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

달리고 오르내리던 아들은 기운이 다 빠진듯 숨소리도 조용히 잠들었다. 고른 날숨 소리가 방 밖으로 들려오는 듯 하지만 나지막히 잘 들리지 않는다. 꿈 속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놀러 가거나 괴물에 쫓겨 달리고 있을지 몰라도 현실은 고요한 또 정적인 모습 자체다.

아내는 거실에 누워서 TV소리에 묻혀있다. 주말의 절반을 일로 보내고, 나머지의 절반은 아이와 그리고 나머지는 기어코 TV와 보내겠다고 한다. 나와 나누어 먹던 과자가 하나씩 줄어든다. 언제 잠들지 모르겠지만 주말 중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이 지금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누워서 거쉰을 듣다가 지금 시간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브람스로 바꿨다. 내일은 늦잠을 자도 된다. 굳이 지금 잠들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누워있는 내 모습이 나름대로의 사치를 누리는 듯 하다. 평상 시 같으면 책을 읽을 시간이지만 주위의 모든 도서관이 문을 닫은 까닭에 읽고 싶은 책이 7~8권은 밀려있다. 쉽게 다시 열 것 같지 않다. 이제 사서 봐야하나?

우리 세 명은 아픈 사람도 없고 배가 고프지도 않으며 내일 일찍 일어날 일도 없다. 탐험에 나서야 할일도 없으며 치열해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이다. 그래 이정도면 훌륭하고 잘 지내왔으며 자랑스럽다. 각자가 지금 덮고 있는 이불의 따스함 정도만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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