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맣게 도마소리가 들려왔다

깜깜한 어둠속에 그렇게 꼼짝없이 누워있었다. 팔이 왜 이리 무거운가. 머리는 또 왜 이렇게 무거운가. 이윽고 문이 살짝 열렸다. 빛이 방의 한쪽 벽만을 살짝 비추고 이내 닫혔다. 밖에서는 곧 TV소리가 들려왔고 이윽고 일정한 도마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

이제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나는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고, 다시 살 수 있게 되었다. 조금 후에는 밥을 먹을 수는 없지만, 내 앞에 무엇인가 정성스래 차려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숨은 고르게 내쉬어지고 긴장은 풀어져 단단하게 뭉친 어깨 근육이 이불 속으로 파고 들었다.

얼마나 행복한가. 그리고 다행인가.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부럽기도 하고

무엇을 변치않고 믿는다는 것은 늙지 않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신의 위치나 거센 바람처럼 흔드려는 주위 사람의 말에도 변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일년, 이년, 십년을 올곧게 유지한다는 것은 그 생각의 뿌리가 단순히 하루 이틀의 생각이 아닌 알 수 없는 내 속 어딘가 깊은 곳에 뿌리 내리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어려운 일인 만큼,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 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내 오랜 친구들 중에는 정말로 생각이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삶의 에너지의 많은 부분은 그러한 생각을 잘 키워나가는데 쏟고 또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그 결실을 맺어내는 것을 보면 내가 모자란 부분을 많이 느끼고 또 본보기가 된다.

세상은 보물을 찾는 어드벤처인 것이고, 어떤 것이 보물인지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적어도 보물지도를 믿고 끝까지 가보는 그러한 모험에 흔들리지 않고 나도 동참하고 싶다. 결국 먼지 쌓여 변색된 동전 한잎을 찾더라도, 그건 내눈에는 정말 진귀한 보물로 보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