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견지명이란

Freakonomics Podcast는 흥미로운 경제 상황을 매주 자세히 풀어서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지난 주제 중 Bitcoin에 관련된 내용을 듣다가 놀라운 선견 지명이 있어서 기록에 남긴다.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 이라는 미국의 경제학자가 있다. 1912년 생이고 2006년에 고인이 되신 분인데, 아래는 이 분이 1999년에 인터뷰한 내용 중의 발췌이다. (참고로 1999년은 이 분이 한국 나이로 88세가 되는 해이고 아마존닷컴은 1997년부터 책이 아닌 물건들을 팔기 시작했으며 네이버는 바로 그 해 설립되었다.)

 “MILTON FRIEDMAN: I think that the Internet is going to be one of the major forces for reducing the role of government. And the one thing that’s missing, but that will soon be developed, is a reliable e-cash, a method whereby on the Internet you can transfer funds from A to B, without A knowing B or B knowing A, the way in which I can take a 20 dollar bill and hand it over to you and there’s no record of where it came from. And you may get that without knowing who I am. That kind of thing will develop on the Internet and that will make it even easier for people to use the Internet. Of course, it has its negative side. It means that the gangsters, the people who are engaged in illegal transactions, will also have an easier way to carry on their business. (인터넷에 힘입어 정부의 역할은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라지고 또 대체될 것 중 하나가 신뢰할 수 있는 전자 화폐입니다. 인터넷에서 A와 B가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손쉽게 돈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지요. 내가 20 달러를 가지고 상대한테 보내주고 또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는 기록도 없습니다. 또한 상대는 내가 누군지도 알 수 없죠. 이러한 것이 인터넷 상에서 개발 될 것이고,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더 편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겠죠. 갱스터와 같은 불법적인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쉽게 그들의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정확하게 요즘의 비트코인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비트코인이 어떻게 동작하고 기존의 전자상거래와 어떤 면에서 다르며 어떠한 부작용이 일어날지를  15년 전에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마치 요즘 사람의 비트코인에 대한 논평을 보는 것 같아서 듣는 동안 소름이 돋았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자신이 80세가 넘어서 이용되기 시작한 인터넷을 배우고 기존의 학습에 적용해서 그 당시 젊은 사람들도 예측하기 힘든 미래에 대한 선견지명을 가졌다는 것은 놀랍다.

Freakonomics는 그 당시의 젊은 사람들의 비교를 위해서 비슷한 시기(1998)의 폴 크루그먼의 미래 예측을 들고 있다. 살짝 조롱하는 것 같은 뉘앙스인데, 그도 마찬가지로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이고 밀턴보다는 무려 41살이 어리다.

 “The growth of the Internet will slow drastically, as the flaw in ‘Metcalfe’s law’ – which states that the number of potential connections in a network is proportional to the square of the number of participants – becomes apparent: most people have nothing to say to each other! By 2005 or so, it will become clear that the Internet’s impact on the economy has been no greater than the fax machine’s.” (인터넷의 성장은 멧칼프의 법칙 – 네트워크의 잠재적 연결의 수는 그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 에 있는 결점이 명확해지면서 급격히 둔화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별로 할말이 없다! 2005년까지 경제에 대한 인터넷의 영향은 팩스의 영향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미래를 정확하게 보는 능력은 부단한 학습의 결과일까? 아니면 단지 운에 가까운 우연일까?

[유럽 자동차여행] 메디치가 이야기

‘메디치가 이야기’는 이번 유럽 여행 중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메디치가의 흔적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피렌체와 쉬농소 성을 방문하기 전에 메디치가의 역사는 반드시 어느정도 알아야 하고, 나는 그러지 못해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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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농소 성, 카트린느 드 메디치의 성으로 불린다

사람의 생존에 필수적인 1차 산업 이외의 유통, 서비스, 금융, 예술을 발달 시키기 위해서는 잉여 생산량이 필요하고 이를 부(富)라 칭하면, 14~15세기에는 이 축적된 부를 어떻게 쓰느냐가 전적으로 귀족 가문과 왕에게 달려있었다. 메디치가는 이 부를 단순히 ‘소비’해버린 수 많은 다른 가문들과는 달리 금융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산업에 재투자했고 이로 인해 피렌체는 상업의 중심 도시이자 예술의 도시라는 명성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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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두오모 성당

역사에서 부를 축적한 많은 가문은 있지만, 명성을 얻은 가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명성은 이 부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에 많은 돈을 투자하여 자신의 가문의 명성을 높이려하고, 세습에 관심을 가지고 자녀에게 막대한 부를 상속하며, 권력자에게 로비하고 가문의 안녕을 꾀하는 행태는 당시 이탈리아의 많은 가문이나 현대 우리나라에서나 똑같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부를 얻은 가문과 ‘명성’을 얻은 가문의 가장 큰 차이는, 후자는 자신에게 부를 가져다준 많은 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는 점이다.

