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37일간의 일본 생활

비행기가 떠나기 전까지의 남는 시간동안 김포공항 의자에 앉아 노트북으로 어떤 생활이 펼쳐질까 두근두근 하면서 글을 작성했던 것이 생생한데, 어느덧 한국의 무더위에 대해서 불평하면서 일본의 더위는 어땟더라. 기억이 가물거려지는 시점에 와있다. 나는 특별히 암기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것은 상관없지만, 이러한 추억이라던가 느낌이 쉽게 잊혀져 가는 것 만큼은 참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아마 이런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진을 2500장이나 찍고, 이것저것 글도 쓰고(메모 수준이지만) 그랬나보다.

일주일 후면 미국으로 떠날 예정인데, 그 이후에는 일본에 대한 추억이 더 희미해질 까바 최대한 글로 감상을 남겨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외국에 나가서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을 시작해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만한 일이겠지만, 어떤 문화적인 차이에 의한 오해라던가, 미묘한 행동의 머뭇거림이 있어서 ‘자신있게’ 행동하고 말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쉽다. 일본 회사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소심하고 수동적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환경의 변화에 대한 압박을 얼마나 견디어 내고 나 스스로로서 생활 할 수 있느냐 하는 시험무대였는데 역시 생각한 되로 잘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국에 이렇게 그들과 같이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참여한다는 기회는 흔치 않은데 말이다. 계속 여행자로서의 생활만 동경했던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라 하겠다.

또한 생각해야 할 것은 얼마나 일본이라는 사회를 정확하게 파악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나름대로 꾸준히 생각하고 보고 듣고 한 것을 적용시키면서 갈고 닦으려고 노력한 부분. 몇가지 깨달은 점은 결국 한국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책이나, 언론을 통해 보고 배운 것 보다는 실제로 부딪히면서 느끼는 것이 백배 더 정확하고, 천배 더 유익하다는 것. 젊은 나이라서 체력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비록 돈이 들더라도 직접 가서 느끼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돈만 많은 집에서 외출을 마음대로 못하는 노인이 되어버리는 것 보다는 말이다.

오사카에서 3일간

1. 도쿄에서 오사카까지의 야간버스라는 것.
돈 없는 배낭여행객이나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되어서 지정된 장소에 가니 온갖 종류의 사람들로 우글우글. 가족단위의 여행객부터 대학생. 심지어는 할머니까지 신칸센이외의 이동수단은 이게 유일한 것인가; 평일 비성수기라면 3900엔. 가장 성수기라도 4600엔이면 이용할 수 있으니 싸긴 싸다. 신쥬쿠에서 난바까지 7시간 30분정도 걸렸고 중간에 휴게소에서 15분간 2번 휴식! 계속 고속도로를 일정한 속도로 달려주니 자기도 좋고, 사실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잘 준비를 해 오기도 한다. 운전사가 2명이 타서 교대로 운전을 한다. 성수기 예약은 필수. 내가 갈때는 거의 모든 차가 만석이었다.

2. 오사카
덥다. 37-38도를 넘나든다. 도쿄보다 확실히 더 덥다고 한다. 이런 날씨에 교토 등 버스를 이용해서 걸어다니는 여행을 하다가는 버스기다리는 시간동안 탈진하기 일쑤다. 짐은 최대한 숙소에 놓고; 옷도 가볍게, 해를 가릴만한 것을 준비해서 돌아다니지 않으면 정말 힘들다. 노트북을 안심하지 못해 가지고 다닌것이 얼마나 체력 소모가 컷던지, 기요미즈테라, 금각사 정도만 간신히 보고 철수해야했던 아픈기억이;

3. 교토
볼것은 많은데 걸어다니기는 무리고,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겠다. 역에서 나오다가 보면 500엔짜리 1일 무료 패스를 파는 곳이 있는 데 그곳에서 한장 구입하면 하루종일 버스가 무료. 3번만 타도 이득이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이동해도 정류장에서 유적지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되는 곳들이 많으니 유의. 또한 유적지의 입장료도 만만치 않다. 핵심적인 것만 보도록 하자.

