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로(吐露)

영어 숙어 중에 stick in이라는 표현을 보면 늘 일본 영화 "오늘의 사건사고" (きょうのできごと) 중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불법 도박 단속을 피해 도주하던 직원이 사이가 매우 좁게 세워진 두 빌딩 사이에 끼이는 일이 발생하고 출동한 경찰들이 구조를 위해서 노력하지만 결국 하루 밤을 건물 사이에 끼인체 보내게 된다는 이야기.

해가 떠오른 후에야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는 그 장면을 볼 당시에는 단순히 코믹한 해외 토픽감으로 치부했을 뿐이지만, 지금까지 몇 번이고 머리 속에 불현듯 떠오르는 것을 보니 꽤나 단단한 상자속에 담아 마음속에 보관했었나 보다.

요즘 나도 모르게 내쉬는 커다란 한숨에 스스로 놀라는 일이 많다. 런닝머신 위에서 30분을 달릴때, 수영을 하다 물 속에서 숨을 크게 참을 때 등등, 이런 경우 밖에서부터 산소를 갈구하는 숨이라면, 가끔씩 내쉬는 한숨은 내 안에서 무엇인가를 내뱉기 위해서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동 할때는 신체적인 필요에 의한 호흡이라면, 이러한 토로(吐露)는 정신적인 필요에 의한 호흡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100m를 숨가쁘게 달리는 것처럼 인생을 숨가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회반죽으로 사이를 단단히 메꾼 벽돌들 같은 인생을 조금 관망하고 있자면(이도 쉽지는 않지만), 역시 터져나오는 한숨은 여유와 토로에 대한 동경이겠지만, 그렇다고 쌓아올린 벽돌들을 무너뜨리거나 부실공사로 연명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싶은 것이다. 주말이 점점 소중하게 느껴질 수록 그만큼 열심히 주중을 살았다는 반증이지 않은가? 그냥 묵묵히 쌓아갈 수 밖에 없는 인생이라는 것이 빌딩 사이에 끼인 사람에 투영되서 보이는 요즘이다.

“토로(吐露)”의 한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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