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tour] Singapore (2013. 11. 17~21)

  MBA 과정 중 기간이나, 규모, 예산 면에서 가장 큰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스터디 투어를 다녀왔다. 목적지인 싱가폴은 학생들의 투표로 선정되었으며 사실 상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학생들로 구성 된 내부 TF에게 맡겨진다. 방문 기업 선정, 일정, 호텔, 항공편 등등. 그러다 보니 같은 일정인데도 누구는 힘들게 고생하고, 누구는 정말 편한 패키지 여행 같은 시간을 보내고, 서로 나뉜다.

  개인 부담금은 40만원 선으로 결정되었는데, 숙박하는 호텔이나 항공편에 따라서 매년 차이가 조금씩 난다. 이번 기수는 학교에서는 일괄적으로 백 만원의 금액을 지원하고 나머지 잔액을 학생이 부담하는 구조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항공편을 이용하고 싶다면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행사와 이야기 해서 조정 가능하다. 베트남을 경유해서 미리 싱가폴에 도착한 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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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기업은 AON, OCBC, 맥쿼리, 마이크로소프트, 타이거맥주 등, 학교로는 SMU를 방문하였다. 화려한 모습의 현지 금융 산업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의미가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이나 싱가폴이라는 국가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 또한 같이 떠난 동기들 끼리 다양한 이야기를 하거나, 오랜 기간 같이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이 때가 유일할 것으로 생각되므로, 스터디 투어를 떠나기 전에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조그만 생각 하나라도 가지고 간다면 좋을 것이다. 물론 정신 없이 기말고사를 보는 와중에 떠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나 예산이다. 돈이 충분하다면 기업 섭외나 일정 조율, 가이드 등 여러가지를 행정실과 여행사가 서로 조율하여 해주고 학생들은 정말 잘 짜여진 스케쥴 안에서 무엇을 배워갈까 만 생각하면 좋았을 텐데, 너무 많은 학생들이 일정을 챙기고 인원을 챙기느라 충분한 자기 시간을 못 보낸 것 같아서 아쉽다. 자기 시간을 쪼개 이러한 큰 행사를 준비한 TF 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이게 스터디인가 투어인가에 대한 정체성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 인 것 같다. 사실 그 중간 어디 쯤 위치해 있기 때문에 완벽히 소화 시키기 조금 거북한, 그런 외유로 귀국할 때 까지 남았다.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지금은 많은 부분이 관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교에서의 강의 시간이나, 기업 방문 시간이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 것은 학생이 자발적으로 준비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기왕 돈을 150만원 써야 한다면, 누군가 더 권위 있는 사람이 대표로 참여해서 준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손이 멈춰 질 때

이 시간까지 PPT 글자 크기를 올리고 내리고 하다가 문득 손이 멈춰진다.

MBA에 지원할 때는 아침에 회사만 안 나가면 정말로 신나는 일을 잔뜩 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고, 여유로운 시간을 잘 써서 신혼 동안 평생 간직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보려 했는데. 숙제를 하다 보니 집에 들어온 부인한테도 ‘어 왔어?’ 한마디 밖에 못했다. 쉬려고 나가보니 잠들어 있고.

외어야 할 것, 풀어야 할 것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데, 겨우 종이컵 하나 들고 담아보려고 애쓰는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들고.. ‘내년에 졸업하면 나한테 졸업장 말고 남는 건 뭘까?’하는 의구심도 든다.

벌써 SNU SMBA 1학기도 끝나간다. 참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고, 3달 전 생각했던 것 만큼, 바랬던 만큼 되어 가는 건가? 관악이 눈에 덮이면 따뜻한 사케나 한잔 했으면 좋겠다.

[Orientation] SNU MBA @오크벨리 (2013. 8.12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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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 MBA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2박 3일 간의 일정으로 오크벨리에서 열렸는데 사실 여유로운 일정 탓에 채워진 프로그램은 1박 2일 정도면 소화 가능한 것을, 2박 3일로 늘려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내 팀워크, 야외 팀워크, 실내 강의, 간담회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음주 가무가 이어졌다. 사실 몇 가지 프로그램들을 제외하고는 OT의 목적은 “친해지길 바래”가 아니겠는가. 열심히 통성명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수 없이 많은 사람에게 하고 듣고 외우고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친해졌느냐가 중요한 일.

생각해보니 초면의 사람들이 여럿 모여서 단기간에 친해져야 하는 경험이 꽤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학기 중에는 물론 매년 그랬고, 그 이후를 따져보면 Qualcomm IT Tour 시절, 회사 입사 동기 오리엔테이션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다수가 시끌벅적 하게 떠드는 환경에서 말 하는 것이 영 익숙하지 않고 싫어서 서로 친해져야 하는 상황이 조금 불편하다. 유머가 있고, 개인기가 있고, 재치가 있어서 웃겨주고, 먼저 다가가고 하는 스킬이 없어서 항상, “아 다들 친해지고 있는데, 나만 소외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특히 Qualcomm IT Tour 에서는 더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 한 7~8년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고 나니 몇 가지 느끼는 것이 있다. 

우선,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단시간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는 것. 나는 후자에 가까운 편이다. 여기서 어울린다는 것은 친해지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다. 단순히 같이 놀고 즐거움을 나누고 하는 것을 어울린다고 하면 친해진다는 것은 보다 깊은 이야기를 하고 대중에게 내보이는 면 이외의 면을 서로 공유하는 친밀한 관계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남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친해졌다고 착각하고 불안해하지 말아야 한다. 친밀하게 되기까지는 누구나 시간과 노력이 들고 중간의 헤어짐과 소원해짐을 겪는다.

인간 관계라는 것도 서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고 결국 집단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이러한 Devotion을 꾸준히 가지고 가는 사람들끼리 남게 되어 있다는 점. Qualcomm IT Tour나 동기 모임에서도 초반에는 엄청나게 웃기고 화제의 중심에 서는 사람이 있었지만, 시간이 몇 년 지나고 보니 모임에 참가를 하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 되는 등 마지막에 결국 옛날의 추억을 나누고 하는 사람들은 처음에 의외로 조용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아무튼, 앞으로 학교에서의 1년 반 동안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사람들을 첫 번째로 만나게 되었으니, 이제 더 학교를 졸업하고도 더 오랜 기간 동안 알고 지낼 사람들을 사귀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