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기록들을 정리하다가

예전 기록들을 정리하고 있다. 학교는 어떻게 다녔는지, 회사는 어떻게 다녔는지, 누구와 만났고 어떤 이야기들을 했는지에 대한 정리를 하고 있는데 사진이나, 글, 이메일들을 뒤저서 하나하나 예전의 그림을 맞추어가는 직소퍼즐 놀이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메일을 오래전부터 쭉 정리하다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를 퇴사할때 있었던 갈등이 떠올랐다. 학교 복학을 위해서 언제까지 퇴사하겠다고 선언한 입장에서, 해당 기간 내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프로젝트를 맞게 되었다. 개발을 진행하다가 역시나 버그들도 많았고, 테스트도 더 진행되어야 하고 최소한 전담하여 2개월은 더 개발이 진행되어야 할 시점이었는데 내가 선언한 퇴사 날이 되어버렸다.

결국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 시점에도 회사로부터 끊임없이 연락이 왔다. 전화를 받고, 응대를 해주고, 한번은 직접 회사에 나가서 문제를 봐주기도 했다. 간단히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차라리 나를 돈을 주고 주말 아르바이트처럼 쓰던지 아니면 더 이상의 지원을 관두겠다고 말했다.

나의 주장은 나는 돈을 받고 다니는 동안 성실하게 일을 했고, 처음부터 프로젝트가 그 기간 안에 끝나는 것은 힘든 상황이었다. 6개월 전부터 언제 나가겠다고 말을 했으면 해당 시간 안에 끝나기 힘든 프로젝트에 대한 매니지먼트와 업무 인수 인계, 그리고 후임 양성에 대한 책임은 회사에 있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었고,

회사의 입장은 ‘당신이 책임지고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아예 새로운 요구가 아닌 유지보수 차원에서 당신이 만든 코드에서 나오는 버그에 대한 책임은 당신이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었다.

사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양쪽 다 일리있는 말이기는 한데, 나는 내 입장에서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회사가 나를 못살게 군다고 생각했고, 적당한 응대 수준에서 진행하다가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결국 그 프로젝트는 상용화까지 가지 못하고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의 미숙했던 대처가 살짝 아쉽다. 그럴때는 내가 조금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최대한 지원을 해주고 그 이외의 회사에서 나한테 해줄 수 있는 부분을 더 얻어 내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사회 생활을 노련하게 하는 경험치가 쌓였다고 할까. 지금도 미숙하긴 하지만.

하긴, 지금에 와서야 전체를 보고 입장을 고려하고 이런 이야기를 말할 수 있지만 7년 전 이야기인데도 머리 속에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것을 보면 지우고 싶었던 기억인 것 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