[Economist] Heavy handed (쓸데없이 엄격한)

New film: “The Great Gatsby”

May 17th 2013, 9:40 by N.B.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의 트레일러가 작년 공개 되자마자, 스콧 피츠제럴드의 이 위대한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빠르고, 번뜩이는지, 바즈 루어만 풍 모든 것들에 대해서 불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비판은 영화 그 자체로도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다. “댄싱 히어로”나 “물랑루즈”의 감속에게 우리들이 기대해왔던 것처럼 그의 “개츠비”는 재즈보다는 쿵쿵대는 힙합, 그리고 실제 촬영보다는 더 많은 CG들을 통해 화려하고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카메라들은 휙휙 제트 프로펠러를 단 것처럼 지나다니고 소용돌이 치며, 흥청망청 대는 파티는 리우 카니발을 무색케 한다. 소설에서 크립스프링거가 연주하는 피아노는 거대한 금빛 파이프 오르간으로 바뀌어 영화의 엠블럼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은, 비록 “위대한 개츠비”는 랩 비디오와 향수 광고의 끔찍한 3D 결합을 닮았음에도, 그것의 근본적인 약점은 원작 소설에 대한 존경이 너무 과하다는데 있다. 루어만 감독은 비츠제럴드의 짧은 이야기를 웅대하고, 비극적인 오페라처럼 보고 있다. 또한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보게 하리라 결심했다.

그는 마지막 장의 대부분을 잘라냈지만, 그 외에는 원작의 모든 부분을 스크린으로 옮겨놨다. 젊은 채권 판매인인 닉 케러웨이(토비 맥과이어)는 1920년대 초반 롱 아일랜드에 있는 작은 집을 빌리고, 그 이웃의 궁궐 같은 맨션에는 신비에 싸인 제이 게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살고 있다. 게츠비는 케러웨이의 사촌이자 우락부락한 귀족 남편 톰(조엘 에저턴)과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데이지(케리 멀리건)을 짝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이야기가 전개 되는 것 뿐 아니라, 케러웨이가 이들을 묘사하는 나레이션을 들려준다. 몇 군데서는 피츠제럴드의 실제 글이 3D 자막으로 화면에 뿌려지기도 한다. 우리가 내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의문이 생길 때, 루어만 감독은 캐릭터들이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분명히 이야기 해주거나, 또 케러웨이가 그 시대의 경제 상황이 어떤지를 가르쳐주는 추가적인 대화를 삽입하기도 했다.

감독은 의욕 과잉의 학생처럼 다가온다, 따라서 우리의 옷깃을 움켜쥐거나 모든 것들의 무엇을 의미하는지, 얼마나 중요한지를 소리쳐서라도 우리가 원작의 진가를 알아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결과물인 2시간 30분짜리 영화는 학교 학생들이 원작을 공부할 때는 요긴할 것이다. 모든 의문에 대답하고, 모든 빈칸을 채워준다. 하지만 피츠제럴드의 원작이 가진 애매함과 미묘함은 사라져버렸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원작의 각색이기도 하고, 각주이기도 하다.

루어만 감독이 그의 관객과 배우들에게 믿음을 갖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가 물러나서 그저 스토리가 전개되도록 내버려두었으면 많은 것들이 더 나았을 것이다. 특히 디카프리오는 그의 골든 보이로서의 매력으로 모두를 사로잡는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개츠비를 연기했다. 하지만 항상 다물어진 그의 턱과 주위를 살피는 작은 눈은 이러한 것이 발각될까 두려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멀리건은 묘한 매력이 있는 창백하고 가녀린 데이지를 연기했고, 에저턴은 킹콩과 같은 몸의 톰 뷰케넌 그 자체였다. 하지만 관객들은 루어만 감독이 끼어들어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전까지, 캐릭터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허락되지 않았다.

아마 감독도 이 소설에 대해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느꼈던 것 과 같은 경이롭고 신비로운 사랑을 느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만약 케러웨이가 조금 더 개츠비를 부정적으로 보고 거리감을 두었더라면 감독이 가진 소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그 자체로 좋은 영화 한편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대표

“적당한 드라마와 유머를 섞고, 다들 가슴이 뭉클해지는 애국 코드를 가미한 다음에 보기 좋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치장하면 괜찮은 영화가 나올 것이다” 라고는 어느 신출내기 경험 없는 영화기획자도, 심지어 나 같은 영화 산업에 전혀 이바지 하지 않는 사람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영화가 “나오겠다.”“나왔다.” 는 사전적과 사후적 말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무엇을 해보기 전에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이 결국 흥행 성공과 참패를 결정한다.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는 주위 사람들을 다 뿌리치고 나의 길을 가야하는 때가 있고, 그 기회를 운좋게 잡은 감독은 등장 인물들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 행운을 누렸다.

