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4]

 오사카(간사이)로 여행 계획을 짤 때에는, 일반적으로 오사카를 중심으로 넣고, 교토, 나라, 고베 정도를 일정에 포함시켜서 하루씩 다녀오는 식으로 관광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빠짐없는 일정이다. 뭐, 나의 경우야 2박 3일이라는 시간 밖에 없었으니까 아쉽지만 고베를 포기했지만 말이다. 하루가 더 있었다면 물론 고베를 다녀오는 일정을 넣었을 것. 생각해보면 내가 왜 2박 3일 밖에 머물 생각을 못했지 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하루 더 있을껄. (아, 수강신청 때문에 일찍 왔구나!)

 아무튼 첫날 교토에서의 피로 때문인지 세상 모르고 그 썩은 냄새나는 숙소에서도 잘만 자다가 일어났다. 둘째날의 일정은 나라에 다녀오기. 사전에 알아본 결과 나라까지는 난바에서 전철을 타고 가면 되는 모양. 알아 봤다고는 하지만, 그냥 중간 경유역 이름 정도만 알아두고 자세한 사항까지는 알아보지 않았다. “복잡하기로 세계적인 도쿄 전철을 경험하면서 한달 살았는데, 오사카 정도야.” 하면서 “임기 응변식으로 대처하자.” 결심하고 이 곳으로 온 것이다. 일단은 아침을 먹어야 하겠는데, 주위에 적당한 식당이 있을리 만무하고 돈은 아껴야겠고, 해서 일단 난바까지는 나가서 아침을 해결하고 나라로 향하기로 했다. 서둘러 세수하는 흉내만 내고, 머리도 대충 감고(녹물이 흘러나올 것 같은 세면대) 어제의 경험에 비추어 아주 간편한 옷차림을 하고, 노트북도 숙소 안에 남겨 놓은 채 숙소를 나섰다.

 나오자마자 더워. 정말 덥다. 왠지 무의식 속에서부터 일요일은 더 덥다고 오래전부터 쭉 생각해왔었는데, 그게 달력에 숫자가 빨간색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쉬는 날이라 놀러 밖으로 돌아다녀서 덥다고 느낀건지. 아무튼 이 날을 계기로 두번째에 무게가 실리는데..  생각해보면 숙소가 아무리 허름해도 에어컨은 있어서 다행이었다. 정말. 아니었으면 어떻게 3일을 보냈을지. “필터 청소를 5년째 안한 에어컨이라도 상관없어. 이 더위라면.” 이라고 역시 필사적으로 마음속에서 외치고 있었을 수도.

 사실 숙소 근방이 배낭 여행객들을 위한 저가형 숙소의 밀집지역이 된 것은 환경이 좋다거나 하는 고차원적인 문제가 아니고, 단 하나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 외에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오사카 여행의 핵심인 우메다, 난바 역까지 몇 정거장 안 걸리는 그 거리만을 위해서 이렇게 수많은 배낭 여행객들이 곰팡이 냄새를 맡으면서 잠들어 가고 있는거다. 그리고 배낭 여행의 베테랑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 이지만 너무 사전 인터넷 예약 등을 통해서 숙소를 100% 잡으려고 노력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인터넷 예약이 가능한 숙소들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그 인터넷 예약을 가능하게 하는데 드는 비용을 숙박 요금을 통해서 만회하려고 하기 때문에 요금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도 숙소를 어떻게 잡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가보니 더 싼 가격(은 아니지만)에 더 좋은 환경의 숙소들이 꽤 있었다. 오히려 인터넷 예약을 통해서 가서 보고 고를 기회를 박탈 당하는 것이다. 아주 성수기 아니면 거의 숙소 방은 남아 있으니 걱정할 것 없고 말이다. 사실 내가 여행 한 것도 배낭 여행의 최고 성수기라면 성수기인데 (비행기가 모두 매진) 그 숙소에도 아직 꽤나 많은 방이 남아 있었다는 거다. 또 방이 남는 다는 것은 실제 현찰을 들고 갔을 때의 에누리가 가능할 지도 모르니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가자.

