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체류기 – 요코하마 편 [2]

 미나토미라이지구를 벗어나 야마시타 공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규모의 재개발 사업으로 생긴 신도시에 이름을 붙인것 인지, 미나토미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도 특이했다. 쓰기야 히라가나로 ‘미나토미라이’ 지만 항구의 미래라는 뜻을 붙인걸까? 라고 생각이 든다. 새로 건설된 지구인 만큼 건물들도 매우 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데, 뭐 그 대표격인 랜드마크타워를 제외하고라도 볼만한 건물들이 꽤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다와 바로 붙어있는 5성급 인터컨티넨탈 그랜드 호텔로 배의 돛 모양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마치 바다로 출항하기 위해 정박해 있는 배를 연상시키는 이 모습은 미나토미라이의 중심가에서 야마시타 공원으로 걸어가는 도중 왼쪽으로 볼 수 있었다. 가장 나쁜 방의 1인 숙박 비용은 26000엔. 우리돈으로 20만원이 조금 넘겠다.

 

야경이 정말 멋질 것 같다.

 

 요코하마는 항구 도시 답게 해안을 따라 걸으면 정박되어있는 배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는데 미나토미라이 지구에서 멀어질 수록 거대한 트레일러선이라던가 산업과 관련된 배들이 정박 되어있는 항구고 가까울 수록 여객선과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위한 범선(?) 들이 정박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압권은 ASUKA2라는 초호화 여객선. 세계 일주 여행을 돌아다니는 여객선이기 때문에 자주 볼수는 없지만 오늘은 불꽃놀이 축제가 벌어지는 날이므로 특별히 이곳에 정박해 있다고 한다. 사진에서 앞을 지나가는 일반적인 수상버스와의 크기를 비교해 보면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다. 참고로 세계일주를 위해서 가장 싼 객실에 투숙하기 위한 가격은 약 4000만원. – ㅅ-

 

80일동안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

 

 이 거대한 유람선의 뒤쪽으로는 요코하마 국제 여객선 터미널이 위치해 있다. 1편에서 언급한 ‘단하나의 사랑’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매번 만나는 장소가 바로 이 여객선 터미널의 위. 입구부터 바닥이 온통 나무판으로 되어있어 마치 배 갑판위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직접 걸을때는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생긴것도 그렇고 멋지게 건축된, 컨셉을 잘 잡은 건축물이 아닐까 하는데.. 당시 그런 생각을 못한 것은 아마 엄청난 더위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일본 사람이 설계한 것은 아니고 외국인이 설계했단다.] 이 터미널에는 아마 한국까지 가는 배가 있지 않을까? 해서 그때 찾아본 건 아니고 지금 이 포스트를 쓰면서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승객 수송 용도로 쓰이는 터미널이 아니고 오직 관광객들을 위해서 크루즈 전용 터미널 정도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이 터미널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는 웹 카메라 – http://222.230.46.134/CgiStart?page=Single&page=Single&language=1

 

옆의 돗자리 깐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위해 미리 자리를 잡고 있는 관광객.

 

 이 터미널은 바다위로 돌출 된 형태고, 돌출되어 나온 부분. 즉 육지 쪽에는 아카렌보쇼코. 빨간 벽돌 창고라는 유명한 건물들이 있다. 사실, 요코하마에는 유명한 서양식의 건물들이 너무 많다; 옛날 일본이 처음 서구 문물에 대해 개항한 도시가 바로 이 요코하마라서 그 당시 서양인들이 지었던 건축물들이 꽤나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 사실 개항’한’이 아니라 개항’된’이 더 올바른 표현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덕분에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해 나갈 수 있었고 길게 보면 오늘날까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초일 것이다. 이 빨간벽돌창고는 역시 상점가로 탈바꿈 했는데 오늘 국제 불꽃놀이 축제를 맞아 길에 나와서까지 시원한 맥주와 아이스크림등을 팔고 있었다. 사실 여기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호객 판매 행위로 들썩였는데, 왔다갔다 하면서 들은 ‘…와이카가데스까?’ (..는 어떠세요?) 라는 말만 족히 수백차례.

저 뒤로 아카렌보쇼코 가 보인다.

 

 위의 사진에서 저 바닥의 사람들은 뭘까? 짐작할 수 있겠지만 바로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미리 낮부터 돗자리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불꽃놀이 축제 진행에 대해서 조사해 봤는데, “낮 12시 전에 설치된 돗자리, 테이프는 수거됩니다.” 라고 써 있어서. “돗자리는 알겠는데 테이프는 어쩌란 말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테이프로 저렇게 바닥에 영역표시를 해놓는거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엄청난 인파. 하지만 오후가 되서 본 광경에 비하면 이는 은하계을 떠다니는 혜성 수준이다. 일본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충고해주고 싶은 말은

1. 돗자리와 테이프를 준비할 것. 

2. 일찍 갈 것. 7시에 시작한다면 적어도 2시 전에는 가야 볼만한 자리를 맡을 수 있다.

