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3]

자판기에서 사먹는 음료수 하나도 아끼던 우리였지만, 이 날은 정말 음료수만 몇 개를 사먹은지 모를 정도로 덥고, 수분이 줄줄 흘러나가는 탈진 상태의 날이었다. 일본에 다녀온 사람은 누구나 느끼겠지만 자판기가 정말 많다. 인건비가 비싼 나라이니 만큼, 최대한 자동화 시킬 것은 시켜야 물건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포함된 서비스나 물건을 구입하려면 그에 따른 꽤나 큰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서 미용실 같은 곳을 가려면 아무리 간단한 수준의 커트라도 1만엔 정도는 지불해야 하는 것 같았다. 프리타라는 일본에서 들어온 신조어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이는 워낙 기본적인 인건비가 비싸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가 유지 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르바이트 같은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회사의 하마미치상이 니트족을 아냐고 나에게 물어본적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부모가 돈이 많은 경우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니까, 일본이랑 똑같다고 신기해했다. 치상과는 차를 같이 타고 다니면서 한국일본의 차이점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이야기 했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또 소개하면..


“류상, 일본 지하철 사린사건 알고 있나요?” (류상, 니혼 지카테츠 사린지켄 싯떼마스까?)


“일본 지하철 살인사건이요?” (니혼 지카테츠 사쯔진지켄 데스까?)


“살인이라면 살인이겠지요.”  (사쯔진나라 시쯔진데스요)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조금 피식~할 만한 이야기겠다. 사린지켄이란 말을 하마미치상은 오움진리교사린가스를 지하철에 무차별 살포해 많은 사람이 죽은 그 사건을 말하기 위해서 사린가스를 앞에 붙여 “사린사건”이 된 것이고, 나는 사린을 순간 한국어 살인으로 알아듣고는 일본어 살인(사쯔진)으로 바꿔서 생각해서 “사쯔진지켄” (살인사건) 이라고 되물어본 것이다. 나중에 사린이 살인과 발음이 똑같고 그게 일본어 사쯔진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해주면서 둘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ㅎㅎ 하마미치상과 어느 지하철 역 옆을 지나가다가 나눈 대환데 그 지하철 역에서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났다고 설명해주었다.


내려가서 교토의 복잡한 버스노선도를 보고 킨카쿠지(金閣寺)로 가는 노선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갈아타지 않고 바로가는 노선이 있었는데, 앞에서 타고 온 시간을 고려했을때 꽤나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몇 분 후 도착한 버스에는 다행히 사람이 얼마 없어 가장 앞에 앉아 전망을 즐기면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과 편안한 의자가 준비되고 전날 야간버스에서의 피곤함 때문인지 곧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중간에 몇 번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서 떨어뜨릴 뻔해서 놀라서 깬 것을 제외하면 간만의 휴식!



이 사진을 찍고 난 이후 의식을 잃었다.




일본의 버스는 일반적으로 뒤로 타고 앞으로 내린다. 탈 때 번호표 같은 것을 뽑아 두었다가 내릴 정류장에서 앞에 표시된 전광판의 번호 아래 쓰여진 요금을 내고 내리면 된다. 우리나라 처럼 서울-수원 왕복해도 눈치없이 800원만 내고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요금을 검사하기 때문에 주의. 만약 번호표를 안뽑았거나, 잃어버렸을 경우 무조건 최고 요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이것도 역시 주의. 일본의 모든 버스를 다 타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가 타본 것은 그렇다. 이러한 대중교통의 요금 체계는 철저히 합리적 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많이 간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간 사람은 적게 내는 구조로 우리나라보다 그 편차가 크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도 훨씬 비싸다. 특히 일본에서 처음 전철을 타는 사람들은 유의할 것이 우리나라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대략 1시간 넘게 전철을 타고 다치카와-치바까지 갈 일이 있어서 왕복했더니 요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3만원 가까이 나온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안에서 소요산까지 3시간가까이 가도 1800원이면 된다;;



킨카쿠지(金閣寺)는 건물의 외벽 전체가 금으로 칠해졌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사실, 이 건물도 오리지널이 아니라 없어진 것을 그 후에 다시 짓고 보수하고 보수해서 현재의 휘황찬란한 모습을 유지시켰다고 한다. 전체 순금도 아닌 것이 금박으로 칠해졌다고 해서 유명하다. 금도 얼마 안들텐데..  우리나라에도 금으로 칠해진 법당 같은 것들은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도쿄에서 회사 사람들한테 “킨카쿠지에 가요.” 하니까 2명은 알고 2명은 어딘지 모르던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만 유명한 곳은 아니겠지.



