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회사에서 업무를 따라잡아야 하는 과제와 더불어 수십명의 새로운 사람들을 포용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친해지는 내 특성상 이것 또한 만만치 않게, 어쩌면 업무 관련 보다 더 힘든 것 같다. 항상 “나와 대화하고 있는 이 분은 이것을 좋아할까 싫어할까?” “내가 이렇게 하면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나를 안좋게 보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지고 느려지며 더 불행하게도 왠지 어색한 티가 나고야 만다. 몇 주간의 이러한 답답한 행동과 주눅듦을 주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생각하니 차라리 이러느니 내 맘대로, 나의 Identity를 드러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타인은 항상 [ ]를 좋아한다.” 라고 자기최면을 걸기로 했다. 화장실 빈칸에 가서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나온 결론이다. 건방진 내 모습, 일찍 퇴근하는 내 모습, 인사할 때 어색하게 웃는 내 모습, 어리버리하게 무엇이든지 물어보는 내 모습. 머리 위로 떠올려보니, 뭐 괜찮다. 이해된다. 다 지금 내 모습과 어울리는 것들이고, 꽤나 신입사원 다운 모습이다. 내 자신의 위치에서 나 다울 때 주위의 호의적인 눈길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들은 항상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현명하고, 겉의 모습이 아닌 내 속에 가진 무엇인가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니까, 알아줄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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