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그리고 유희열

부드러운 음악에 대한 욕구가 조금씩 커져가고, 인생의 경험이 조금씩 쌓이면서 가사에 공감하는 법도 배우고 이런저런 이유들로 해서 예전에는 잘 안들었던 한국의 발라드 싱어송라이터들의 곡을 근래에는 자주 듣는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가정학, 교육학 이런 곳에 가서 빌릴 책을 고르는 것처럼 어느 표제에 손이 가야할지 갈팡질팡했지만, 이윽고 소위 이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이 누구인지, 인정받고 있는 뮤지션이 누구인지 등을 귀동냥으로 얻어 듣고 난 다음에야 제목에서 언급한 뮤지션들이 유명하고 그들의 음악에도 까맣게 손때가 묻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것저것 찾아 듣기를 몇 개월이 되고 그것들이 쌓여서 몇 년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느정도 음악을 배우는 단계에서 즐기는 단계로 넘어가고 보니 김동률, 그리고 유희열의 음악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지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선율이 아니라 그들의 가사이다.

남성 뮤지션들이 쓴 가사라 그런지 많은 부분 공감되는 것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음악을 듣는 또다른 매력의 하나인데, 결과적으로 말을 하고 넘어가면 김동률의 가사가 훨씬 소화가 잘 되는 편이다. 유희열의 가사를 듣다보면 마치 어울리지도 않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억지로 서버가 권해주는 오늘의 요리를 먹는 느낌이다.

 김동률은 남성팬을 위해서 가사를 쓴다면 유희열은 여성팬을 위해서 가사를 쓴다라는 느낌이다. 나같은 별로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남자들이 몇 번의 사랑을 실패하고 몇 번의 사랑에 두근거리고 몇 번의 사랑을 후회하는 그러한 일상 속의 조금은 중요한 이벤트들을 솔직하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가사를 붙이는 김동률에 비해서, 유희열은 여성들이 바라는 절반의 현실과 나머지의 절반의 상상과 나머지의 공상으로 만들어낸 남성이 어떻게 반응해야 그들의 연애를 더 이상적(물론 여성의 입장에서)으로 만드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상속의 남성이 하는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낸다.

그래서 김동률의 가사를 올린 피자는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유희열이 만든 것은 영 거북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세상에 저런 남자가 어디있어? 착한척 하기는.” 그리고 설마 이런 남자가 세상에 존재할까 로멘틱한 상상을 하는 여성들이 있을까 조금 걱정되기도 하고 말이다. 예술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야 훨씬 진정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즐기는 사람들은 그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느낄 수는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을 위한 환호성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울적할때 듣는 클래식 음악 선

  다른 것으로 명망을 얻은 유명한 사람들은 자기가 선정한 클래식 음악들을 묶어서 음반을 만들어서 팔기도 하던데, 그걸 보고서는 혹시나 숨겨져 있는 보석같은 곡을 만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두근두근 트랙을 살펴보는 일이 있다. 하지만 이건 뭐. 중/고등학교 음악시간 교과서 음악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상업성을 위해서 대중적인 음악을 넣어야 한다지만, 네이버“듣기 좋은 클래식” 만 검색해도 훨씬 더 전문적인 리스트가 나오는 마당에 이런 걸로 돈벌어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냥 내가 듣는 음악들 중에 골라서 끄적끄적 적어본다. 또 음악의 바다를 헤엄치다 부표를 하나 띄워놓는 그런 의미도 있다.

Ravel :  Piano concerto in G major, 2nd. Adagio ass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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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갈한 곡이 있을까? 현란하지 않은, 철저히 뒤에 숨겨져 있는 오케스트라와 단조로운 반복의 피아노 선율은 아주 단순한 모노톤의 구조지만 대단한 중독성으로 다가온다. 마치 어두운 무대 뒤에 감춰진 오케스트라와 홀로 춤추는 발레리나 같은 느낌의 곡. 최근에 읽은 ‘롤리타’라는 소설이 자꾸 떠오른다.

Ravel : 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 O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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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음악중에 자주 듣는 것 하나. 참 이 아저씨 음악은 단순명료해서 좋다. 화려하지도 않고 수식이 많이 붙지도 않은 정갈하고 순수함이 흘러나온다. 어떻게 이름도 이렇게 잘 짓는지. 진짜 로멘티스트 였을 듯.

Saint-Saens : Symphony No.3 In C.Minor “Or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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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다보니, 요즘은 프랑스 음악에 빠져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네. 드뷔시 “거울”도 요즘 한참 좋게 듣고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생상은 간단한 소품 몇개만 듣고 나에게는 잊혀진 작곡가였는데, 교향곡을 들어보니 만만치 않은 내공의 소유자.

Richard wagner : Tristan und Isolde “Isoldes Liebest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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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잔인하게도 탐미적인 사랑의 음악이 또 있을지 싶다. 밤에 가만히 귀기울여 듣다보면 숨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카라얀 지휘의 베를린필 연주로 골드 시리즈 음반에서 뽑아냈는데 음질도 좋고 도대체 흠 잡을데가 한군데도 없다. 경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