4. 박물관
교토, 나라 박물관은 일본의 3대 국립박물관의 하나로 꼽힌다는데. 정말 볼 것이 많다. 우리나라 처럼 외세의 침입으로 유물들이 손상되지를 않아서 그런지 수백년 지난 책들도 말끔하게 어제 쓴것처럼 보관되어있는 것에 놀랐다. 또한 일본 유물뿐 아니라 중국, 한국 유물들도 있으니 참 괘씸하지만, 잘 해놨고 볼거리는 많다는 거다.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꼭 들러보도록 하자. 그리고 나라에서는 상비된 PC에서 일본의 모든 국보를 사진으로 조회하는 것이 가능했다. 놀라운 것은 해설까지 완벽하게 한글로 번역해서 제공한다는 사실. 일본 생활 전반적으로 느낀것이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컨텐츠의 깊이라던가 양은 정말 엄청나다.

5. 숙소
하루 2명에 2300엔짜리 숙소에서 잤는데.. 숙소는 돈을 아끼지 말도록 하자. 일본 일용직 노동자들이 장기 숙박하는 숙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거미, 바퀴벌레등과 같이 잘 생각이 아니라면 적어도 4000엔은 이상되는 숙소에서 머물도록 하자. 인터넷이 안되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던지;

일본 생활의 단편

회사에서 내 옆자리에 앉는 하마미치 에이지씨.
공장과 영업부와 중간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늘 바쁜 그는 하루종일 외근을 나가있는 일도 많다.
그런 그와 공장 견학을 갔을때 차에서의 대화.

“일본에서 차 라이트를 반짝거리는 건 ‘아 먼저 가세요’ 이런 의미잖아요. 한국에서 라이트를 반짝거리는 것은 ‘내가 먼저갈꺼니까 가만히 있어!’ 라는 의미에요. 반대로.”

“도쿄 근방은 그런 의미지만, 일본도 다른 지방에서는 한국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곳도 있어요.”

일본도 지방에 따라 성격이 다양한가보다.

영업사원인 하기와라 사야코씨.
그녀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한국에 여행을 온적이 있다고 한다. 명동이라던가 와본일이 있는 것 같지만 꽤 오래전 일이기 때문에 어디에 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기억을 물어보니..

“한국에서 귀국을 위해 공항에 가는데 상당히 이른 아침 비행기였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맞은편에 앉은 할아버지가 꼿꼿하게 부동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자고 있는거에요. 근데 갑자기 움직이더니 가방에서 빵을 꺼내서 먹기 시작하는 거에요. 눈을 감은채로. 그 상태로 가방에서 음료수까지 꺼내서 아침식사를 끝냈는데 도중에 한번도 눈을 안뜨는거에요. 그래서 신기한 할아버지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출국하기 위한 검사대에 그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거에요.”

한국인도 겪기 힘든 일을 겪어서 그게 한국에 대한 인상으로 그녀에게는 남아있는 것이다.

디자이너인 다카하시 히로시씨.
그는 나이를 잘 모르겠지만 나랑 비슷해보이는데, 꽤나 게임 광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건너간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 큰 흥미를 보이는데..

“한국에는 PC방이라는게 있어서 일본사람들이 빠칭코 가게에 엄청나게 앉아있는 것처럼 모두들 앉아서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어요. 일본이 혼자서 하는 게임문화라면 한국은 온라인으로 같이 하는 게임이 아니면 안되지요.”
“일본에도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라던가 꽤 인기가 있었어요. 일본도 점점 그런쪽으로 변해갈 것으로 생각되요. 게임 센터라던가 하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거든요.”

역시 영업사원인 야바시 마사히로씨.
씨라는 말을 붙이기 좀 그런데, 나와 동갑에 같은 월에 태어난 그다. 일본은 군대가 없기 때문에 올해 졸업해서 처음 이 회사에 입사한 것이라는데.

