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를 원해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 나에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재능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완전하게 문제를 파악한 후에도 몇 시간씩 끙끙대면서 고민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는 공부나, 매일매일 똑같은 악보를 허공에 복사하고 있을 뿐 전혀 나의 소리가 나오지 않는 피아노 연습이나, 포토샵 등이 두려워서 무엇인가 그릴 생각도 못하고 놀고 있는 타블렛이나. 한숨 소리가 나올만큼 수동적인 모습의 꺼풀을 벗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고 있다.

답답해서 중앙도서관에서 "학문의 즐거움" 이라는 책을 설 연휴에 빌려보았다. 여러 좋으신 말씀들이 많이 쓰여져 있지만, 저자가 수학이라는 학문에서 새로운 창조적인! 발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 그럴만한 기반이 성장 과정에서 갖추어 있어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결국 글쓴이가 한 것이라고는 진득하게 붙어서 풀릴때까지 기다린 것 뿐이라는 그 자신의 겸손한 설명에, "이 방법도 아니야ㅠ _ㅠ" 하면서 책을 2/3쯤 읽을때쯤 덮어버리고 말았다. 중고등학교때 수도 없이 들었던 "기초를 튼튼히 하세요"라는 말과 다름 없음이었다.

곰곰히 내가 정말로 원하는게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알아낸 사실은 이 창조라는 말을 붙인 근사한 것이 결국 나를 세상에 표현하고 싶어하는 욕구라는 것이다. 수백년 전의 방식으로 그 해 재배된 포도 중 최상급만을 골라 와인을 한정 생산하여 자랑스럽게 자신의 성을 딴 라벨을 붙이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물론 매우 고가의!) 무엇인가 근사한 것을 내 이름을 걸고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인 것이다. 나의 색을 세상 어딘가에 색칠하고 싶다.

섣부른 열망은 늘 실수를 낳고 무엇인가 망쳐버리기 쉽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고작해야 교복을 벗고, 메신져 대화명을 바꾸고, 안경을 바꾸는 수준의 자기 표현이라기 보다는 더 근사한 창조적인 자기 표현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기적이게도 더 적은 노력으로, 그리고 더 빠르게 말이다. 모짜르트는 살리에리뿐 아니라 200년도 더 지난후의 나에게도 질투심을 느끼게 만든다. 

저는 그런 사람 아니라구요!

오해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 아니라구요! 당신의 머리속에 있는 나의 이미지. 그건 머리 끝에서 부터 발끝까지 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다구요. 사실, 전혀 다르다고 말은 했지만, 많이 봐줘서 절반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에 요즘 잠을 못이룬답니다. 저는 그 일을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잘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상상도 못할 만큼,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깜짝 놀라게 잘할만한 일들도 여러가지 있다구요. 예를 들어보라구요? 그건, 기회만 있다면 차츰차츰 알게 될겁니다. 보증하죠. 그리고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저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들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네, 솔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두리뭉실 머리속을 떠도는 연기같은 이미지를 하얀 백지에 흡착(吸着) 시켜버리는 성급함은 서로의 잘못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이해합니다! 서로 다른 길을 평생 살아온 사람이 만나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봐야 절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서로 대화가 필요한 거랍니다. 문자메시지, 전화, 메신져, E-MAIL 따위의 싸구려 인스턴트 음식 같은 녀석이 아닌 정말 소리가 소리로 전달되는 대화라는 거지요. 이런 소통의 중요성은 소크라테스 시절부터 강조해 왔었다니까요. 정말로! 아무튼, 결론적으로 저의 이러한 100%의 소통을 만드려는 노력에 동참해주었으면 해요. 그리고 즐겁게 기대하세요. 아, 왜 동참해야 하냐구요? 꼭 그걸 제 입으로 말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