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배낭여행 2009 [2]

07.14

   중국 북경국제공항 경유

   하늘은 뿌옇지만 생각보다는 날씨가 좋다. 흙먼지가 섞인 대륙의 냄새(?)가 난다. 약 2시간의 Transfer 시간. 생각보다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우리처럼 환승하는 승객들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간단한 영어도 통하고 생각보다는 느낌이 좋다. 생각지도 않은 기내식을 먹어서 인가보다. 이 공항은 새로 지은 건물인가? 깨끗하고 모든 것이 최신식이다. 체온이 조금씩 따뜻해지고, 열이난다. 새로운 공기와 기압에 적응하는 느낌이다. 기내에서는 가능한 따뜻하게, 편하게, 수면을 취해야겠다.

   탑승 시작

   좁다란 기내에 틀어박혀 있는 것 보다는 밖에서 최대한 스트레칭을 하고 공기를 들여마시고 나중에 들어가는 편이 좋다.

   울란바토르 상공

   기장이 방송으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몽고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멋진 경치를 감상하라고 한다. 까마득한 높이에서 말라버린 초원 한가운데 있는 나지막한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보로딘의 음악 “중앙 아시아의 초원에서”가 생각난다. 비행기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먼거리를 짧은 시간에 갈 수 있어서. 혹은 그 속도를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백년전까지 모든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해발 8800m가 넘는 ‘하늘’에서의 광경을 강인한 체력과 고통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겸손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이처럼 하늘에서 나와 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지표면의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까마득한 창공에서 수키로 떨어져있는 땅과 끝도없는 곳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면 나 이외의 다른 부분이 얼마나 거대한지, 그에 압도될 수 밖에 없다. 지상으로의 한계가 있는 View와 하늘로의 한계가 없는 View는 각기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빈 숙소 도착

   역시, 새로운 표지판과 언어, 그리고 건물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명백한 지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숙소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이미 밤이 되어 도착한 숙소의 풍경에는 하루가 저물어 버린 나지막함만이 남아 있었다.

07.15

   빈, 첫날의 아침

   아침 5시부터 일어나서 6시가 될락말락하는 시간부터 숙소를 나섰다. 비교적 도심 관광지에서 가까운 숙소 덕분에 약 15분 정도를 걸어가면 볼거리가 잔뜩 모여있는 중심시가에 도착할 수 있다.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거리에 빵을 굽는 냄새와 전차의 종소리만이 가득 차 있었다.

   빈, 구왕궁, 신왕궁

   빈은 오스트리아의 수도이자 합스부르크 왕조의 중심도시 답게 오랜 기간에 걸쳐서 증측, 신축된 왕궁들이 다양하게 남아있는데, 이를 돌아보는 것 만으로도 꽤나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역사나 건축에 대해 조예가 깊다면 다양한 건축물들의 세밀한 차이에 집중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약간의 입장료를 내면 실제 궁궐의 방 몇개를 돌아볼 수 있는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빈, 슈테판 대성당

   빈은 구시가가 잘 보존되어있기는 하지만, 최신식의 건축물도 하나둘 들어서고 있는데, 오래된 성당 옆의 이러한 사이버틱한 건물은 수백년의 차이를 한눈에 느끼게 한다.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관광지로서의 가치는 문화의 탄탄한 기반에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성당의 거대한 몸집에는 그 세월을 버텨온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화재와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그것이다. 눈으로 이들을 확인하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보았다. 성당 특유의 경건함에 발소리마저 조심스럽게하고 살며시 사진을 찍었다.