 그리고 또 숙소에 대한 팁 하나. 흔히 일본으로 가는 배낭 여행객들이 선택하는 숙소는 비지니스 호텔 아니면 한인 민박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성수기에 일주일 이상 도쿄오사카에 머물면서 여행 할 것이라면 위클리 맨션도 꽤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거다. 물론 예약 이라던가 돈을 지불할때 약간의 일본어가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번 요금을 찾아보았다. 내가 머문 숙소는 일박에 4500엔 가량 했었고, 방금 네이버에서 한인 민박을 검색해서 나온 첫번째 민박 (공교롭게도 내가 머문 숙소와 같은 역에 위치해있다.)의 하루 숙박 비용은 3000엔이다. 가격으로만 따지면 위클리맨션이 비싸지만 바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은 인원수가 증가할 경우에 있다. 예를 들어서 2명이 숙박을 한다 해보자. 그러면 민박은 두당을 받으므로 6000엔으로 뛰지만, 위클리맨션은 1000엔이 추가되므로 5500엔이다. 3명이 숙박할 경우는? 민박은 9000엔이지만, 위클리맨션은 6500엔이다. 그리고 사실 위클리맨션은 철저하게 독립 생활을 보장해주므로 누가 와서 자고 가던 신경도 안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2명이 가서 자도 일주일 자도 돈 더내라는 소리 없더라. (물론 계약상으로는 안되긴 하지만 말이다.) 4명 이상의 경우는? 사실 위클리 맨션이 원룸의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그 이상은 숙박에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시설은? 상대가 안된다. 한인 민박에서 욕조에 물 가득 받아 놓고 목욕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위클리맨션은 독립 화장실, 독립 주방은 기본이다. 일반적으로 베란다도 있고. 요즘은 초고속 인터넷까지 거의 기본적으로 제공해주는 추세. 예비 이불, 예비 침대 커버, 다리미, 전자 렌지, 오븐, 토스트, 냉장고, 가스 렌지. 심지어 일주일 분의 나무 젓가락까지 완비. 쓰레기 봉투도 있다. 발 닦는 타올, 일반적인 수건, 커다란 타올도 2~3개씩 준비되어 있었고. 돈을 조금 더 내면 방 청소도 대행해주는 곳이 있지만, 배낭 여행객이라면 이런 서비스는 없어도 상관없다. 이렇게 좋은 시설과 저렴한 가격을 내버려두고 한인 민박을 찾는 이유가 바로 언어 장벽과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그런 것 때문. 뭐든 외국에서 한국어로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은 그 만큼의 부대 비용을 지불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아무리 한국 사람이라도 사기꾼보다는 없는게 낫다.

 오사카에서 내가 묵은 숙소야 시설이 아무리 나쁘고 한글 서비스가 안되도 가격이 한사람이 일박에 1300엔도 안되니 양심적이기라도 하지, 저런 숙소에 두당 3000엔이나 받는 걸 보니까 내가 다 화가 나려고 하네. 누가 한국에서 위클리 맨션들이랑 연합해서 예약하고 하는 거 대행해주는 사이트 안 만드나.

 

 여행기 쓰다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빠져서 한참 떠들었는데 아무튼 다시 돌아가도록 하자. 밖에서 받은 더운 열을 지하철 에어컨으로 식히면서 난바에 도착.

 

난바는 오사카 교통의 요지다?? (인 것 같다)

 

 교토던, 나라던, 고베던 다들 이 근처에서 출발하는 전철로 갈 수 있으므로 오사카(간사이)지방을 본격적으로 여행하려는 배낭 여행객이라면 이 근처를 꽤나 많이 와봐야 할 것이다.  

 아침은 마츠야에서 먹기로 했다. 바로 회사 다닐 동안에 받았던 정식 무료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서 이다. 한국에 가지고 가봐야 의미 없으므로! 마츠야요시노야 같은 간단하게 혼자서 끼니를 때울 만한 식당이 일본에서는 꽤나 인기를 얻고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별로 없는 데다가. 도쿄 등지에서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의 비중이 한국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퇴근 후 집에가서 밥을 지어 먹는다는 것이 귀찮은 데다가 반찬까지 꼬박꼬박 해 먹을 수도 없고 또 야근이다 뭐다 해서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가면 피곤에 쩔은 상태고 말이다. 그러니 싼 가격에 24시간 끼니만을 때우기 위한 이러한 밥 집이 인기인 것이다. 물론 이런 식당은 배낭 여행객들에게도 매력적인데 싼 가격에 끼니도 떄우고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문화 체험이랄까.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망했나보다.

 

앗 저기있다. 마츠야! 간판 색을 보고 맞춘다면 이용 경험이 있는 분.

