 토스트, 냉장고, 가스 렌지. 심지어 일주일 분의 나무 젓가락까지 완비. 쓰레기 봉투도 있다. 발 닦는 타올, 일반적인 수건, 커다란 타올도 2~3개씩 준비되어 있었고. 돈을 조금 더 내면 방 청소도 대행해주는 곳이 있지만, 배낭 여행객이라면 이런 서비스는 없어도 상관없다. 이렇게 좋은 시설과 저렴한 가격을 내버려두고 한인 민박을 찾는 이유가 바로 언어 장벽과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그런 것 때문. 뭐든 외국에서 한국어로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은 그 만큼의 부대 비용을 지불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아무리 한국 사람이라도 사기꾼보다는 없는게 낫다.

 오사카에서 내가 묵은 숙소야 시설이 아무리 나쁘고 한글 서비스가 안되도 가격이 한사람이 일박에 1300엔도 안되니 양심적이기라도 하지, 저런 숙소에 두당 3000엔이나 받는 걸 보니까 내가 다 화가 나려고 하네. 누가 한국에서 위클리 맨션들이랑 연합해서 예약하고 하는 거 대행해주는 사이트 안 만드나.

 

 여행기 쓰다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빠져서 한참 떠들었는데 아무튼 다시 돌아가도록 하자. 밖에서 받은 더운 열을 지하철 에어컨으로 식히면서 난바에 도착.

 

난바는 오사카 교통의 요지다?? (인 것 같다)

 

 교토던, 나라던, 고베던 다들 이 근처에서 출발하는 전철로 갈 수 있으므로 오사카(간사이)지방을 본격적으로 여행하려는 배낭 여행객이라면 이 근처를 꽤나 많이 와봐야 할 것이다.  

 아침은 마츠야에서 먹기로 했다. 바로 회사 다닐 동안에 받았던 정식 무료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서 이다. 한국에 가지고 가봐야 의미 없으므로! 마츠야요시노야 같은 간단하게 혼자서 끼니를 때울 만한 식당이 일본에서는 꽤나 인기를 얻고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별로 없는 데다가. 도쿄 등지에서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의 비중이 한국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퇴근 후 집에가서 밥을 지어 먹는다는 것이 귀찮은 데다가 반찬까지 꼬박꼬박 해 먹을 수도 없고 또 야근이다 뭐다 해서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가면 피곤에 쩔은 상태고 말이다. 그러니 싼 가격에 24시간 끼니만을 때우기 위한 이러한 밥 집이 인기인 것이다. 물론 이런 식당은 배낭 여행객들에게도 매력적인데 싼 가격에 끼니도 떄우고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문화 체험이랄까.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망했나보다.

 

앗 저기있다. 마츠야! 간판 색을 보고 맞춘다면 이용 경험이 있는 분.

 이케부쿠로 역 근처만 해도 마츠야가 무려 6~7군데가 영업 중이라고 한다. 즉, 어디던 둘러보면 있다고 보면 된다. 내가 들어가서 자판기에서 메뉴를 고르고 있노라니 옆에 한국에서 오신 여성 관광객 2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역시 인기 있구나~” 한국 사람들은 마츠야를 주로 간다는데, 그 이유가 자판기로 미리 메뉴를 고르고 그 쿠폰을 점원에게 주면 요리를 건네주므로 일본어가 한마디도 필요가 없어서란다. 요시노야의 경우 말로 주문을 해야 된데나 뭐래나. 처음 일본에서 규동을 시켜 먹을 때 뭐가 뭔지 몰라서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메뉴를 받고 사이즈를 물어보는데 나는 뭐가 뭔지 몰라서 보통으로 달라고 했더니 알아서 주더라.  옆에서 야바시상이 “오오모리”가 큰사이즈라고 말해줬었구나.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혼자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야바시상이 말해줬던 자신의 경우가 일반적인 일본의 젊은이상?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지방에서 대학을 나오고 도쿄 근처로 취직을 해서 도쿄 외곽의 저렴한 곳에 원룸을 얻고, 젊으니까 야근과 잔업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긴 출퇴근 시간에, 집에서 손수 만든 요리를 먹는다던가 하는 것은 생각치 못하고 늘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마츠야 같은 곳에서 허기를 달래고 꺠끗하지 못한 와이셔츠를 입으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코인 란도리(우리나라 빨래방)에서 밀린 빨래를 처리하고. 그러면서 돈을 하나하나 모으고 30세 전에 결혼을 하고 조금 큰 집. 하지만 자신의 집은 아닌 월세를 살면서 (일본은 전세가 없단다) 자신의 집을 가지는 꿈을 꾸는 것. 이라나.