3. 화장실은 미리 갈 것. 중간에 빠져나갈 수가 없다.

4. 충분한 간식을 미리 준비 할 것. 폭리가 너무 심하다. 맥주가 최고!

5. 목숨 걸고 포가 터지는 가까운 자리로 갈 것. 감동이 백만배! 그렇다고 바로 아래면 목 아프다.

 

요코하마 국제 여객선 터미널에서 나오다가 찍은 미나토미라이 지구.

 

 

  위의 사진 왼쪽에 보이는 랜드마크 타워 밑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인터 컨티넨탈호텔까지 걸어간 후 다시 이 곳까지 걸어온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의외로 교통비 지출이 커서 예상외로 돈을 많이 소비한데다가 예정에 없는 인턴쉽 후 간사이지방 여행까지 계획하고 있어서 이때는 정말 심하다 싶을정도로 돈을 아꼈다. 첫주에 치바까지 출장을 갔다왔는데 회사 경비 처리를 안해주는 것 아닌가! 교통비만 3만원가까이;; 아침을 집에서 든든히 먹고 나와서 맥도널드에서 빅맥하나 사먹고 자판기에서 130엔짜리 음료수 하나 사먹고 돌아다닌 이 날은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걸어다녔다고 할 수 있다. 코카콜라 대신 펩시 콜라 먹고, 아쿠아리스만 먹고, 맨날 끼니는 컵라면에 야마자키 빵만 먹고, 과일은 바나나밖에 못먹고…  여행은 역시 젊을때 해야 정말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 나이 먹으면 깃발 관광 밖에 못할 것 같다. 재미있는 건 일본애들도 하토-칸코-라고 해서 직역하면 깃발관광이라는 말을 똑같은 의미로 쓰더라. ㅎㅎ

 

드디어 도착한 야마시타 공원은 이런 모습?

 도착이다. 야마시타 공원. 뒤에 랜드마크 타워와 정박해 있는 아스카2호가 보이는 걸로 봐서 거리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깝다. 하지만 공원의 상황은 보다시피 였는데, 말 그대로 사람들로 넘쳐나는 인산인해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어서 지나갈 수 있는 길은 경찰관들이 대피로로 만들어 놓은 비상 통로 뿐이었고 공원을 구석구석 본다는 것도 불가능 한 상황. 불꽃놀이 행사가 펼쳐지는 곳이 정확이 야마시타 공원 앞 해상. 이라고 하니까 아마 여기가 불꽃놀이를 보기에는 제일 좋은 장소가 아닐까. 매년 있는 행사니까 구경나온 시민들도 어디서 보는게 가장 좋은지 알고 있을 것. 바로 이 곳이 그곳이다. 왔다갔다 하면서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볼 수 있었는데, 무슨 한국 회사에서 단체로 오셨는지, 과장님, 부장님 이러면서 바닥에 테이프를 붙이고 계셨다.

 야마시타 공원에서 꼭 봐야할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물의 여신 조각상”이 그것이다. 20세기 초에 요코하마는 미국의 샌디에고 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는 데,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샌디에고에서 똑같이 생긴 여신상을 2개 만들어서 하나를 요코하마시에 기증했다고 한다. 바로 이 곳 야마시타 공원에 전시되어 있는데 정확히 한달 후에 샌디에고에 갈 예정이었으므로 여기서 그것을 보고, 샌디에고에서 그 것을 보면 백여년만에 해어진 자매가 내 카메라 랜즈를 통해 만난다고나 할까? 같은 동화적인 상상을 하면서 여신상을 찾아 해매다가 발견!

 

샌디에고에도 똑같은게 있다.

 

 야마시타(山下)공원은 말 그대로 산 아래 있는 공원인데 그 산이란 녀석은 내가 걸어온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있다. 단순히 산이라고 이름 붙이기 보다는 ‘항구가 보이는 언덕’이라는 이름을 붙여 놨는데, 사실 산이라 부르기에도 조금 낮은 지형이긴 하다. 야마시타 공원에서 불꽃놀이를 보기로 결심하고 아직 저녁까지는 시간이 꽤나 많이 남았으므로 언덕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중화거리, 차이나 타운을 둘러보고 오기로 했다. 사람으로 북적대는 야마시타 공원을 빠져나가는 것도 고역이었다. 아, 언덕에 올라가기 전 바로 밑에는 인형 박물관이 있었는데, 딱히 들어가서 보지는 않고 그냥 지나쳐 갔다. 인형을 보고 귀여워해줄 분들은 들러볼 것.

 

이 분은 컨테이너 사이로 불꽃놀이를 보기로 결심하셨다.

 

 걸어서 언덕을 올라가는 길은 꽤나 힘들지만, 막상 올라가보면 그 값어치는 하는 것 같다. 뭐, 별수 있나 차도 없고 돈도 없는 뚜벅이 여행객에게는 대안이 없는 것이다. 자판기에서 생수 한통을 뽑아 차고 등산을 시작했다.

(쓰다보니 길어지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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