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필요하다

종교가 아니고서는 무엇인가를 100% 믿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누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고 꾸준히 우직하게 나가야 하는데 계속 마음이 조급하고 생각이 바뀐다. 어제 잘 때 생각이 다르고, 오늘 밥 먹을 때 생각이 다른 것을 보니, 사실은 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나의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 확신이란 것이 경험이나 근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이 나에게 믿으라고 시키는 섭리 같은 것이고 그에 순응하는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종교에 미친 사람들은 나름대로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도 그러한 종교 같은 것이 필요하다. 내가 운동을 못해서 살이찌고 배가 나오는 한이 있어도 무엇인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이러한 열렬한 맹신이 없기 때문이다. 90%에서 10%를 더 끌어올려 전력투구하기는 정말 힘들지만, 이 정도 레벨에 오면 그 10%를 이룰 수 있는 사람들만이 앞으로 조금 씩 나간다.

그렇게 미쳐서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부럽다.

 

사회는 이만하면 됐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나마 노력해서 나름대로 여기까지 왔다. 화려한 추억은 별로 남기지도 못한채, 남들이 보면 무식하게 희생했다고 할만큼 재미있는 많은 것들을 모른채 우직하게 걸어오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사회는 이만하면 됐다고 너는 이정도로 충분하니 지금처럼만 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것은 넓은 집에서 좋은 차를 가지고 사치롭게 살거나, 남의 위에서 권력을 누린다거나, 영원히 산다던가 하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법에서 정해진 만큼의 노동 시간 동안 열심히 일하고, 남은 시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소박한 것을 열심히 또 해보고, 일주일에 한번쯤 맛있는 것을 먹었으면 좋겠고, 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르쳐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사회는 그렇게 살기도 너무 힘들다. 나는 더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고, 나의 아내도 그에 버금가도록 일을 해야 한다. 우리가 살 곳은 안정되지 않았으며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더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점점 더 작은 것을 가지고 경쟁해야 하고 그렇게 나마 얻은 것을 음미하기도 전에 새로운 경쟁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된다.

세상은 균형이 잡혀 있지 않고, 누군가는 그가 사회에 기여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산다. 우리 아버지처럼 극도의 도덕주의자는 이것을 범죄라고 말했다. 그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나도 끊임없이 불균형한 세상과 균형잡힌 이상향 사이에서 갈등한다.

“공정”은 어디에 있고 “도덕”은 어떻게 사회에 정착되는가? 책은 읽을만큼 읽었고, 부조리는 겪을 만큼 겪었다. 생존을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간의 무한 경쟁만이 있는 사회라면 미디어나 교과서에서 그러한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무기를 갈고 닦으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이 것은 또다른 위선만 가득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