  

   빈, 미술사 박물관

   왕궁의 하나를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다. 주로 1400년대 이후의 서양회화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왕조에 의해 수집된 이집트, 그리스, 로마시대의 유물도 볼 수 있다. 내부의 휘황찬란한 장식과 벽화들은 왕족들이 얼마나 호화로운 삶을 누리고 살았는지 짐작케한다. 이러한 문화유산이 잘 보존되어 남아있어서 이를 또 다른 문화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루벤스의 그림이 여러점 전시되고 있고 이를 통해 그림의 거대한 크기와 내용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박물관을 빠르게 흝어 보았음에도 3시간이 넘는 관람시간이 소요됐다. 아침 일찍 나선탓에 오후 늦게부터 피로해져서 오늘 하루는 이를 마지막으로 숙소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동유럽 배낭여행 2009 [1]

  벌써 인천공항에서 익숙한 한국 공기에 놀란지도 한달이 되었다. 그 동안 새로운 회사에 들어갔고 수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으며 매일 새로운 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막상 여행을 떠날때는 그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고자 했으나 정신없는 생활 속에서 많이 희미해진 지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곰곰히 곱씹어보는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퀄컴 IT TOUR 시리즈도 한참 걸렸는데 그 보다 기억할 것이 많은 이번에는 얼마가 걸릴지 모르겠지만.


  동유럽 유레일 패스를 구입하고 항공권을 예약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너무 급박하게 정해진 여행이라 충분히 오랜기간 준비할 시간이 없었고, 따라서 다른 사람이 다녀온 여행기를 보고 일정을 거의 배끼다 시피 참조했다. 15일 정도의 일정을 생각했고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체코의 4개국을 돌아보기로 했다. 한 나라당 3~4일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유레일 패스는 동유럽패스 기본 5일 권으로 구입했고 주로 국가 간 이동 야간 열차에 많이 이용했다. 가격은 어딜가나 대동소이하다고 생각되어 항공권을 예약한 여행사 사이트에서 주문했다. 다행히 2일만에 집까지 배송되어서 출발 하루 전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숙소는 오스트리아 빈/체코 프라하에서의 각각 2박 정도씩만 예약했다. 한인 민박이 아닌 유스호스텔 위주로 숙소 계획을 세웠고 주로 8인 사용의 도미토리를 이용했다. 중간에 일정이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모두 예약하는 것을 지양했다. 7월 꽤나 붐비는 성수기에 출발했지만 단 한번만 숙소가 모두 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찾아가는 숙소에서 방을 구할 수 있었다.


  항공권은 워낙 급박하게 구한지라, 93만원 정도에 베이징을 경유하는 아시아나/오스트리아 항공으로 구입했다. 직항도 있고, 두바이, 터키를 경유하는 등 다양한 항공편이 있었지만 모두 가격이 비싸거나 매진이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조금 일찍 예약하면 80만원 대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여행에 대한 간단한 요약은 이쯤하고 다음 포스팅부터는 음악의 도시 빈 부터 곱씹어보도록 하겠다.

나는 왜 동유럽으로 떠나는가?

  나는 참 집 떠나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학교와 직장들이 항상 집 주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다 짜여진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싫어하는 타입? 물론 일상을 내가 잘 정돈해서 변화시키는 것은 좋아하지만 여행처럼 내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나를 내버려두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싫어한다, 성향에 맞지 않는다” 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떠나는 것에 대한 동경은 있다. 그래서 이번 여름, 더 늦으면 가지지 못할 유일한 기회와 마주쳤을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두가지 선택지 중에서 조금 더 용기를 내서 결론을 내기로 했다. 세계 지도에서 내가 가본 곳과 안가본 곳을 색칠할 것도 아니고 또 블로그에 카테고리를 더 만들고 싶어서도 아니고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할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나의 자연스러움을 거스르고 배낭을 매고 비행기를 타게 만들었다.

