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의 창의성

기업에서의 창의성이란 요구 사항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들어낸 그것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일이 더 멋지게 수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은 직원에게 (말로는) 창의성을 요구한다. 사실 창의성이라기 보다는 경영진이 생각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더 나은 해결책을 가지고 오는 능력을 원하는 것이고 이런 사람들을 ‘창의적’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기업의 보편적인 속성인 권위주의, 관료주의는 창의적이란 말과 극단에 위치한다.

기업이 창의적인 직원들로 가득차 새로운 아이디어가 흘러넘치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채용 시 정말 창의적인 사람을 뽑고, 일하면서 창의적이 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두 가지 다 성공적이어야 한다.  정말 창의적인 사람을 뽑는 것도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인사팀에 맡겨두고, 우선 창의적이 될 수 있는 조직 문화란 무엇인가? 여러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규칙은 기본 욕구로부터의 해방이다.

내가 지금까지 관찰한 결과, 한국 사회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착실하다는 소리를 듣고 사회에 진입한 보통의 사람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해도 나와 내 아이들이 먹고 사는 것에 지장이 없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겨야 창의적이 될 수 있다. 내가 외적 그리고 내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고 나의 행동이 일으키는 결과가 나에게 피해를 주어서도 안된다. 보통 사람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기업은 ‘너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아이디어를 내도 너를 자르지 않고 보호해 줄게’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인데 이는 위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현대의 권위주의적인 기업이 가진 속성이 창의성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직원에 대한 보호와 보장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도 집에 돈이 아주 많거나, 이직이 쉽거나 평생이 보장되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가정 교육을 매우 잘 받아서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다. 위의 사람들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진 조직은 반드시 아래에 있는 사람의 자유를 제한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조직 문화로서 창의성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은 기업 내 권력의 배분과 자유의 보장 문제로 환원 된다.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 남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권리(이 둘은 결국 하나이지만)를 기업 내부에서 어떻게 분배하는지에 따라 창의적인 조직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는데 극도로 제약이 심한 직원들의 업무 환경, 상명하복식의 문화, 실무자와 결정권자의 엄격한 분리, 결과에 대한 문책을 피하기 위한 수많은 Paper work 등 국내 유명 대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사실 그들은 창의적인 조직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렇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대부분의 기업이 사실은 조직의 창의성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창의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만을 원한다. 또한 기업의 계급화된 조직은 본질적으로 창의성과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꼭 창의적인 기업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원이 창의적인 기업은 근로자들의 유토피아로서 유명세를 탈 수는 있지만 우두머리가 창의적이고 조직원은 창의적이지 않은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Market)은 항상 무엇의 극대화를 요구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후자의 조직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Detail Oriented Person

모 회사의 채용 공고에 나온 선호하는 인재상이 Detail Oriented Person이다. Detail Oriented Person 은 깐깐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그러면 나쁜 뜻 아닌가? 아니면 “결정은 우리가 하니 밑에서 우리가 놓친 사항들을 잡아주세요” 라는 뜻인가?

자기 역할에 따라서 Detail 하게도 General 하게도 볼 수 있는 사람이 Detail Oriented Person 보다는 더 나아보인다. 나 같은 아랫사람 입장에서 보면 Detail 한 것을 General 하게 지시 내리는 사람이나, General 한 것을 Detail 하게 지시 내리는 상사는 기업의 생산성이나 발전 가능성을 해친다.

예를 들어 보고서를 만든다고 하면,

Detail 한 것을 General 하게 지시 내리는 것은 “밑에 Copyright text는 붉은색 톤으로 폰트나 크기 조절해서 눈에 확 띄게” 라고 말하는 것이고 Detail 한 것을 Detail 하게 지시 내리는 것은 “Copyright text의 RGB값은 #FF0000 로 나눔고딕 12pt로” 라고 말하는 것이다.

Copyright text와 같은 Detail에 대한 결정이 필요한 경우 관리자도 Detail 하게 지시 하고 빠르게 결정 내리는 것이 좋다. 물론 실무자의 의견이 있다고 하면 이를 구체적으로 듣고 빠르고 Detail 하게 결정을 내리고 실무자의 창의성은 조금 더 큰 범위에서 반영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10명이 들어오는 회의에서 관리자는 Font 이야기를 감히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 (어떤 관리자는 Font 이야기 밖에 할 것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러기 위해서는 실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이게 hierarchy 를 밑에서부터 밟아 올라간 관리자가 강한 이유이다.

하지만, 관리자 입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보다 큰 범위의 의사 결정을 올바르게 내리는 것이다. 관리자가 Detail을 모르거나 세세한 것 까지 챙길만한 여력이 없다고 하면 Detail 은 실무자들에게 일절 위임한 채 큰 결정들에 집중해야 한다. 이 경우 General 한 것을 Detail 하게 지시 내리는 것의 단점은 실무진의 능력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General 한 것을 Detail 하게 지시하고 Detail 한 것을 General 하게 지시하는 관리자 밑의 실무자는 자기가 학부나 대학원 때 배웠던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면서 보고서 폰트와 그림을 바꾸는데 하루 종일을 쓴다.

요약하면 일이 General 하면 General 하게, 일이 Detail 하면 Detail 하게 지시해야 한다. 따라서 사장과 같은 회사에서 가장 General 한 일을 다루는 사람이 Steve Jobs를 이야기 하면서 Detail을 지시하려면 우선 실무진의 역량을 갖춘 후라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