MP3 플레이어

고가의 물건을 살때면 늘 생각해 보는 것이 “이 물건이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 라는 것이다. 이런 물음을 머리속에 한 2주정도 넣고 다니다 보면 순간적인 충동으로 원했던 물건들은 어느 사이에 별로 필요없는 물건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쓸데없는 돈을 쓰지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다. (물론 일생동안 이런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구입한 고가의 물건도 물론 있긴 한데, 대표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 컴퓨터를 멀리하는 금욕 생활중이기에 영어공부를 위한 MP3 파일을 무엇으로 플레이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MP3 플레이어를 사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늘상 하는 것처럼 “지금 MP3 플레이어가 내게 꼭 필요한 것인가?” 라는 물음과 함께 일주일 정도를 지낸 것이다.

비교적 저가의 물건이기도 하고, 또 많이 가격이 내렸기도 하고, 또 당장 몇 주 안에 필요해질 것 같기도 해서. 서둘러, “아 이건 꼭 필요하겠다.”라는 결론에 도달한 후 조금은 색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 주위에는 도대체 얼마나 MP3를 플레이 가능한 디바이스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한번 떠올려 보았다.

1. 학부시절 구입한 PANASONIC CDP

2. 늘 가지고 다니는 오래된 EVER 핸드폰

3. 역시 몇 년 전에 구입한 SONY VAIO 노트북

4. 얼마전에 생긴 TOSHIBA 노트북

5. 요즘 유용하게 사용중인 딕플 전자사전

6. XBOX 360도 아닌 오리지널

7. 학부 입학하면서 구입한 옛날 AMD 데스크탑 컴퓨터

8. 아반떼 HD 카오디오

9. 노래방 기기 겸 MP3CD 플레이어

10. SKY에서 출시한 KTF용 휴대폰 공기계

11. 학교에서 사용 중인 비교적 최신형 데스크탑

아마 틀림없이 빠뜨린 몇 개를 제외하고도 무려 11개나 되는 MP3 플레이 가능 기기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기기들로 한정시켰기에 마련이지 범위를 “우리집”이나 “내 생활반경”으로 확장시키면 그 수는 아마 기하급수적으로 퐁퐁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 기계들에는 전용 목적으로 만들어 졌든, 혹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삽입되었던 간에 MP3를 플레이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개발자의 노력에 의해서 탑제 되어있는 것이다. 물론 그 모든 노력과 자원이 나에 의해서 철저히 무시되고 있고 나는 또 하나 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거다.

이렇게 많은 잠자는 기능들이 주위에 있다면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나는 언제나 MP3 플레이 가능한 환경에 놓이게 될 수 있다. 학교에 있으면 학교 데스크탑을 사용하면 되고, 걸어다닐때는 휴대폰을, 운전 중일때는 카오디오를 사용하면 된다.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할때는 각각의 노트북에서 Winamp라도 켜면 되고, 도서관에서 공부할때는 마침 사용중인 전자사전에서 플레이하면 된다. 언제나 플레이 가능한 환경에 이미 놓여있으므로 내가 구입하는 MP3 플레이어가 순전히 “MP3를 플레이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이라면 구입하지 않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결국 그러면 내가 구입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조금 더 생각해본 결과, 간단하게 누구나 알 수 있는 말로는 Mobility를 구입하는 것이고, 조금 더 이쪽 영역의 말을 쓴다면 Seamlessness가 아닐까? 다른 환경에서 다른 음악들을 플레이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내가 듣던 그 음악과 내가 보던 그 인터페이스를 즐기고 싶은 것이다. Resume 기능도 지원된다면 금상첨화다. 언제나 내 귀에 음악을 매달고 다니고 내가 원하는 바로 그 때 정지 시키고 다시 내가 원하는 그 때 다시 플레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개인이 존재하는 3차원 상의 X,Y,Z 좌표가 점점 더 무의미한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예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10년~20년 전에 등장한 MP3 플레이라는 기능이 이제 이렇게 Seamlessly 지원되는 것을 보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근미래의 Internet 접속 이후에는 어떤 기능들이 뒤를 이을지 궁금해진다. 내가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점점점 더 늘어만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