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잘하게 생겼다. 도대체 어디가?

오늘은 증명사진을 찍었다. 품질이 중요한 사진은 아니었기에 검색 끝에 시장 끝자락 어드매인가 조그만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사진관, 간판만 최신식으로 바꿔 단 곳을 찾아갔다. 사진은 적당히 찍고 구형 컴퓨터에서 여러장의 내 사진중 어느 것이 마음에 드는지 고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나이 지긋하신 주인장 아저씨. “컴퓨터를 잘하게 생겼다” 며 평소에 풀리지 않는 익스플로러 창 크기 문제를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컴퓨터를 잘 하게 생긴 외모를 정의하는 것인지? 의문은 들었지만 ‘아저씨 정답~ 저는 컴퓨터라면 어디가도 빠지지 않지요.’ 그게 티 났나?

몇 시간 후 다시 현상된 사진을 찾으러 방문한 자리에서도 역시 사진관 아저씨는 네이트온 화상채팅 하는 법을 물어보려고 심지어 기다리고 계신 티를 팍팍 내셨다. 사진을 건내주자 마자 내가 휙 돌아서서 나갈까봐. “자 여기사진근데 뭐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띄어쓰기 없음에 주목)

심지어 나에게도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오랫동안 한 곳에서 밥을 먹어온 사람은 그 태가 나나보다. 이유는 알 수 없는 뭔가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말이다.

졸업

설레임에 대학원 합격자 발표를 조회했던 것이 찰나의 시간 전 인 것 같은데 어느 사이에 시간은 흘러 오늘 최종 논문 구술 평가 성적에 도장을 받고 제출했다. 행정적인 절차는 모두 마무리되고 이제 논문 제본만을 남겨두고 있다. 두근두근 하면서 마음 졸였던 취직을 위한 노력도 어제 결과를 보고 한결 편한 마음으로 인생의 다음을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인생의 20대는 항상 2년 정도를 주기로 급격한 신분의 변화를 겪었다. 대학 입학 후 신선한 신입생 시절 2년,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한 2년 6개월, 다시 학교로 돌아간 복학생 신분으로서의 2년, 대학원 시절 2년 그리고 앞으로 남아있는 약 2년. 일단 사회에서의 나의 자리는 마련해두었지만 나는 무엇을 더 준비하고 도전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확실하지는 않다.

20대는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나를 성장시키려는 노력을 치열하게 하고, 30대부터는 무엇인가 나의 능력을 발현해 보겠다는 두리뭉실한 희망을 가지고 지난 8년간을 살아왔지만, 아직도 무엇인가 부족한 것 같고, 나의 능력은 세상이라는 거대한 수레를 반대 방향으로 끌거나 멈추게 하거나 하기에는 턱없이 미천한 것으로 느껴진다. 나의 두 발은 어디를 딛고 있어야 하고 양 손은 어디를 향해 뻗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