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유전자론.

어쩔수 없이 사람을 관찰하게 해야 하는 때가 있다.
지하철의 의자 구조가 그렇고, 옆으로 늘씬한 여학생이 지나갈때가 그렇고, 또 누가 우리집 초인종을 눌렀을 때도 그러하다.

눈으로 사람의 모습이 각인되면 머리속으로는 늘 그것을 (의견을 덧붙인) 몇가지 묘사로 풀어내곤 하는데, 이를테면
저 아저씨의 쳐진 뱃살은 참 보기 안좋은데“, 혹은
볼살이 조금 더 붙어야 얼굴형이 이쁘겠는걸” 또는
저런 눈은 초등학교 동창 누구를 닮았군

재미있는건 간혹가다 이런 묘사가 거의 흡사하게 반복된다는 사실.
일 예로 내가 “XX누나 얼굴형” 이라고 부르는 (물론 마음속으로 부르지 입밖으로 낸적은 없다) 얼굴형과 흡사한 묘사를 하게 되는 사람을 한달에 한번정도는 꼭 어디선가 마주치게 된다. 그럴때마다 참 만났던 사람 처럼 반갑고 한데, 물론 혼자 생각이다;

이런 경우를 자주 겪다보니 그러한 “XX누나 얼굴형” 이라는 복잡하고 어쩌면 인권침해적인 요소도 발견할수 있는 묘사를 “네모얼굴 미간좁고 눈쳐진 얼굴 유전자”, (뭐 사실 이렇게 복잡한 경우는 별로 없지만 예를 들면 이런거고) 등으로 다시 바꿔부르는 수고스럽지만, 지하철에서 손잡이 붙들고 있을때는 하기 좋은 작업들을 즐겨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나만의 유전자론 분류가 쌓이고 쌓여서 왠만한 사람을 신체특징은 적절하게 “어느 유전자가 한 60%, 나머지 40%중 30% 정도는 무슨 유전잔데.. 나머지는 잡다한게 섞였군” 처럼 분류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시간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보니, 마치 정말 그럴싸한 이론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십만년전의 털북실북실 팔가죽 유전자는 오늘날까지 전해져서(정도는 약하지만) 주위의 누구누구의 팔에서 그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라던가…

공부 방법의 전환.

그 동안 프로그래밍에 대한 공부 패턴을 대략 정리하면,

1. 흥미가 가는 분야를 발견.
2. 그 분야의 바이블이라 일컬어지는 책을 구입
3. 책을 읽어 나가면서 예제를 타이핑해서 직접 구현하고 원하는 기능을 넣어본다던지 개량시켜본다.
4. 그런식으로 책을 다 읽으면 익혔다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틀림없이 예전에 흝었던 분야도 막상 다시 하려니 뭔가 남아있는게 없다는 것이 문제. 다른 것도 마찬가지 겠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지식은 몇개월만 놓고 있어도 0과 마찬가지가 된다. 특히 정신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IT 분야의 지식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 ㅅ= 그래서 요즘에 새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면서 느낀 것 같이 다음과 같은 패턴이 나에게는 더 맞는 것 같다.

1. 흥미가 가는 분야를 발견
2. 그 분야에서 내가 만들어보고 싶은 프로젝트를 구상
3. 무작정 돌입.
4. 문제점 발생이 발생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을 하려고 노력한다.
5. 일정 수준 이상의 해결 노력을 하고 프로젝트의 윤곽이 잡히면 그 분야를 다루는 책을 구입.
6. 틀을 잡아 놓았던 프로젝트를 책을 참고하면서 완성시키고 다듬는다.

뭔가를 빠르게 완성시키는 것 보다는 (특히 그 완성품도 책을 보고 따라한 수준일 경우에는 더욱)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그 과정 자체를 공부라고 보고 집중하는 것이 확실히 뭔가 남는 공부 방법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