“신화(신와라고 발음했다) 알아요?”
“신와? 그게 뭔가요?”
“한국의 아이돌 그룹인데 왜 춤추고 그러는 애들 있잖아요”
“아~ 신화요. 신화”
“알고 있구나, 요즘 여자애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제 친구중에도 보아를 좋아하는 녀석도 있구요”

욘사마에 이은 한류 스타는 누굴까. 참이슬 선전에 장동건이 나와서 한국어로 광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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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화들도 오늘로 마지막이네.
돌아보면 역시 즐거웠다.

에비스-다이칸야마-시부야-하라주쿠-오모테산도-시모기타자와-신쥬쿠

 .. 하루 코스로 잡고 싹 돌았다. 아침 8시에 나가서 집에 들어오니 7시가 다 된 시간; 말 그대로 찍고 온 셈인데, 어짜피 거리 구경과 쇼핑으로 유명한 거리들이라.. 산것은 조그만 선물 하나.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다리만 튼튼하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에비스-다이칸야마-시부야 코스는 걸었고, 시부야-하라주쿠는 야마노테센으로 한정거장. 하라주쿠-오모테산도는 역시 걸었고 하라주쿠에서 시모기타자와까지는 신쥬쿠까지 야마노테센으로 간 후 오다큐센으로 갈아타고 갈 수 있다. 이렇게 돌아다녔는데도 JR 하루 프리패스를 사는 것 보다는 매번 표를 사서 다니는 것이 싸다.  

간단한 감상.

에비스 – 볼꺼 별로 없다. 대충 보고 다이칸야마로 고고
다이칸야마 – 이국적인 건물들이 매력이지만, 구역 자체가 좁기때문에 빨리 둘러볼 수 있다.
시부야 – 그 유명한 시부야다. 일본 젊은이의 문화에서 뭔가 즐길 것이 있다면 역시 이 곳이 메카. 길에서 나눠주는 공짜 음료수를 얻었기에 이미지 UP. 곳곳에 유명한 장소와 맛집이 위치.
하라주쿠 – 어울리지 않게 메이지 신궁앞에서 코스프레를 하는 묘한 문화적인 격차가 존재하는 곳. 흑인 삐끼들은 3~4개국어를 구사하면서 호객행위를 한다. 파르페가 유명하다는데.
오모테산도 – 긴자보다 더 명품거리.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이쇼핑만으로도 즐거울 것. 쇼핑을 하고 나오면 고객이 사라질때까지 90도로 인사하는 종업원이 인상깊다.
시모기타자와 – 돈없는 젊은이라면 이곳에서 쇼핑을 즐기자.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구경에 시간가는줄 모를 것. 대학로처럼 소극장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많은 인파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신쥬쿠 – 무슨 말이 필요있을까. 일본 최고의 유동인구를 가진 곳이며 그 사람들을 잡기위해 수많은 업체가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곳. 한국인 관광객을 정말 많이 봤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모든 장소가 사람들로 붐빈다. 모든 장소가 한번쯤 가볼만은 한 곳. 일본의 문화를 단시간에 많이 체험하려면 이 코스가 최고가 아닐까? 게다가 가까운 곳에 모여있다.

드라마 1리터의 눈물 로케지를 찾아서.

  일본에 온지도 3주가 지나, 가이드에 나와있는 곳들은 거의 다 돌아보게 되었을 무렵. 이제는 남는 시간에 어디를 가야할까라고 고민할 시점에. 문득 그래도 일본까지 왔으니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의 촬영지를 방문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춘천을 찾아가는 겨울연가의 광팬 일본인의 기분인건가. 아무튼 몇가지 조건을 염두에 두고 인터넷을 찾아봤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재미있게 본 드라마 일 것. 또 비교적 최근에 본 드라마 일 것. 재미도 없는 드라마,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드라마의 로케지는 가봤자 역시 의미 없음이다. 다음으로는 드라마에서 꽤 의미가 있는 로케지일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거리가 가까울 것. 역시 교통비도 무시할 수 없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드라마 촬영지까지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조건을 두고 검색해본 결과.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로케지. 바로 1리터의 눈물. 두 남녀주인공이 처음만나는 보도교. 중간고사 기간에 이 드라마를 보고 -ㅅ- 얼마나 실수다 라고 느꼈던지; 감동적으로 본대다가, 금요일 오후에는 다치카와에서 인턴쉽의 발표회가 있고. 고작 5정거장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로케지를 아침 일찍 가면 교통비 부담도 거의 없을 것 같아서 결정. 주소를 찾아서 지도 상에서 표시한 후 무작정 아침일찍 이곳 숙소를 나섰다.

