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하루전!

어제서야 인턴쉽에 관련된 뭔가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숙소도 결정되고, 환전도 완료하고 이제서야 가는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짐을 싸는 일까지 완료 했는데, 늘 매는 가방에는 각종 디지털 기기와 공부자료. 그리고 캐리어에는 옷과 생활용품을 챙겼다. 10kg, 20kg 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데 뭐 넉넉하다. 합쳐서 10kg가 될라나.

내일부터 5주의 인턴쉽. 작년 4월에는 4주 군사훈련을 다녀온 일이 있었는데 그때의 느낌이랑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자유가 있는 5주와 자유가 없는 4주.

아무튼 경험은 남는 것. 힘내서 가보자!

출발 3일전!

국제선 항공기는 타본 적이 없는 나의 처음 해외 방문이 일본이라는 것은 다소 안심할만하다. 일본은 세계 어느나라랑 매치시켜봐도 우리나라랑 닮은 점이 가장 많은 나라니까 컬쳐 쇼크라는 것이 가장 적지 않을까~ 생각 때문이고, 또 영어 빼고 한국어 빼고 할줄 아는게 일본어 밖에 없으니 언어 학습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뭐, 이래저래 해도 제일 가깝다는게 크지만 말이다. 어쨋건 포르투갈 말을 쓰는 남미에 가는 것 보다는 수십배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한달이 넘는 기간 체류해야 하고 게다가 아주 프리한 여행이 아니라 회사에 출근해서 정해진 시간동안 일을 해야 한다는 상황은 별로 안심할 만한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불평이 있건 불안이 있건 3일 남은 이 시점에 투덜거린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고.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주위에서 흘러가는 5주와 내 주머니에서 흘러나가는 수만엔을 사용해서 가장 멋진 보상을 받느냐. 하는 것이다.

여행이라고 부르기는 무리가 있는, 즉 일주일을 쪼개보면 근무일 5와 노는 2로 나뉘는 일정이기에 여행자로서의 역할 A와 직원으로서의 역할 B를 모두 수행해야 하는 애매한 5주간. 역시 최고의 행동은 두가지 역할을 철저하게 나눠서 하나하나 신경을 쓰는 것이다.

직원으로서의 역할은… 사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뭔가 거창한 다짐이라던가 할만한 단계는 아니지만, 일단 한국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알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은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봐야 지각하지 말 것. 성실 할 것. 등의 원론적인 이야기 뿐이겠지만. 이 이야기는 접어두고, 회사에 도움이 되게 열심히 일한다는 조건이 만족되면 그 다음으로는 나의 멋진 5주간이 되기 위해 할 것들이 남는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일했는데 일본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일한다던지 하는 수많은 차이점들이 눈에 띌 것이고, 왜? 그러한 차이가 있는지 생각하면 문화적인 차이던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A-HA’류의 아이디어던지 뭔가 배울 것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배움의 양과 5주간의 멋짐도(?)는 비례할 것이고 말이다.

여행은 어떠할까. 5주간에 주어진 것은 4번의 주말. 즉 8일의 자유시간인데 도쿄를 크게 벗어나는 것은 재정상, 또 시간상 무리가 있고 도쿄 내부의, 근교의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이다. 여행 책자를 쭉 살펴봤는데, 역시 원하는 모든 것을 알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고 숙소에서 인터넷이 지원 된다 하니까 목표만 정해지면 자세한 정보를 찾아서 주말에 떠나는 것으로 하면 잘못된 정보에 속거나 정보 부족에 해매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나 이외의 세상 모든 것이 바뀌는 경험은 여행 빼고는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자극이 나 스스로를 긍정적인 변화를 가지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과천고등학교.

올해로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5년이 되었다. 아쉬운 것은 해가 한해, 두해 지날수록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 하나하나가 점점 과거로 멀리 사라져 그 흥분, 감동, 슬픔을 떠올리는게 힘들어 진다는 점이다. 이제 25년째를 살고 있지만. 단연코 내가 살아온 시절에서 최고의 순간은 고등학교를 다닌 3년이었다.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운동장의 뿌연 먼지.
봄이되면 교문 진입로 양옆으로 가득 핀 벛꽃.
점심시간이 되면 당번이 밀고 오는 급식 카트 소리.
전일제의 토요일이면 PC방으로 변하는 컴퓨터실.
인기있는 여학생을 보기위해 2층 도서실로 몰려든 남학생들.
야자시간 중간에 나가서 사먹는 컵라면.
지리산으로간 수학여행에서 봤던 귀를 기울이면.
수능보는 날 나 하나만을 위해 학교까지 찾아오신 담임선생님.
그리고 이 모든 추억을 아름답게 보이게 한 3년을 함께한 친구들.

누구에게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해줄 기회가 있을때면 그때마다 정말 신나서 어쩔줄 모르면서 흥분해서 끝없이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다. 또 이런 기억들을 더 생생히 느끼고 싶고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가끔은 고등학교 시절의 ‘과천’이라는 세계를 실제로 보고 밟아보기도 한다. 스스로에게 가끔 ‘너 너무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에 빠져 사는거 아냐?’ 라고 물어보게 되기도 하지만. 어쩌랴, 정말 정말 좋은걸.

나는 내 고등학교 시절을 나름대로 정말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지는 못했다. 몇가지 실수를 했고 또 그 실수는 지금까지 이어져 나름대로 내 삶을 내가 원하는대로 이끄는데 방해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가끔은 아 조금만 더 좋은 고등학교 시절을 보낼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후회하기도 한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단조로운 삶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방향성을 가지던 좋다. 미성년으로서 가질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마음껏 펼치면서 그 시절을 추억으로 가득차게 만들라는 것이다. 체육시간에는 죽어라 뛰어야되고. 수업시간에는 딴 짓을 해도 좋으니 깨있어야 하고. 누구를 좋아해도 죽도록 좋아해야 하고. 친구들하고는 마음껏 소리질러야 한다. 공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공부가 장애가 되지 않을 정도만 해라. 그런 와중에 자신이 정말로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어도 지치지 않는 것을 하나라도 발견하는 것에 고등학생까지의 생활이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2번 똑같은 일이 반복될수는 없다. 그래서 현재를 사는 사람은 심호흡을 크게하고 허리를 펴야하고. 과거속에 살고 있는 나는 현재의 나에게 항상 잔소리를 해 대야 하나보다.

제주도 (2005.7.16~2005.7.18)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갑자기 가게된 제주도 여름 여행~
뭐, 돈이 예상보다 조금 더 든것 빼고는 시간도 알뜰하게 쓰면서
잘 돌아다니고 놀았다.

하루정도 더 놀고 싶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또 그만큼 놀면 뒤에 남는 아쉬움도 커지기에 적당한 시간동안 깔끔하게 놀고 끝낼수 있어 좋았다. (고는 해도 오늘 회사에서 꾸벅꾸벅 많이 졸았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라면 역시 성산 일출봉 높고, 넓으면서, 사방이 뚫린 마치 예전의 땅끝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던 곳이 생각나는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