  나는 그 선택을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가? 잃을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젊으니까, 젊기 때문에 고작 손해보는 것은 시간과 돈 뿐이다. 얻는 것은 아직 미지의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경험 속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 인지는 순전히 나에게 달려있는 일이다. 일단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경험이라는 보따리 꾸러미를 짊어지고 돌아올 수 있기를, 또 지금의 두근거림이 여행하는 동안 꼭 그만큼의 뿌듯함으로 바뀌었으면.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6]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1]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2]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3]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4]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5]


 드디어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다. 밤을 새워서 이야기를 하느라 눈이 반쯤 풀린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마지막 날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더 아쉬운 일이다. 오늘의 일정은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보는 것 뿐. 그 이후에는 저녁 식사를 하고 LAX로 이동해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이다. 계속 마셔댄 맥주 때문인지 속이 좋지 않아서 식사로 가져온 베이글도 채 한조각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 혹시나 뜨거운 물로 씻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평소의 2배의 시간동안 샤워를 했지만, 역시나 거의 반쯤 잠들어 있는 상태. 아무래도 따뜻한 햇살을 봐야 에너지가 솟을 것 같아서 호텔 밖으로 나가 보았다.

나지막 하지만 호텔 규모는 상당히 크다

 다행히 따뜻한 햇살을 보니 좀 상쾌해지는 것 같다. 그리 많이 산 것도 아니지만, 쇼핑한 짐과 빨랫거리를 가득 밤은 가방, 노트북등을 잔뜩 우겨 넣은 캐리어를 들고 로비로 모여야 했다. 피곤함에 단순히 쑤셔 넣어서 가방을 챙겼다. 이제 미국에서는 다시 열어볼 일이 없으니 말이다. 물론 서울에 도착해서 어머니에게 한소리 듣긴했다; 이제 익숙해진 아침 집합이 오늘로 마지막이구나. “한 일주일만 더 놀면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번에 출발하는 5기분들도 마찬가지 생각이 들테니 여행내내 잠을 자지 말고 즐겨라! ㅋ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숙소의 북쪽에 위치한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LA의 다운타운이 왼쪽으로 보이고 살짝 더 올라가서 왼쪽 멀리까지 나지막한 언덕 동네가 그 유명한 Beverly Hills.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조금 더 올라간 언덕에 위치해있다. 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헐리우드와 붙어있기도 하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확실히 디즈니랜드보다는 타고, 보고, 즐길 것이 많은 유니버셜 스튜디오지만, 단지 아쉬운 것은 그 놈의 시간이라는 녀석이다. 누구와 같이 다닐지도 미리 알 수 없고, 프로그램이 어떤지도 미리 알 수 없으므로 사실 도착해서 스케쥴을 짜는 시간이 꽤나 많이 든다. “꼭, 이거는 봐야겠다!” 싶은 것만 마음 속에 넣어두고 사수하자. 대세가 주로 놀이기구를 타는 쪽으로 물론 흐르겠지만, 중간중간 다니면서 마음에 들었던 영화의 세트라던가, 케릭터 인형을 쓴 분장한 사람들도 자주 보이니 잔재미도 놓치지 말자~

 일단 입구에서 집합. 그리고 표를 분배한 후 언제 어디로 모이라는 지시를 듣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마음에 맞는 그룹과 조별 행동이다. 뭐, 주로 자연스럽게 같이 다닐 사람이 정해지니까 그냥 묻어가면 되겠다. 그리고 LAX 도착해서 처음 버스에 올라탈때 앉는 자리가 일주일간 앉을 자리고, 또 그 주변사람들과 아무래도 이야기를 많이하게 되므로, 신중을 기해서 마음에 맞는 상대를 고르자~

단지 무생물의 동상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자, 이제 신나게 뛰어들어가서 헐리우드의 세계를 즐겨보자. 사실 여기부터가 기억이 애매한데, 내가 뭘 타고 다녔는지 도통 알수가 없다. 우선 다들 모여서 쥬라기공원을 탑승했고, 그 다음에 미이라를 탓던 것 같고, 그 후로 무슨 영화 특수효과 스튜디오를 본 것 같고, 슈렉 영화를 관람한 후에 워터월드를 구경했던가. 아, 중간에 뭔가 하나 빠진 것 같기도 하고, 밥도 먹은 것 같고 하지만, 역시 자세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ㅠ _ㅠ 역시 다녀온지 일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자세하게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다.

