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 하나를 빼라는 충고

(취중블로깅, 두서없음 경고 ㅋㅋㅋ)

수다스러워졌다 확실히. 술먹으면 더.

주저리 주저리 주저리, 과거의 연애 이야기도 하고 직장 이야기도 하고,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30살의 시시콜콜한 고민같은 것들을 늘어놓을 사람들을 찾아서 만나고 공감도 얻고 조언도 듣고 욕도 먹고 가르침도 주고 소주 한병에 그렇게나 많은 Topic들이 왔다갔다 시간을 삭히며 막차 시간에 맞추어 귀가하는 일이 많은데.

나는 나름대로 비판에 관대한(?) 사람이라, 나를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너무너무 궁금하기 이를데 없다. 사실 다른 사람도 나를 잘 모르니, 선듯 나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해주지는 않는데, 술도 어느 정도 마시고 적당히 친한척도 하면 하나 둘 나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술을 많이 먹었어도 이 부분만큼은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한다.

최근에 들었던 충고 하나와, 오늘 들었던 충고 하나를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최근에 목표로 하고 있는 삶의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감이 있다. 내가 방향은 올바르게 잡고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서, 오늘은 술을 마시면서도 기분이 꽤 좋았다.

충고 1.

“너는 톱니바퀴처럼 일상이 돌아가니까, 그 중에 가장 큰거 하나쯤 빼보는게 어때?”

꾸준히 자기를 발전시키는게 삶의 원동력인 나는 삶을 정밀한 톱니바퀴처럼 잘 Organize 시켜놓았다. 운동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하고,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서 점심식사를 하고 (저녁은 부담되니까 잘 안먹는다), 술도 가끔 먹고, 용돈이 남으면 쇼핑을 하고, 회사 일도 밀리지 않게 처리하고. 그러다보니 뭔가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딱히 불만은 없다고 느꼈지만, 친구들이 보기에는 답답해보였나보다. 삶을 흐트러트려야 그걸 다시 정돈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친구의 충고가 마음에 와닿았다.

충고 2.

“오빠는 약간 막나가는 무대뽀 정신만 좀 충전하면 되요.”

사실 연애 이야기 인데, 연애 말고 다른 면도 마찬가지다. 나는 잘 준비하고, 엄격하게 체크하고, 이상이 없다는 확신이 든 이후에야 무엇을 다른 사람에게 선보인다. 말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업무도 그렇고.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적당히 실수도 하고, 민폐도 끼치고, 몰라도 부딪히고, 상대가 싫다고 해도 계속 들이대보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려 하다가는 놓치는게 많은 것이라는, 세상의 많은 일들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해서 완벽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중요한 점이 있다는 친구의 충고가 역시 마음을 울렸다.

인간 류휘정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분해한 후 적당히 재조립하고 싶다는 생각, 30살이면 남자로서 완성될 것 같았다는 생각들이 요즘 머리속을 맴돌고 있는데, 여기에 위의 친구들이 해준 소중한 충고들을 녹여 넣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유전학적으로 어떤 환경에서 자란 개체는 반드시 지역적인 최적에 근접하게 되어있다. 여기서 더 진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변경, 세대 간의 변이 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개체 자체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Transform이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생물은 이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 너무 모험이고, 위기는 닥쳐오기 전까지는 현실이 아니니까.

30살이 된 나를 보니 어느정도 나의 삶의 방식이 Ossified 되어서 (물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가 집대성 되어있는 하나의 방식으로 가치 있지만) 40대, 50대의 내 모습이 예상이 될 지경이다. 더 이상 현재의 삶의 방식이 주는 달콤함을 누리고 있어서는 안되겠다.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맬 시간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