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와 슬립슬립!

 오늘 아침도 살짝 비가오지만, “무리 없겠지?” 하면서 바삐 학교로 가는길. 왠지 빗방울이 굵어지려는 기미가 보이길래 어서 스포츠센터까지만 세이프하자! 하고 달렸다. 마지막 커브에 도달해서 우회전을 하려는데, 속도가 좀 있길래 원을 크게 그리면서 돌려고 살짝 중앙선을 밟으면서 핸들을 우측으로 트는 순간. 어느 사이엔가 나는 왜 땅위를 미끄러지고 있을까 -ㅅ – 그리고 저 앞에서 바닥을 긁으면서 미끄러지는 스쿠터. “이런게 슬립이구나” 옆에서 우산을 쓰면서 걸어가는 아주머니 깜짝놀라서 “학생 괜찮아요?” 막 이러시는데 억지로 웃으면서 네 괜찮아요.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서둘러 미끄러져가는 스쿠터로 달려가 일으켜 세우는데 오른쪽이 작살이 났구나. 아이고 아까운 내 신차 스쿠터. 다 갈려면 40~50인데 -ㅅ-

 어찌어찌 스포츠센터까지 다시 몰고가서 세워놓고 보니 앞쪽은 도색이 싹 벗겨졌고, 아래도 마찬가지 뒤쪽은 좀 나은데, 스크레치와 왠 노란색 -ㅅ- 중앙선이 옮겨와서 달라붙었다. 헬맷을 벗고 몸을 살피는데, 오른쪽 발목, 왼쪽 발목과 발등, 엄지 발가락, 오른쪽 골반 앞쪽, 손바닥, 뒷꿈지, 어깨가 긁혔네. 일단 화장실가서 피는 씻어내고. 보건소를 알아보니 이거 원, 9시 30분부터 진료시작이란다. 연구실로 올라와서 (스쿠터 뒷바퀴가 어째 균형이 잘 안맞는다.) 반창고 9개로 덕지덕지 붙여놓고 있다.

 몸은 다쳐도 회복이 될텐데, 내 긁힌 스쿠터는 시간이 지난다고 바뀌는 것은 없는데. 엉엉 ㅠ _ㅠ 산지 한달밖에 안된 새차인데 이 모양 이꼴이 되니 마음이 아파 죽겠다. 일단 페인트 벗겨내고 위에 차 문에 끼우는 가드를 붙이면 좀 가려지고 낫다는데, 주문해봐야지. 비오는 날에는 스쿠터 타지 맙시다. 특히, 노란색, 흰색 밟지 맙시다!

미시적인 세계와 거시적인 세계

 신념이라던가, 진리라던가 하는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종교적인 색체가 물씬 풍기는 단어들에는 별로 흥미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름대로 생각하는 존재와 관계의 세계관은 가지고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세상을 개체들과 그들의 관계로 보는 시각에 매우 익숙하다.) 그도 사실은 “세상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밝혀내겠다!” 하는 거창한 이론은 아니고, 말 그대로 세상을 내 마음속에 품는 나름대로의 방식인 것이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는 계층적인 구조의 총합으로 본다. 무슨 말인가 하니, 매우 작은 도메인(Domain)에서 적용될 수 있는 공리(Axiom)들과 밝혀진 사실들은 그를 포함하는 더 큰 도메인, 혹은 그 보다 더 작은 도메인에서도 모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도메인 크기 혹은 범위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이는 매우 상대적인 것이며, 현상 그 자체의 본질적인 특성은 아니다. 이는 사실 매우 수학적인 개념인데, 나는 이러한 원칙은 실세계에서도 전혀 다르지 않으며, 수학적인 접근 방법과 동일한 신뢰도를 가지고 이러한 원칙을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양성자 주위를 도는 전자나,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나 적용될 수 있는 원칙, 룰은 본질적으로 같으며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 단지 그 스케일의 차이일 뿐인데, 이는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므로 인간이라는 관찰자를 제외한다면 사실 상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한 기관(Organization)에 속해있는 세포나, 인간에 속해있는 기관이나, 또한 인간들의 합인 사회에서의 한 인간이나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켜야 할 룰은 여전히 똑같이 존재하고, 수행해야 할 역할도 여전히 동일하다. 커다란 선물 상자를 열었을때, 똑같은 선물 상자가 나오고, 그 상자를 열면 또 똑같은 상자가 나오는 장난스런 모습을 상상하면 내가 이해하는 세계의 모습이란 것이 쉽게 이해될 수 있겠다.

 이러한 원칙에서 보면, 학문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다른 분야로 발전해 왔지만, 그 근본적인 원칙들, 혹자는 진리라고 칭하는 것들은 몇 가지 없을 것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의학이나 사회학 같은 전혀 그 사이의 관계라고는 있을 것 같지도 않은 학문들이, 저 깊숙한 부분에서는 서로 공유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니, 양파 껍질을 까듯이 한 번, 두 번 계속 벗겨보면 두 학문은 완전히 동일해 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따라서 한 분야에서 발전을 이룬다면 다른 수 많은 분야에도 적용되어서 단순히 상상했던 것 이상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실제로 비슷한 예들도 많고 말이다. 교통 시스템 공학과 유체 역학이 같은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입장은 내가 세상을 보는 눈에도 적용되어 나타나는데, 나는 어떤 풀리지 않고 해답도 없는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그보다 상대적으로 큰 도메인에서의 해결 방안, 그리고 상대적으로 작은 도메인에서의 해결 방안이 먼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후, 이를 현실적으로 수정하여 내가 맞닥뜨린 그 문제에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다소 엉뚱하지만 나는 연애에서의 남녀 관계라는 것은 외부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자석의 N-S 극이 가지는 물리적인 성질과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판단한다. 물론, 이것들은 나만의 독창적인 생각은 아니고 물리학에서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등 적용되는 범위가 다른 학문을 하나로 합치려는 노력을 수없이 하고 있으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고 이를 증명해 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 생각을 말하면 너무 분석적으로 모든 일을 접근한다거나, 인간미가 없다거나, 아니면 “세상일은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야” 하는 식으로 설교를 하려고 할 지 모르겠으나, 사실 그런 말을 하는 타인이나, 나나 자극에 따른 행동의 결정 방식에서 다른 것은 또한 아무것도 없다. 누구는 의식하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현실을 패턴화 시키는 것이 결국 학문이니까. 그리고 모든 것을 단순화해서 몇 가지 원칙에 수렴하게 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경험이라던가 유산(Legacy)의 본질적인 의미는 이런 사고의 과정에서 파생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