영화의 특수 효과를 보여준다

 서울랜드, 에버랜드, 롯데월드등으로 초,중,고등학교 소풍을 줄기차게 다니며 쌓인 내공이 충만하다면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별거 아니다. 같은 마인드로 가자!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미이라가 아닐까 한데, 전의 Sea world에서 아틀란티스 처럼 기본적으로 한국에서와 같은 탈 것으로 보이지만, 약간의 다른 포인트가 있어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반전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매력! 후룸라이드와 아틀란티스는 갑자기 흔들거리며 솟구치는 것이 다르다면, 미이라는 신나게 레일 위를 달리다가 벽앞에서 갑자기 멈추는데, 한숨 돌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릴라 하면 갑자기 뒤로 신나게 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눈치채는 것이다. 역주행~!

윗층과 아래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윗층과 아래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사이를 높다란 에스컬레이터가 이어준다. 사실 옆으로 계단도 있는데, 장난으로 “가위바위보에 진 사람은 뛰어 올라가기.” 이런 것을 했다가는 진 사람과는 투어가 끝날때까지 쌩까게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쓸데없는 짓은 안하는 게 좋겠다 -ㅂ- 뭐,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 이다. 따라서 윗층과 아래층을 왕복하면 시간 낭비가 상당하므로 아래층에서 볼꺼 다 보고, 위층으로 이동해서 볼꺼 다~보는 식으로 하면 좋다. 에스컬레이터 매니아들은 위아래 왕복만 해도 행복하겠다.

 우리의 경우는 각자 자유롭게 행동 한 후에 워터월드 쇼가 하는 오후 늦은 시간에 다시 모이기로 정했으므로 그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돌아다녔다. 사실 워낙 넓고,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위에서도 말했지만, 하루만에 다 보기는 무리다. 우리나라에도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생길 예정이라고 하니, 비록 다 못 보더라로 조금 기다리면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보지 않아도 될 것 같기는 하다.

워터월드, 영화는 망했지만, 쇼는 유명하다

  워터월드 쇼의 시간이 되어 입장하고, 여기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가까운 곳에는 상당히 물이 튀므로 주의를 요한다. 그리고 사실, 분장한 스텝들이 물을 계속 관객들에게 쏴댄다. 자리를 찾아 걸어가는데, 등에서 뭔가 축축한게 느껴지는데, “잉?”하고 뒤돌아보니 왠 해적 아저씨가 물총으로 쏘고 있었다. 물론 맞는 사람도 기분 나쁜게 아니라 같이 그 분위기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젖은 옷이야 강렬한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금새 말려준다. 영화 내용과 살짝 다른 스토리를 15분 정도에 압축해서 보여주는데 마지막에 무엇인가 날아오는 것이 압권. 하루에도 똑같은 연기를 수십번 해야하는 배우들은 좀 지겹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보는 나야 재미있었지만 말이다.

이런 잔재미를 놓치지 말자~

 자, 이제 워터월드 쇼를 마지막으로 유니버셜 스튜디오와도 이별을 고할 시간이 왔다. 하루종일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타느라 별로 사진을 찍을 기회가 없었는데, 나오는 길에는 아쉬운 마음에 메모리의 여유 공간이 가득하도록 사진을 찍어댔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 갈락말락하는 저녁쯤, 정문을 통해 나와서 버스에 올라탓다. 언젠가 또 올기회가 있을 것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정도라면 말이다. 이제 퀄컴 IT TOUR 2006의 모든 프로그램도 사실상 종료 된 것이다. 물론 저녁 식사와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일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저녁 식사를 위해 간 곳은 한식 뷔폐. 하지만, 왠일인지 별로 먹을 수가 없었다. 음식은 맛있는게 참 많았는데, 막상 끝났다고 생각하니 왜이리 기분이 우울해지는지, 한국가기 싫어요 ㅠ _ ㅠ 이러면서 억지로 꾸역꾸역. 한사람씩 투어 소감을 말하면서 식사를 하고, 모두들 무사히 일정을 종료한 것에 대한 건배. 짠. 수고하셨습니다! 이미 식당을 나왔을 때는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모르는 길을 달려달려 공항으로 이동. 공항으로 이동할 때에는 거의 모든 일행들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 짧은 시간에도, 그렇게 피곤하도록 모두들 젊음을 불태운 것?

