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국내 모 드라마에서 “암세포도 생명이에요” 라는 대사를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원래 자극적인 대사로 유명한 드라마 작가라니 뭐 그러려니 하지만, 지난 주 운동을 하면서 생각을 해보니 암이란 것이 참 특이한 질병인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의 사망 원인 중 항상 부동의, 압도적인 1위를 지키는 암. 하지만, 암의 원인은 세균도 아니고, 바이러스도 아니고 그냥 우리 몸의 세포가 나타내는 특이한 행동이 원인이 된다. 아이러니 아닌가? 최고의 사망 원인이 외부 원인이 아니라, 내부 원인이라니. 그것도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이, ‘나’ 를 이루는 하나의 소 집합이라고 보면, 이것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자살과도 같은,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사람을 죽이게 되는 원인은 잘 연구되어 왔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번식을 위해 그 숙주를 이용하고, 이 과정에서 숙주가 죽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재채기를 한다던가, 콧물이 난다던가 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다른 숙주로 이동을 위해 유발 시키는 행위이고, 신체의 발열은 바이러스의 번식을 막기 위한 신체의 자기 방어 적 증상이다.
하지만 아무 이유도 없이, 암은 그냥 스스로 생겨난다. 이것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내 생각에 암은 사회적 병이다. 사회의 존속에 도움이 안되거나, 방해가 되는 개체를 희생시키면서, 그 개체의 유지를 위해 이용되었던 사회적 자원을 재 배분하고, 사회를 오래 영속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나타난 유전자 속의 장치라고 해석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과거 자연 선택에 의해 자연스럽게 사라졌어야 할 유전자가, 이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살아남는다. 따라서 이러한 “자연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유전자의 Trigger인 것이다. 연구나 실험의 결과는 아니지만, 내 직관에 그럴만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흔히 우리가 발암 물질, 발암의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행태이다. 예를 들어, 흔히 채식을 하는 사람보다 육식을 하는 사람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은 연구의 결과이다. 이 것은 당연히 채식을 하는 사람보다 육식을 하는 사람이 수 십 배의 사회적 자원을 더 쓰는 것이다. 왜냐하면, 채식 동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사람이 먹는 양의 수 십 배의 식물성 식량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가열되어서 탄 부분이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암을 촉진한다. 이것은 날 것을 먹는 것보다 조리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따라서 사회에서의 하나의 개체가 다른 개체의 최소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은 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우리 몸은 육체 활동을 하도록 진화되어 왔다. 정신적인 노동이라는 개념이 보편화 된 것은 지난 100년이 안 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활동은 반드시 육체적 활동을 수반하고 이러한 개체가 오래 살아남는 것이 사회의 존속에 유리하다. 따라서 우리가 운동을 하고 암을 예방하는 것은 신체에게 나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고 속이는 과정이다.
또한 웃거나, 사회 활동을 하는 것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웃음/유머 치료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활동을 하고,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다른 개체에게 전달하는 개체와 그렇지 않고, 비판적이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체는 사회적 가치에서 차이가 날 것이므로 암이 발생하는 확률도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과거에 자신의 선조가 수십 만년 동안 자신의 땅에서 채집하고, 노동하고, 사회 활동을 했던 다양한 환경에서 벗어나, 유전자가 받아들이기 힘든 환경으로 가면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암이 유발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바뀐 환경에서는 몸무게가 감소하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개체 수를 줄여서 생존에 힘쓰고 리소스를 축적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자외선, 공해, 매연 등으로 유발되는 암도 이러한 것이 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어떤 것이 암을 예방하고, 어떤 것이 암을 유발하는 원인인지 대략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사회적인 자원을 적게 쓰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삶, 즉 자신의 존재 가치를 사회적으로 증명하는 삶의 습관이 암의 예방에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살펴보면 우리 몸은 놀랄 만큼 생존에 맞게 디자인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몸이 암 발병이라는 자기 파괴적인 행위를 하면서도 원하는 것은 그 보다 더 상위의 가치, 즉 사회, 집단의 생존과 인류의 영속인 것이다. 이는 비록 현대는 많이 문명화 되어 있고, 백 년 전의 사람과 현대의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조상의 후손으로 태어난 이상 지켜야 할 많은 것들이 있고, 이를 지키는 삶이 보상 받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