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증명사진을 찍었다. 품질이 중요한 사진은 아니었기에 검색 끝에 시장 끝자락 어드매인가 조그만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사진관, 간판만 최신식으로 바꿔 단 곳을 찾아갔다. 사진은 적당히 찍고 구형 컴퓨터에서 여러장의 내 사진중 어느 것이 마음에 드는지 고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나이 지긋하신 주인장 아저씨. “컴퓨터를 잘하게 생겼다” 며 평소에 풀리지 않는 익스플로러 창 크기 문제를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컴퓨터를 잘 하게 생긴 외모를 정의하는 것인지? 의문은 들었지만 ‘아저씨 정답~ 저는 컴퓨터라면 어디가도 빠지지 않지요.’ 그게 티 났나?
몇 시간 후 다시 현상된 사진을 찾으러 방문한 자리에서도 역시 사진관 아저씨는 네이트온 화상채팅 하는 법을 물어보려고 심지어 기다리고 계신 티를 팍팍 내셨다. 사진을 건내주자 마자 내가 휙 돌아서서 나갈까봐. “자 여기사진근데 뭐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띄어쓰기 없음에 주목)
심지어 나에게도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오랫동안 한 곳에서 밥을 먹어온 사람은 그 태가 나나보다. 이유는 알 수 없는 뭔가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