입국한 곳으로 회귀

 전 LA 시장의 이름을 딴 국제 공항 터미널에서 역시나 보딩패스를 발급 받고, 몇 시간 남은 동안에 면세점 구경을 하고 시간을 적당히 보내다보니, 탑승시간이 다가워 왔다. 액체 폭탄 테러 발견 때문에 세심한 검문검색이 있었다. 검문대를 통과해서 부터는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쏟아지는 잠 때문에 의자에 앉아서 한참을 졸았는데,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 비행기 입장이 시작됐다. 태평양을 날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얼마나 시간이 빠르게 안가는지, 화장실도 왔다갔다 하면서 지겨워했는데, 날아가는 비행기에서는 좌석에 앉자마자 한번 잠에 푹 빠지니, 인천에 도착해서야 깰 수 있었다. 식사도 못한 듯.

 인천 국제 공항에 도착해서는 모두들 이상이 없는 것을 체크하고 매우 피곤한 상태라 그런지 별도로 아무것도 없이 해산. 나도 한시간에 한번 있는 공항 버스 스케쥴이 아슬아슬해서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튀어와서 버스를 탔다. 문득 버스에 탑승 할 때, 미국에서 익숙해졌던 이국적인 버스의 내부 모습이 아닌 내가 20년이 넘도록 타왔던 버스의 모습인 것을 깨닫고는 이제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상황이구나, 현실로 강하게 끌어당겨지는 것 같은 느낌. 이렇게 일주일 간의 꿈같은 여행이 끝이 났다. 끝은 아쉬움이 남은 채지만, 모든 “결”에는 평범함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일년전의 기억을 추억하면서 쓰기 시작한 이 기행문도 이제 끝을 맺어야겠다. 5기의 원서 접수가 끝나기 전에 어떤 성격의 프로그램/여행인지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도로 쓰기 시작한 글이 한참을 길어져서 몇달 만에야 끝내게 되어버렸다. 비록 이제는 별로 쓸모 없겠지만, 다음에 6기, 7기로 계속 이어진다면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5기 일정이 시작하기 전에 완결을 지었다는 점. 생각나는 것을 두서없이 연결했지만, 잘 읽으면 뭔가 도움되는 부분을 발견 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없으려나? 아무튼 끝으로 갈수록 귀찮음에 성의 없어지는 이 글도 마지막 까지 읽은 분들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요즘 들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느끼는 건데, 다른 사람이 보는 자신의 이미지라는 것은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보면 어떤 객체에 대한 가치라는 것도 그 물건 그 자체의 속성이 아닌 자신이 그 객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100%가 좌우된다는 간단한 사실도 눈치챌 수 있어 보인다.

 어떻게 보면 이 IT TOUR도 누군가에게는 단지 일주일간의 휴가일 수도 있고(그것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또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의 추억이자, 무엇인가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그 가치를 좌우하는 것은 투어가 예정 되어있는 사람이나, 투어 중인 사람이나, 혹은 투어가 끝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이 투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아주 간단한 마인드의 차이에서 결정 지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입장에 있는 사람이든 소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소중한 가치를 찾기를 바란다.