 뭐,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뭔가가 있다면, 사회 진출이 빠르다는 것. 그리고 부모로 부터 독립하는 대신 그 만큼 자유로운 생활을 누린다는 것 정도 일까나. 9시가 넘은 시간에 도쿄로부터 외곽의 주택가로 가는 전철을 타면 피곤에 지친 양복을 입을 셀러리맨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군대를 다녀와도 또 대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고 또 4년제 대졸자의 비율이 높아서 사회 진출시기가 많이 늦어서 젊은 세대들이 그들의 에너지를 나름대로 발산할 시기가 긴 반면, 일본은 2년제 대졸자의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크고 심지어 고졸의 비율도 비교적 높고, 그 들이 사회에 빨리 편입되고 그 룰에 갖혀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젊어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상하게 일본의 지하철이 활기차지 못해보이는 이유도 이런데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츠야 주주에게 선물되는 무료 식사권으로 시킨 720엔짜리 갈비정식.

 위의 식사가 나름 오오모리다. 즉, 곱배기(?). 양이 많은 사람에게는 역시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의 식사량이 아닐까. 720엔이면 마츠야의 메뉴중에서는 상당히 고가에 속하는데도 이 정도다. 확실히 갈비가 비싸서 그런걸까. 공짜니까 감사히 먹었지, 아니었으면 그냥 제일 싼것에 양만 많은 것 시켜 먹었을 것이다.

 일본에서 일주일만 이것저것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녀도 아마 별다르게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1엔, 10엔짜리 동전이 무지하게 많이 남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런것들 어짜피 환전도 안해주므로 가능하면 100엔짜리보다는 10엔짜리 10개 모아서 쓰고 1엔짜리는 상점에서 물건살 때 소비세로 내고 그러자. 나중에 1엔짜리 다 처리하느라고 얼마나 애썼던지. 4주동안 신경안쓰고 있다가 마지막 1주에 1엔짜리 수십개씩 내고 그랬다 -ㅅ-

 자 이제 배도 적당히 채웠으니 이제 나라로 가보자. 나라까지는 역시 전철 한번으로 갈 수 있는데 가는 도중에 펼쳐지는 오사카 시내의 전경이 꽤나 볼만하므로 창가에 앉아서 주의를 집중해보자.

 

역에서 나와 저 분수대 있는 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나라를 유명하게 만들어주는 것에는 단연코 사슴이 일등 공신이 아닐까 한다. 나라는 사슴, 닛코는 원숭이. 뭐 이런식으로 지역을 동물과 관련시켜서 유명하게 만드는 것이 꽤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서울숲에 사슴을 풀어놨다고 해서 가봤더니 이건 그냥 동물원이잖아; 나라의 사슴은 사람과 공존함으로써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길에 태평하게 누워서 자고 있다던지, 먹이인 센베를 노점에서 사면 그 냄새를 알고 달려든다던지. 뭐 이러한 재미있는 이벤트들이 잔 재미를 주는 것이다. 단, 그 고약한 변은 어떻게 처리를 못해서 사람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아무튼 도다이지(東大寺)로 올라가는 길에도 꽤나 많은 사슴들이 길가 그늘에서 더위를 피해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고플때만 일어나서 먹이를 구입하는 사람을 찾는 것 같았다.

 

바로 이런 녀석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

 

[5]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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