  보도교가 위치한 JR 미나미타마 역까지 가려면 꽤 복잡했는데, 미타선을 타고 스가모에서 JR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고 신쥬쿠에서 츄오선으로 갈아타고 다치카와까지 간 다음 또 다시 남부선으로 갈아타고 5정거장 가량을 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1시간 30분 남짓의 기차여행. 다치카와까지는 많이 왕복한터라 별 어려움 없이 미나미타마 역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한 역사는 여기, 도쿄가 맞아? 할 정도의 아주 작고 초라한 역이었다. 주위도 사람이 많이 살만한 동네는 아니고 차가 없으면 꽤 교통이 불편해 보이는 동네. 이제 이 곳에서 예상 시간 40분을 걸어야 목표로 하는 보도교까지 도착할 수 있을 터 날씨가 흐려 햇빛이 안나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다.

  출구가 하나이기때문에 망설임 없이 나가서 직진, 처음으로 만나는 커다란 길에서 오른쪽으로 돌고 곧 나오는 3거리에서 왼쪽으로 도는 길. 자세하게 나온 지도 덕분에 별로 헤매는 일 없이 걸어갈 수 있었다. 단, 문제가 되는것이 처음부터 등장하는 엄청나게 긴 오르막길. 자전거를 타고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신나는 레이스를 즐길 수 있지만, 걸어올라가는 사람이나 자전거를 끌고 나랑 같은 방향으로 올라가는 사람에게는 기가 질리게 할 정도로 계속되는 오르막길이다. 아무리 햇빛이 안나는 날이지만, 이 상황에서 이미 땀이 흥건. 주변이 전부 공원으로 둘러쌓인 녹지였지만, 그래도 더웠다.

  오르막에 이어지는 약간의 내리막을 지나 땀을 식히려고 천천히 걸어가자 나오는 주택가. 주변의 집도 그렇고 참 잘 꾸며놨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들도 다 나지막 하고, 공원에 둘러쌓인데다가 가게들의 인테리어도 일본식이 아닌 어디 유럽이나 미국의 마을처럼 꾸며놨더랬다. 금요일 오전이라 놀러나온 유치원생들이 분수대에서 놀고 있었고, 젊은 아줌마(?)들이 유모차에 아기들 데리고 산보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도쿄에서 적당하게 떨어진 교외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2층으로 된 차고가 딸린 자기 집을 가지고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것이 일본인의 꿈이라나 머라나 하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이런 동네가 바로 그런 꿈을 이룬 사람이 모여사는 곳이 아닌가 싶었다.

  일본은 곳곳에 시설이 잘 갖추어진 야구장이 있는데, 조금 커다란 공원에는 하나씩 있어서 근처의 학교들끼리의 대항전을 하곤 한다. 그만큼 야구를 좋아하는 국민들이고 또 그래서 그만큼의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기도 하다.  지나가면서 옆쪽으로 공원에 붙어있는 커다란 야구장에서 야구를 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볼 수가 있었다. 한 팀이 7:0으로 지고 있었지만 재미있어보였다. 뒤쪽 관중석에는 응원나온 부모님들도 보였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도 응원을 하러 나왔는지 뭐라고 외치면서 경기를 보고 있었다. 일본의 고등학교는 지금 방학일텐데 참 부활동에 열심히구나. 이런 경기장의 잔디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걸까. 정말 잘 관리되는 듯 보였는데 역시 펜스길이는 조금 짧은 듯 했다.