[完]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5]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1]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2]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3]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4]



4편에서 그렇게 투어의 가장 중요한 일정을 넘겼다. 앞으로 남은 일이라고는 정말 관광객이 되어서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돌아보고 귀국하는 것 뿐. 끝났다는 해방감에 정말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놀 수 있었지만, 남은 일정이 2일 밖에 없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시리즈 포스팅도 더 이상 도움이 될 정보를 담는 것 보다는 어떤 일정을 돌아봤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마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더 이상 쓸 내용이 없기도 하다;) 

 전날 맥주와 양주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일행은 다음날 아침 예정된 시각 9시에 호텔을 출발했다. San Diego를 떠나기에 앞서서 근처의 전망 좋은 곳 등을 둘러본 후 LA로 이동할 계획이다. 미국의 탁 트인 스케일 이란 감탄이 나온다. 최근에 스쿠터를 장만한 이후에 우리나라에서도 야경이 아름다운 높은 곳을 찾고 있는데, 이런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서울에 있을까? 이곳도 무언가 이름이 있었는데, 일년 가까이 지난 지금와서 생각해보려니 기억이 가물;


밤에 둘러보고 싶다



 이 전망 좋은 곳에서 아침을 즐긴 후 LA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중간에 Irvine에 위치한 첼시 아웃렛에서 쇼핑. 각종 패션 상품들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GAP 정도의 브랜드는 2만원 안쪽으로, POLOTommy hilfiger도 3~4만원. CK도 5만원을 살짝 더 주면 셔츠정도는 모두 구입이 가능했다. 특별히 할인 하는 것들은 더 쌌다. 6불정도 하는 타미 힐피거 반팔 티셔츠를 명동 매장에서 10만원 가까이 받던데, 디자인은 같고 색만 달랐다. 확실히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기름 값과 옷값은 일본,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월등히 비싸다. 큰 돈을 가져가지 않아서 15만원어치 정도의 물건만을 구입했지만, 50만원정도 가져가서 사이즈 보지 않고 사온 다음 우리나라에서 되팔아도 꽤나 남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귀찮음이 문제겠지만.    


 LA에 도착한 이후 근처의 한인 식당에서 오랜만의 한국요리를 맛 본 후 호텔에 체크인. San Diego에서 숙박했던 곳 보다는 살짝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호텔이었다. 침대도 더 크고 말이다. LA까지의 이동시간과 식사, 그리고 체크인을 대규모의 인원이 움직이다 보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말았다. 디즈니 랜드를 충분히 즐기려면 서둘러야 한다. 모두들 방에 짐을 풀고는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로비로 집합. 디즈니 랜드로 출발했다. 무려 컴팩트 카메라임에로 불구하고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서 삼각대를 준비해 왔는데, 정작 이 때 방에 두고 나오는 바람에 좋은 야경을 하나도 못찍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ㅠ _ ㅠ


깨끗하게 장식된 로비



 비록 서둘렀지만, 디즈니랜드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오후 늦은 시간이었고 주어진 자유시간은 4시간 남짓할 뿐이었다. 결국 많은 것을 보는 것은 포기하고 유명한 것만 골라서 구경하기로 했는데, 그마저도 이런저런 사정들로 인해 여의치 않아서 결국 딱 2개의 놀이기구만을 탓을 뿐이었다. 순환 열차까지 포함하면 3개. 물론 놀이기구등을 타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디즈니 랜드에서 논다는데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일본에 있을 때 회사에서 일하던 동료분이 “일본 디즈니 랜드나, 오사카에 갈꺼면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보지 그래요? 한국에는 있나요?” 라고 물어보시길래, “한달 뒤에 미국으로 진짜를 보러갑니다.” 라고 왠지 뿌듯하게 말해준적이 있었다.


