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과 유한

아이를 키우다보면 가끔씩 무한한 기쁨의 순간이 찾아온다. 이는 나의 성취나 행운으로 느끼는 기쁨과는 확실히 다르다. 딱히 기쁠 이유가 없이 그 순간 나와 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로 느껴지는 기쁨이다. 무한하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이 기쁨이 그 ‘존재’ 자체에 기인하기도 하고 또 그런 연유로 언어로는 형용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기쁨의 순간이 잦아들면 갑자기 걱정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무한한 기쁨의 순간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유한한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아이 둘 중 하나의 존재가 사라지면(내가 그리 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 기쁨 또한 그 이후로 영원히 느낄 수 없으니까 말이다.

무한한 기쁨은 그 유한성을 전제로 하는구나. 무한한 기쁨을 영원히 누릴 수 있다면 이는 아마 진정 ‘무한’한 기쁨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