자 이제 이 커다란 다리가 보이면 절반을 훌쩍 넘어 고지가 저 앞이다. 벌써 30분 가까이 걸어 온 탓에 땀은 비오듯 하지만, 그래도 주위 풍경과 일본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원과 공원이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기에 공원 사이로 차도가 있고 이러한 다리를 만들어서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다리 하나하나도  각각의 디자인을 가지도록 만들어서 오피스 중심지의 딱딱한 육교와 비교하면 예술 작품처럼 보이게 잘 해놓았다.
다리를 건너자 앞에 보이는 것은 커다란 육상 경기장. 방금전에 봤던 야구장을 훨씬 뛰어넘는 크기에 잘 정돈된 육상 트랙. 그리고 가운데서는 체육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높이뛰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저 멀리 스탠드 근처에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뭔가 달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무슨 동네 주민을 위한 행사가 아닐까 싶었다. 공원을 도는 중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을 계속 마주쳤는데, 역시 건강을 위해서 운동에 열심히인것은 우리나라나 마찬가지 인 것 같았다. 전에 황거 앞에서도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무척 많았던 기억이 났다. 이제 이 공원의 오른쪽에 있는 체육관을 지나면 지도상으로는 거의 다 온 것. 마지막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차도로 내려가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조금 가자 공원의 끝 부분이 나오고 저 멀리 놓여있는 다리가 보였다. 지도상으로는 저 다리가 로케지!  빠른 걸음으로도 40분이나 걸리는 거리를 지나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아마 역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배차시간도 길 뿐더러, 정류장이름도 알 방법이 없어서 무식하게 걸어올 수밖에 없는 이 길. 다리가 불편하면 찾아올 수도 없는 로케지다. 아무튼 이런저런 불평하면서 걸어왔지만, 이 사진을 찍은 상황에서는 마구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힘들어서 실행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언덕을 모두 내려가자 나오는 다리로 올라가는 입구. 사실 이 다리는 공원과 주택가를 연결하는 다리. 즉 공원의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반대편은 언덕으로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있는 주택가의 위쪽 부분과 연결되어있는 것이다. 올라가는 길은 역시 직선으로 쭉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경사면과 평면이 교차로 나타나고 있었다. 뭔가 특이함을 추구하면서 꾸미고 싶어하는 일본인의 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보도교의 위로 올라가자 보이는 다리의 전체 모습. 드디어 온 것이다. 1년 전쯤의 여름에는 이 곳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날씨가 흐려서 선명하게 찍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이 곳이 바로 사와지리 에리카양이 넘어져 있었고. 남자주인공(역시 이름을 못외운다;)이 도와준 그 다리. 드라마에서는 한쪽으로 세워져있는 엄청나게 많은 자전거가 있었지만, 사실 다 스텝이 가져다 놓은 것. 이러한 다리에 그렇게 많은 자전거가 서 있을 리가 없다. 주위에 역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약 15분간 주위를 돌고 사진을 찍고, 셀프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했지만, 단 한명도! 다리를 건너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없는 이곳이다. 저 기둥은 단지 장식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기둥 주위를 둥글게 돌아가면서 지상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존재한다. 이 다리의 위쪽과 아래쪽에도 역시 차로를 건너가는 다리가 있는데 둘다 다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다리 마다 다르게 디자인 되어있으므로 역시 다리 마다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 다리 이름은 나가미네바시. 아무튼 아무도 안보는 이 다리에서 혼자 뛰어놀다가 다시 온길을 거꾸로 헥헥 거리면서 걸어온 그러한 슬픈 이야기 이다.

  요즘은 사와지리 에리카양을 자이리쉬라는 자이리톨의 짝퉁 같은 껌 선전과, 가네보 였던가. 화장품 선전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금요일에 하는 태양의 노래라는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 드라마의 주요한 로케지인 에도시마 근방을 그저께 다녀왔더랬다. 오늘 올린 포스트는 저번주 금요일의 이야기. 시간이 나는대로 그쪽도 정리해서 올려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