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듣고 좋다고 느낀 것은 중학교 3학년의 음악시간 이었다.
어지간히 수업하기 귀찮아 하는 선생님은 늘 어디선가 구해온 싸구려 클래식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비디오로 틀어주곤 했다. 마침 그날은 비오는 날 특유의 적막함이 있었고, 점심시간 이후라 모두들 졸기 적당하다고 느꼈는지 하나 둘씩 책상에 엎드려 산만한 교실의 소음은 없었다.
딱히 클래식 음악이 좋아서가 아니라 집에 클래식 음반밖에 없었으므로 이것저것 듣고 있던 차에 마침 그런 비디오를 보게 되어서 자는 대열에 동참하지 않는 날은 열심히 시청을 했는데, 그 날은 브람스 심포니들에 대한 특집 방송 같은 것이었다.
뻔한, 노래방에서나 틀어줄 듯한 아름다운 자연 영상과 익숙한 클래식음악이 아닌 왠지 우울한 분위기의 비오는 숲과 함께 브람스 심포니 2번이 연주되고 있었다. (싸구려이므로 오케스트라, 지휘자 따위는 나올리가..)
뭐, 대중음악에서나 느끼던 좋다. 아주 좋다. 멋진걸. 하는 느낌을 이런 따분한 느린 템포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다는게 아주 신기해서 그 날로 클래식 매니아가 되기로 결정해버렸다. (단순하게도;)
결국 얼마 가지 않아 카라얀과 베를린필의 1번과 하이팅크, 보스톤 심포니의 4번을 구입했는데 (아이러니하게 2번은 안샀다), 유독 비오는 날에 손이 많이 간다. 역시나 그 특유의 우울함 때문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