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랑스 수하물 분실/지연 사건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수하물이 분실되었을 때 얼마나 피를 말리는지, 특히 가방에 고가의 물건이 들었으면 특히 더 그렇다. 20KG 짜리 짐 분실되어서 보상해봐야 최대 400불이다. 지난 5일간의 토 나오는 기억이다.

제네바 – 파리 – 인천의 에어프랑스 여정에서 수하물이 분실됐다.

문제는 환승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데 있다. 제네바에서 파리, 파리에서 인천까지 가는 여정인데 파리에 떨어진 것이 11시 50분, 파리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가 1시 30분에 출발했으니 1시간 40분의 시간 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들어본 결과 2시간 이상의 환승 시간은 최소한 확보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아무튼 룰루랄라 한국에서 짐을 찾으려고 보니, 다들 찾아 떠났는데 컨베이어 벨트 옆에서 나만 울고 있는 형국이 되니, 대한항공 직원 분이 (에어프랑스 수하물은 인천에서는 대한항공이 위탁관리하고 있다) 오더니 짐이 없냐고 물어 보시길래 그렇다고 했다.

짐 찾는 곳 옆에는 잃어버린 짐 신고 센터가 있다. 가면 여권에 붙여준 짐 태그의 번호, 여정, 잃어버린 짐 묘사, 내용물 설명, 연락처, 주소 등을 물어보는데, 최대한 자세히 가르쳐 주어야 한다. 나는 자세히 가르쳐 주어도 엉뚱한 것으로 입력해놔서 나중에 또 정정했다. 업라이트 방식인지, 소재는 무엇인지, 브랜드는 무엇인지, 색상, 특이한 장식 등등. 당황하고 있는데, 아마 환승 시간이 짧아서 그런 걸 것이라고 오늘 오후나, 내일 비행기에 실려올 확률이 높다고 집에 가서 기다리면 배송해주겠다고 했다.

뭐, 타당해 보였다. 1시간 40분이면 사람도 환승하기 빡빡한 시간이고 짐은 내리고 분류하고 옮기고 (그 큰 CDG에서) 다시 싣고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당연히 다음 비행기로 오겠지.

에어프랑스나,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는 직접 분실된 수하물을 조회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주는데, World tracer라는 항공사 공동의 사이트이다. (http://www.worldtracer.aero/cgi-bin/filerequest.exe?tran=XXXloXXXXX) 여기서 짐을 조회하려면 분실물 신고할 때 File reference라는 번호를 받아야 하는데, 물어보지 않는 한 가르쳐주지 않는다. 또한 신고 시 짐 태그도 가져가려고 하는데 나중에 보상이나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짐 태그는 반드시 본인이 가지고 오는 것이 좋다. 아무튼 하는 데로 내버려두면 자기들 편한 대로 하기 때문에 뭔가 꼬인다. -_ –

집에서 짐을 기다리는데, 하루, 이틀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았다. 일요일 오전에 인천에 떨어졌으나 화요일이 되었는데도 감감 무소식이라 전화를 걸었다. 인천 공항 수하물 센터에 전화를 걸으니, “아직 파악 중인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답변이고 에어프랑스에 전화를 걸으니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여기는 수하물 분실한 사람들이 보상을 위해 전화를 거는 콜센터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라는 답변만 들었다.

사실 전화 해봐야 스트레스만 받는데 왜냐하면 나도 답답하고 거기서 전화 받는 분들도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짐은 실제 분실된 공항 직원들이 찾아야 할 텐데, 걔들보고 “열심히 찾아주세요”라는 말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바코드도 붙어있고 전산 관리되는 짐이 도대체 어디 있는지 소재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기는 한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인천에는 도착하지 않았다”라는 사실이고, 제네바에서 짐이 실렸는지 여부 조차 파악 못하고 있었다. 항공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할 수가!

울화통이 슬슬 터지는 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더 열 받는다. 화요일, 수요일 이틀을 계속 전화하고 똑같은 답변만 듣고 애간장만 태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짐이 분실 72시간 내에 소재파악이 되고 돌아간다는 말을 인터넷에서 본지라 슬슬 완전 분실 이후를 대비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목요일 오전, 저 위의 조회 사이트에서 희망을 버리고 조회를 하는데 늘 찾고 있다던 사이트에서 item located라는 메시지로 바뀌어서 급히 인천 공항에 전화를 걸었다. “네, 짐 확인되었고 지금 파리에 있습니다. 내일 에어프랑스 비행기로 실려올 예정이에요.”라는 답변을 듣고 얼마나 힘이 쭉 빠지던지. 결국 짐은 또다시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다음날 밤 9시에야 집으로 배송되어 왔고, 걱정했던 내부 물품 분실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짐은 5일 동안 파리에 방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번 분실 사건을 겪으면서 몇 가지 깨달은 것들이 있어 공유 차원에서 적어 놓는다.

절대 귀중품은 수하물에 넣지 않는다. 수하물은 언제든 분실되거나, 늦게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야 귀국 편에 이런 일을 당했지만, 출국 편에 이런 일을 당했으면 그야말로 아찔하다. 만약 출장을 망쳐버려도 어떤 보상도 없다.

수하물에는 반드시 이름 태그를 붙이고 어떻게 생겼는지 묘사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 놓는다. 잃어버렸을 때 수 많은 짐 속에서 찾아야 하므로 명확한 묘사가 있을 수록 도움이 된다.

아주 귀중한 물건이 있는데 반드시 수하물로 보내야 한다면 체크인 카운터에서 비용을 더 지불하고 보험을 들어 놓는다. 나중에 무게당으로 보상 받는 것 보다는 몇 만원 더 내고 안심하는 게 낫다.

수하물 자물쇠는 채워 놓는다. 워낙 도둑이 많아서 안심할 수 있는 자물쇠를 채워놓는다. 양날의 칼은 세관에서 검사할 때 주인이 없는 짐은 찢어서 열어버리는데 가방이 파손될 수 있으므로 세관에서 쓰는 자물쇠를 따로 제공하는 가방들이 있다. 그런 걸 사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환승 시간은 2시간 이상으로 넉넉하게 잡는다. 사람만 환승 한다고 다가 아니고, 짐도 환승 할 시간이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더 느리다. 환승 시간이 짧으면 짧을 수록 짐이 제대로 타지 못할 확률이 많이 증가한다.

출국 편에 짐이 분실되었을 경우에는 항공사에서 긴급 구호 자금 (?) 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생필품 셋트 같은 것을 제공한다. 반드시 요청하여 챙기도록 한다. 또한 짐이 분실된 기간 동안 산 생필품은 영수증을 첨부하여 청구하면 보상 받을 수 있다.

너무 콜센터 상담원이나 접수처 직원의 말을 믿지 말자. 어떤 직원은 대부분 찾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어떤 직원은 2일안에 확실히 올 거라 하고, 어떤 직원은 아직까지 소재 파악이 안되었으면 분실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하고. 말이 제 각각이라 혼란 스럽기만 하다. 다시 찾을 확률이 꽤나 높기는 하니까 기다려 보는 것이 좋다. 그래도 매일매일 전화해서 꾸준히 진상 떨어 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는 한다.

에어프랑스랑 CDG 공항은 가급적 이용하지 말자. 특히 환승을 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얘네들 짐 잃어버리는 것이 부지기수고, 늦었다고 따로 보상도 안 해준다. 프랑스 애들 여유롭게 일하는 것은 알아줘야 한다.

돈 있으면 비즈니스 석 타라. 수하물이 우선 처리되어서 짐 분실 확률이 매우 낮다.. 뭐, 돈을 3배 더 줘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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