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역사 – 미셀 보

자주 쓰이고,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 중에 ‘자본주의’ 만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 애매모호 함이 어느 정도는 줄어든다.

자본주의는 투입된 자원 대비, 산물의 가치가 더 높아져서 나에게 이윤이 축적되는 과정을 추구하는 강력한 욕구에서 출발한다.

이 과정에서 교환의 방법, 생산의 방법, 노동의 이용 방법, 자본 획득의 방법 등 다양한 변종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핵심은 ‘축적된 이윤’‘끊임 없이’ 추구하고자 하는 행태를 사회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경제적 풍요를 이룩하는 방법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저자가 젊은 시절에 쓴 부분과 노년에 쓴 부분의 문체, 분석의 깊이, 세련됨 등이 많은 차이가 있어서 마치 다른 책을 읽는 듯한 단점이 있지만, 자본주의를 막연히 기업 간의 경쟁이나, 자유주의 시장 경제로 국한해서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많은 깨달음을 줄 만한 책이다.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 페르낭 브로델

자본주의는 인간의 몇 가지 습성에서 태어났다. 따라서 정확히 이해하려면 인간의 유구한 역사와 특질을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자면 너무 방대하기에 13세기 이후 서양 사회를 살펴보면 100%는 아니지만 95% 이상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6권이나 되는 긴 서사를 읽는 것에는 2달이 넘게 걸렸지만 그 백미는 4권의 마지막 결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자본주의가 어떠한 토양에서 자라는지를 정확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 이 부분을 조금 인용해본다.

1) 활력이 넘치고 진보하는 시장 경제

잉여의 부가 자유롭게 교환되는 시장 경제는 자본주의의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그것이 충분 조건은 아니다.

2) 가문의 영속성과 연속적인 축적이 가능하도록 계서화된 사회

내가 모두 소비하지 않고 부를 축적하고 이를 내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사회가 용인할 수 있도록 계급화 되어야 한다.

3) 세계 시장이라는 고도의 이익을 누리는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서의 이동 

단순한 시장 경제에서 현대와 같은 자본주의로의 파격적인 성장은 항로의 발달, 통신의 발달, 표준화된 금융 시스템을 통한 세계 시장의 등장으로 비로소 가능해 졌다.

 그동안 자본주의를 무엇이라고 정의하는 서적이 없다는 것이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들어낸 거대한 계(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것을 역사적인 측면, 지리적인 측면, 사회 계층적인 측면, 부의 교환과 흐름에 대한 측면에서 살펴볼 수는 있지만 이를 하나의 시점과 하나의 층(層)으로는 절대 살펴볼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