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인터넷 망인 ADSL 설계는 업로드 대역폭보다 다운로드 대역폭이 훨씬 크게 잡혀있습니다. 그 말은 인터넷 망을 설계할때부터 사람들이 업로드보다는 다운로드 중심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말이고 인터넷의 역할도 정보 생산보다는 복제에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예측은 옳게 적중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업로드 양은 다운로드 양에 비하면 수분의 일, 수백분의 일도 되지 않습니다. 즉, 작은 양의 비율로 소수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생산해서 인터넷에 공유하고 그 공유된 정보는 그 값어치에 따라 수백개, 혹은 수천개, 최근의 인터넷의 발달로 수십만개로 복제되어서 전세계로 퍼져나갑니다. (복제라는 말이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라도 인터넷 뉴스를 보거나 게시판의 글을 읽을 경우에도 열람의 수준이 아니라 실제 클라이언트의 메모리로 물리적으로도 복제됩니다. 단지, 지속성을 가지게 하느냐 마느냐의 차이겠지요)
인터넷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고, 더욱이 고속화된 인터넷으로 더욱 더 대량의 정보가 개인에게 전달 될 수 있습니다. 그 대역폭은 최근에는 한 사람이 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의 량을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발달했다고 할 수 있지요. 오늘 아침에 봤던 신문, 저녁에 가족들과 봤던 TV 등 모든 기존의 전통적인 매체를 인터넷으로 다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TV 홈쇼핑 가격이 직장 건너편의 하이마트 가격보다 30% 이상 비싼지 같은 추가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지요. 또한 고속화되고 즉각적인 네트워크가 구성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서 정보가 사람 사이에서 엄청나게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어제 봤던 인터넷에서의 배꼽 빠지는 유머를 선보이면서 유머감각을 뽐내려고 옆자리의 누구에게 운을 띄웠더니 이미 6개월 전에 돌던 유머라고 촌스럽다고 무시되었던 경험이 흔합니다. 또한 다수에 의한 집중 현상도 나타날 수 있고 이는 모든 사람들의 인터넷 활동을 집중 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검색 엔진에 검색어를 넣었더니 가장 상위에 랭크됩니다. 사람들은 집중되고, 사이트는 더 활성화되고 검색엔진은 이 사이트를 더욱 상위로 올립니다. 그 사이트의 정보는 더욱 더 다수의 사람들이 봅니다. 아침 6시 뉴스의 영향력이 클까요, 네이버의 최신 뉴스 목록의 영향력이 클까요? 이미 인터넷은 TV를 추월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미 이렇게 인터넷에 의해 대량 복제된 정보는 사람들 생활의 기저에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 오프라인 생활이 더욱 더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초.초.고속 인터넷 망으로 잘 기름칠까지 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하나의 생산자와 다수의 소비자가 있는 구조는 정보의 복제라는 측면에서는 효율적일지 모르겠지만, 잘못 활용되면 문제점이 많습니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갈 수록 그 들의 삶에서 인터넷의 의존도는 올라가고 그들의 느끼는 인터넷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향상 됩니다. 이로 인해 무비판적인 정보의 수용이 가속화 됩니다. 조선일보 등의 언론매체는 철저한 검증 필터를 적용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즐겨찾기에 등록된 블로그의 타자에 대한 비난 글은 검증없이 사실인 양 받아들입니다. 소위 인터넷 “마녀사냥” 이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행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으며, 최근의 된장녀 신드롬도 근원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사람들의 행동 패턴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의견으로 호불호나 판단의 기준이 갈릴 수 있는 정보 뿐이 아닙니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다른 사람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분야가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그 내용에 대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본 일이 있으신가요? 저는 저의 전공인 컴퓨터 공학 관련된 내용으로 검색 해보았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의 내용 중 5중 2개는 거짓이고 나머지 3개중 1개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애매한 정보였으며 5개중 2개 정도만이 정확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비율이 모든 학문 및 인터넷 상의 정보에 있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이제 정보를 많이 얻는 것이 중요한 세상이 아니라 어느 정보가 정확한지 판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세상에 와 있습니다. (이는 오프라인 매체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또 순간적으로 생성되는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는 어떨까요? 흔히 6단계정도만 거치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아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요즘은 메신져 사용자가 1000만이 넘는 시대이지요? 비슷하게 메신져에 등록된 사람도 몇 단계를 거치면 모든 사용자를 아우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메일, 메신져, 블로그, 싸이월드 등 개인과 개인 커뮤니케이션 매체들을 통한 정보의 회오리는 이미 이 촘촘하게 구성된 네트워크 망을 타고 몇번이나 우리를 거쳐 휘몰아칩니다. (중복, 뒷북이라는 말이 최근 괜히 친숙하다고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이런 모든 구성원들이 같은 정보를 보고 비슷한 것을 느끼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고. 모든 사람을 인터넷 상에서는 점점 개성이 없는 인격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학교에서 점심 먹을때 하는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어제 인터넷으로 본 웃찾사 동영상 이야기거나, 박지성의 득점 장면에 국한되는지, 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사이트가 거대한 힘을 얻게되는 광경을 생각 해보셨는지요. 저는 이런 추세라면 결국 또다른 TV가 인터넷에서 구현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들은 단지 조그만 공간을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할당 받을 뿐이지요. TV 중계에서 문자를 보내면 화면 하단에 메시지를 자막으로 띄울 수 있는 서비스를 하는 것을 봤습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댓글 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거대한 언론 권력이 인터넷에서 구현될 것이고 이는 사람들에게 예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자극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왜곡된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그만큼 왜곡된 언론이 보여주는 시각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토픽에 대해서 2,3개 정도의 즐겨찾기 만을 해놓고 선호하는 글만 즐겨 볼때 결국 그것만이 진실이라는 착각을 인터넷 상에서도 하고 있지 않은지 두려워집니다.
