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자신감’ 이라는 애매모호한 감정이 계속 끈덕지게 남아있다.

나는 자기 자신의 평가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특히 남들이 나를 평가하는 소리를 들으면 귀가 솔깃하고 꼭 머리 속에 오랫동안 담아 놓는다. 회사에서 같이 오래 일한 차장님이 “휘정씨는 자신감만 기르면 될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해주신적이 있는데 그 때는 자신감이라는 것이 업무를 처리할 때 일사천리 추진하는 능력과도 비슷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자신감이라는 것이 조금 더 광범위하고 근본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것을 자꾸 느낀다.

자신감은 어떤 믿음이다. 무슨 믿음이냐 하면 나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에 대한 믿음이다. 모든 나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따라서 이러한 믿음이 있으면 불안이 적어지고 쓸데 없는 걱정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인간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 생각해봤다.

가장 대표적인 인간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첫 번째 조건은 누구도 나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결국에는 누구나 나를 좋아할 것이고, 모두 나를 사랑할 것이고, 나의 진가를 알게 되면 나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나르시즘까지 이어질 수 있는 그러한 강한 자신감이다. 살펴보니 이 자신감은 성장과정에서 주위 사람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는지 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인간 관계에 대한 자신감의 조건은 자신이 인간 관계를 대함에 있어서 얼마나 Robust 한지를 자각하는 믿음이다. 예를 들면 나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확신이 있거나, 아주 견고한 인간 관계를 구축해놓았다는 확신이 있을 경우 추가적인 인간 관계를 맺기 위해 조급해 하거나 혹은 맺어진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최근에 새로운 인간 군상 속에 들어가게 되어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무리 지어 다니고 있다. 서로 다른 성격과 또 다른 행동이 나타나는 가운데 이 자신감이라는 것이 인간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근본적인 차이를 가지고 오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자신감이 있는가? 어떻게 하면 나를 동경의 대상으로 포장해낼 수 있을까?

종교가 필요하다

종교가 아니고서는 무엇인가를 100% 믿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누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고 꾸준히 우직하게 나가야 하는데 계속 마음이 조급하고 생각이 바뀐다. 어제 잘 때 생각이 다르고, 오늘 밥 먹을 때 생각이 다른 것을 보니, 사실은 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나의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 확신이란 것이 경험이나 근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이 나에게 믿으라고 시키는 섭리 같은 것이고 그에 순응하는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종교에 미친 사람들은 나름대로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도 그러한 종교 같은 것이 필요하다. 내가 운동을 못해서 살이찌고 배가 나오는 한이 있어도 무엇인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이러한 열렬한 맹신이 없기 때문이다. 90%에서 10%를 더 끌어올려 전력투구하기는 정말 힘들지만, 이 정도 레벨에 오면 그 10%를 이룰 수 있는 사람들만이 앞으로 조금 씩 나간다.

그렇게 미쳐서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