물론 물에 비친 법당의 모습이 유명하다.




킨카쿠지(金閣寺)는 한국인이 어찌나 많이 오는지 입장권에 일본어와 동일한 크기로 한국어로 적혀있다. 또, 사실 가보니까 많긴 하더라. 교토로 가는 열차부터해서 키요미즈테라(清水寺)킨카쿠지(金閣寺)에 이르는 루트동안 한국분들을 꽤 많이 봤으니. 뭐 혼자 온 관광객이라면 주저없이 사진이라도 부탁해보자. 비싼 입장료에 비하면 사실 볼 것은 저 건물 하나라. 관람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단점이 있다. 기념품이라도 고르면서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니 어느 사이에 꽤 늦은 시간이 되었다. 오사카 시내 관광을 밤에 하기로 되어있으므로 일찍 교토를 떠나야 했다. 여기까지 온 버스가 오래 걸렸으니까 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서둘러 이 곳을 떠났다.



일본의 여름은 “마쯔리”로 대표된다. 여름에 도쿄아사쿠사 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축제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껴봤을 것이고,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금붕어 건져내는 놀이나, 하나비 장면들을 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작은 마을이라도 이러한 “마쯔리”는 꼭 존재하는 듯이 보이는데 나름대로 역사가 긴 전통의 도시인 교토에도 그러한 분위기로 넘쳐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 역까지 가는 길 옆 강가에는 천막을 친 노점상이 쭉 늘어서 있고 뭔가 파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강을 물려주자.




여름에 일본에 간다면, 꼭 하나비는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일본의 불꽃놀이는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고.. 라고 할 것도 없고 그냥 일본 불꽃놀이가 세계 최고라고 보면 된다. 여름만 되면 전국이 불꽃놀이로 들썩이는데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라면 여름 거의 주말마다 커다란 규모의 불꽃놀이가 있다. 날짜가 겹쳐서 어디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이지 주말에 불꽃놀이가 없어서 못보지는 않는 정도다. 도쿄에서는 가장 큰 것이 아사쿠사 옆을 흐르는 스미다 강을 따라 2군데서 동시에 벌어지는 스미다 불꽃놀이가 제일 크다. TV에서 생중계를 해주므로 집에서도 볼 수 있기는 한데, 한국인의 관광객이라면 실제 가서 보면 더욱 더 신기한 구경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사카의 경우는 PL 불꽃놀이가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이 글의 마지막에 오사카 요도가와 불꽃놀이 동영상을 링크했으니 참고!



여자들은 저런 옷을 남자들은 그냥; 온다.




교토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오사카로 돌아가 불꽃놀이를 보기로 했다. 요코하마에서 한번 겪었던 것처럼 사람이 많을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경할 수 있는 장소가 요코하마때 보다는 비교적 넓어서 정말로 콩나물 시루에서 삐져나온 하나의 콩나물 가닥처럼 구경하지는 않고 비교적 인간답게 볼 수 있었다. 뭐, 자리도 나쁘지 않았고 말이다.


역에서 나오자 마자 장소를 고민할 필요 없게 만드는 거대한 군중의 행렬. 따라가면 되겠구나. 하지만, 이정도의 인파라면 돌아오는 길이 걱정이다. 이미 이때 이 거대함에 눌려서 피날레는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하루동안의 강행군으로 땀으로 범벅이 된 옷. 맥도널드 빅맥으로 때운 점심으로 인한 허기. 등으로 더이상 밖에서 돌아다니기는 정말로 힘든 상황. 말 그대로 그 썩어가는 숙소라도 돌아가서 자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아, 이제 일본은 더 이상 싫어!” .. 뭘했다고 -ㅅ-



유명한 빌딩. 유명하다는 것 이외의 정보는 없다.




불꽃놀이의 동영상은 다음 포스트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메모리도 부족하고 해서 중간중간 끊어가며 찍어야 했던 것이 아쉽다.


http://www.linus.pe.kr/home/tt/entry/오사카-요도가와-불꽃놀이-2006-동영상



불꽃놀이의 탄성은 잠시 피곤을 잊게 해줬지만, 시선을 하늘에서 땅으로 돌린 순간 어김없이 피곤은 다시 찾아왔다. 도로 통제 때문에 빙빙 돌아 찾은 지하철 역과 몰려든 인파로 가득찬 지하철을 거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과 맥주로 저녁을 때우고, 9시 이후에는 샤워가 안된다는 말을 듣고 8시 55분에 들어가서 10분만에 끝내야만 했던 샤워; 그리고 이러한 사실조차 불쾌하지 않게 만드는 피곤 때문에 눕자마자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내일은 나라다.” 하면서..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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