소위 우리나라를 두고 인터넷 강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라기 보다는 인터넷 ‘소비’의 강국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정보 획득의 수단으로 사용하며 그러한 행동 자체도 매우 수동화 되어있다고 느낍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가지 키워드는 생산과 능동입니다. 어찌보면 같은 의미로 볼수도 있지만 편의상 나누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웹 2.0이라는 말과 UCC라는 말이 (예전의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유행처럼 퍼졌습니다. 저는 원래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또 별로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인터넷 기업 버블 붕괴후 자본을 끌어모으기 위한 자구책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대충 제가 지금부터 말하려는 내용과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모든 인터넷 사용자는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가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잘못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생산하지 않아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적극적인 사용자라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토픽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 개진함으로써 인터넷을 새우 토핑이 풍부한 영양가 만점의 피자로 잘 구워지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달리는 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어 몇몇 뉴스 보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인터넷에서 사용자들이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배설 행위가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순기능으로 정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사용자들의 집단 심리 행동을 부추기면서 발생한 대표적인 인터넷의 악기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니다.
기업이 UCC에 관심을 돌리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더 이상 다양하게 변화하는 사용자 욕구의 전체를 기업의 인력과 자본으로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온 항복 선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 미루어 곰곰히 생각해보면 기업의 주도하에 제작된 컨텐츠가 인터넷에서 소위 뜬 경우는 많지 않은 것도 같습니다. 아주 오래전 부터 컴퓨터 간의 네트워크가 생성되었던 시설부터 오가는 정보의 주체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 그 자체였지 그 주도권을 기업이 뺏어온 것은 극히 후반의 일부분, 빠르게 발전하던 인터넷의 기술을 대중들이 따라잡지 못했던 바로 그 일부분 시간 상의 갭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잠시 본래 주인에게서 멀어져 있던 그 힘을 사용자가 다시 되찾아오려하고 있고, 그 주인공은 자그마한 노력을 더하는 여러분이 될 것입니다.
능동이라는 키워드로는 어떻게 풀어 낼 수있을까요? 이 부분은 오류의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접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 처럼, 인터넷 상을 떠돌아 다니는 수 많은 왜곡된 가짜 정보를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은 역시 그 정보가 생성되었을 때 처럼 그 책임을 이용자들의 능동적인 오류 검증 작업으로 넘기는 것입니다. 얼마전에 본 신문기사에서는 영국의 유명 백과사전 브리테니커의 정확도보다 오히려 사용자 참여로 만들어진 위키페디아 백과사전의 정확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 졌습니다. 이는 오히려 사용자 참여로 만들어진 백과사전이 오랜 역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백과사전보다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다는 다소 놀라울 만할 결과 발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사용자 스스로의 능동성이 인터넷의 정보를 얼마만큼이나 정확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입니다.
그렇다면 인터넷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요즘은 웹 2.0을 넘어 웹 3.0이라는 말까지 쏟아내는 언론들도 존재합니다. 늘 그렇지만 인터넷의 역기능과 순기능은 앞으로도 고루 공존할 것 입니다. 인터넷을 소위 배설에 대한 자유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꽤나 많이 존재하고 그들의 이용 자체를 막을 수 없을 테니까요. 인터넷의 소위 기술적이나 사회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하지만, 꾸준히 순기능을 장려하고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하겠습니다. 역기능은 그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욕구만으로 존재하는 것이지만, 순기능은 사람들의 열정 없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 입니다. 그 화두에는 역시 ‘생산’과 ‘능동’이라는 두가지 키워드가 있을 것이며, 인터넷이 사용되고 급속도록 대중속으로 파고든지 20여년이 지나서 사람들이 ‘웹 2.0’이라는 곳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즉 “그 곳에 무언가 있다”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랙백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