웰컴 투 디즈니랜드



 처음에 각각 흩어져서 우리 일행히 보러 간 것은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를 정말 정말 재미있게 본 나는 기대를 하고 입장했으나, 솔직히 말하면 롯데월드의 신밧드의 모험과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영화에서 익숙한 처음에 조니뎁이 감옥에서 탈출하는 장면이라던지 칼싸움하는 장면등이 묘사가 되어있어, 영화를 연상하면서 보면 스토리가 다시 한번 리와인드 된다는 것 정도.


 결정적으로 캐리비안의 바다를 누비는 일행이 탄 배가 고장이 나서 조니뎁이 이상한 알수 없는 해적 노래를 부르는 곳 앞에서 멈춰버린 것이다. 덕분에 무려 30분이나 그 곳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감금 되어있어야 했는데, 계속 무한 반복되는 그 해적노래에 나중에는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안내방송으로는 안전상의 이유로 움직이지 말고 앉아만 있으라고 하고. 씨월드에서도 타고 싶었던 놀이기구를 고장 때문에 못탓는데, 미국 사람들이 만들어서 자동차 처럼 잔고장이 많은건가.


짝퉁 조니뎁이 돌아다님 하지만 고퀄리티



  캐리비안에서 구조된 후 지체된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 서둘렀다. 나름 디즈니 랜드 순환 열차도 의미 있을 것 같아서 열차를 기다려서 타고는 재미있다는,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롯데월드의 혹성특급인지 뭔지 비슷한 것을 타러 가기로 했다. 사실, 정말 성인들이 즐기기 좋은 놀이 기구는 디즈니 랜드가 아닌 옆에 붙어있는 캘리포니안 어드벤쳐(?)가 더 재미있다고 얼핏 들은 것 같다. 하지만 불꽃놀이 때문에 디즈니 랜드를 선택.


왠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생각난다



 실내에서 타는 의자가 씽씽 돌아가는 열차를 오랜 기다림 끝에 탑승한 후에 일행이 모이기로 한 장소로 이동했다. 아직, 불꽃 놀이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근처 식당에 가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근처의 피자를 파는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고 두리번 거리자니, 서버로 일하고 있는 아가씨가 우연히 한국분 인 것이다. 대학생인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시다나, 반가워하면서 특별히 친절하게 이용법을 가르쳐 주셨다. Thank you~


 저녁을 먹고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혼잡한 곳



 저녁식사 후에는 혼잡한 거리에 앉아 불꽃놀이 시작시간을 기다렸다. 왠지 부슬부슬한 비에 불길했는데, 어김없이 불꽃놀이 시간이 되니 “오늘 불꽃놀이는 비로 인한 위험으로 취소한다”는 방송이 영어와 멕시코(?)어로 나왔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허탈함에 “우리는 불꽃놀이를 보고 싶다”고 다같이 소리높여서 외쳐봤지만, 반응은 없고, 디즈니 성 위에서 미키와 미니가 나와서 죄송하다는 인사만 할 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꿈과 희망의 디즈니 랜드 



 그렇게 일행의 짧은 디즈니 랜드 체험은 끝이 났다. 삼각대가 없어서 야경도 제대로 못찍고, 놀이기구도 많이 못타고, 비록 남은 것이라고는 18불짜리 남은 달러를 모두 털어서 구입한 구피 인형이 전부였지만, 며칠에 걸친 긴장속의 여행이 끝나고 놀이를 위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달라진 기분을 느끼고 마음껏 놀 수 있는 것이 즐거웠다.


 또! 이 날은 호텔로 돌아와서 무제한 제공되는 맥주로 밤이 새도록 일행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대학교 3학년이 되어서 1학년 MT 때나 맛볼 수 있는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밤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딱딱한 민박 바닥과 소주가 아닌 호텔 침대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말이다. 모두들 내일이면 귀국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밤의 끝을 잡고 있는 것이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아침을 맞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내일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관광 뿐이다. 그 후로는 밤에는 귀국하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잠에 빠진 사이 태평양을 건너 인천엔 도착하는 것 뿐.


[6]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