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루하루 만족을 위해 살아

특별해지고 싶은데, 인생의 중심에서 가장 빛나고 가장 화려한 시절은 보내고 싶은데 생각해야 될, 수 없이 많은 허들 때문에 그게 쉽지는 않다.

마라톤을 뛸때는 미리 코스를 분석하고 어디서 힘을 빼고 어디서는 전력을 다하고 어디서는 다른 사람 발걸음에 보조를 맞추고 하는 사전 답사가 가능할테지만 앞으로 있을 50년에 달하는 세월은 칙칙한 암흑으로 가려져 있어 한걸음 한걸음 희미한 램프에 의존해서 내딛기 바쁘다. 그나마 몇 년의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20대에 비해서 30대는 더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냥 현재 하고 싶은 것, 가장 만족을 주는 것만을 선택해서 근근히 일주일이나마 보면서 나아간다.

뭐, 별다른 것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구만을 근근히 채워가면서 살고 있을 뿐이다. 나와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외로우면 누구를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스포츠를 즐기고 쇼핑을 하고. 취미는 뭐에요? 같은 질문에 나올 대답따위 뻔하다. 다양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왜 그걸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인생 모든 Activity들이 다섯 손가락 안으로 분류될 수 있으리라.

강렬한 욕구에 뛰어다니는 묵직한 삶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무엇을 간절히 원하는 나의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보고 듣고 느껴야 하나. 아니면 내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가짐을 다시 해야하나.

이별 공식

지하철을 타고 그녀를 만나러 가는길

나도 뻔히 이것이 마지막일 걸 알아

 

그녀는 웃지도 않았지만, 나를 만나는 동안 최고로 예쁘게 하고 나왔어

하지만 왼손에는 내가 준 반지가 없었고 그래서 손을 잡을 수 없어

 

어색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랜시간을 걸어

높은 힐이 걱정스러워 한마디 하고 싶지만 이제는 내가 상관할 바 아닌 것 같아

 

아무렇지 않은 듯 농담을 하지만 항상 나만이 웃어

싸늘한 반응에 나도 지쳐 더 이상 계속할 힘을 잃었어

 

머리는 돌지 않고 발걸음을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겠어

늘 가던 까페에서 차를 마시고 늘 가던 거리를 산책해

 

추억의 무게에 눌려 오늘 보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짧은 후회를 해

하지만 곧 언젠가는 매듭지어야 했다고 후회의 후회를 해

 

한참을 돌고  다시 멈춘 곳은 처음 만났던 자리야

이 순간이 결국 마지막 임을 알았어 그녀가 그러길 바라고 있다는 것도 알아

 

마지막으로 꼭 끌어 안아줬어 잘 보이진 않지만 그녀는 울고 있는 것 같아

오늘 그녀는 각오한듯 이를 악물고 무표정과 울음의 두가지만 보여줘

 

좋아했던 체취와 어깨의 부드러움에 약간 흔들렸지만 괜찮아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고

그녀는 밀쳐낸 나를 두고 서둘러 뒷걸음질 치며 인파 속으로 파묻혔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모습을 지워가

문득 마음 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지우는 방법을 깨달았어

 

별일 아닐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녀의 빈자리를 매꾸어가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껴

 

다른 누군가를 만나 그녀와 갔던 곳에 가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그녀와 먹던 메뉴를 시켜

 

그러면 누구와 어디를 갔는지 알 수 없게 되고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게 되겠지

 

기억은 새로운 기억에 덮이고

반복되는 감각은 무뎌저만 가

 

언젠가는 밀물에 감춰진 파식의 흔적처럼

나의  젊은 날의 잔해들도 감춰지고 쓸려가겠지

 

이별에는 이러한 공식이 있지만

만남에는 새로운 우연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