 이케부쿠로 역 근처만 해도 마츠야가 무려 6~7군데가 영업 중이라고 한다. 즉, 어디던 둘러보면 있다고 보면 된다. 내가 들어가서 자판기에서 메뉴를 고르고 있노라니 옆에 한국에서 오신 여성 관광객 2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역시 인기 있구나~” 한국 사람들은 마츠야를 주로 간다는데, 그 이유가 자판기로 미리 메뉴를 고르고 그 쿠폰을 점원에게 주면 요리를 건네주므로 일본어가 한마디도 필요가 없어서란다. 요시노야의 경우 말로 주문을 해야 된데나 뭐래나. 처음 일본에서 규동을 시켜 먹을 때 뭐가 뭔지 몰라서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메뉴를 받고 사이즈를 물어보는데 나는 뭐가 뭔지 몰라서 보통으로 달라고 했더니 알아서 주더라.  옆에서 야바시상이 “오오모리”가 큰사이즈라고 말해줬었구나.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혼자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야바시상이 말해줬던 자신의 경우가 일반적인 일본의 젊은이상?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지방에서 대학을 나오고 도쿄 근처로 취직을 해서 도쿄 외곽의 저렴한 곳에 원룸을 얻고, 젊으니까 야근과 잔업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긴 출퇴근 시간에, 집에서 손수 만든 요리를 먹는다던가 하는 것은 생각치 못하고 늘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마츠야 같은 곳에서 허기를 달래고 꺠끗하지 못한 와이셔츠를 입으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코인 란도리(우리나라 빨래방)에서 밀린 빨래를 처리하고. 그러면서 돈을 하나하나 모으고 30세 전에 결혼을 하고 조금 큰 집. 하지만 자신의 집은 아닌 월세를 살면서 (일본은 전세가 없단다) 자신의 집을 가지는 꿈을 꾸는 것. 이라나.

 뭐,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뭔가가 있다면, 사회 진출이 빠르다는 것. 그리고 부모로 부터 독립하는 대신 그 만큼 자유로운 생활을 누린다는 것 정도 일까나. 9시가 넘은 시간에 도쿄로부터 외곽의 주택가로 가는 전철을 타면 피곤에 지친 양복을 입을 셀러리맨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군대를 다녀와도 또 대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고 또 4년제 대졸자의 비율이 높아서 사회 진출시기가 많이 늦어서 젊은 세대들이 그들의 에너지를 나름대로 발산할 시기가 긴 반면, 일본은 2년제 대졸자의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크고 심지어 고졸의 비율도 비교적 높고, 그 들이 사회에 빨리 편입되고 그 룰에 갖혀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젊어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상하게 일본의 지하철이 활기차지 못해보이는 이유도 이런데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츠야 주주에게 선물되는 무료 식사권으로 시킨 720엔짜리 갈비정식.

 위의 식사가 나름 오오모리다. 즉, 곱배기(?). 양이 많은 사람에게는 역시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의 식사량이 아닐까. 720엔이면 마츠야의 메뉴중에서는 상당히 고가에 속하는데도 이 정도다. 확실히 갈비가 비싸서 그런걸까. 공짜니까 감사히 먹었지, 아니었으면 그냥 제일 싼것에 양만 많은 것 시켜 먹었을 것이다.

 일본에서 일주일만 이것저것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녀도 아마 별다르게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1엔, 10엔짜리 동전이 무지하게 많이 남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런것들 어짜피 환전도 안해주므로 가능하면 100엔짜리보다는 10엔짜리 10개 모아서 쓰고 1엔짜리는 상점에서 물건살 때 소비세로 내고 그러자. 나중에 1엔짜리 다 처리하느라고 얼마나 애썼던지. 4주동안 신경안쓰고 있다가 마지막 1주에 1엔짜리 수십개씩 내고 그랬다 -ㅅ-

 자 이제 배도 적당히 채웠으니 이제 나라로 가보자. 나라까지는 역시 전철 한번으로 갈 수 있는데 가는 도중에 펼쳐지는 오사카 시내의 전경이 꽤나 볼만하므로 창가에 앉아서 주의를 집중해보자.

 

역에서 나와 저 분수대 있는 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나라를 유명하게 만들어주는 것에는 단연코 사슴이 일등 공신이 아닐까 한다. 나라는 사슴, 닛코는 원숭이. 뭐 이런식으로 지역을 동물과 관련시켜서 유명하게 만드는 것이 꽤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서울숲에 사슴을 풀어놨다고 해서 가봤더니 이건 그냥 동물원이잖아; 나라의 사슴은 사람과 공존함으로써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길에 태평하게 누워서 자고 있다던지, 먹이인 센베를 노점에서 사면 그 냄새를 알고 달려든다던지. 뭐 이러한 재미있는 이벤트들이 잔 재미를 주는 것이다. 단, 그 고약한 변은 어떻게 처리를 못해서 사람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아무튼 도다이지(東大寺)로 올라가는 길에도 꽤나 많은 사슴들이 길가 그늘에서 더위를 피해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고플때만 일어나서 먹이를 구입하는 사람을 찾는 것 같았다.

 

바로 이런 녀석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

 

[5]편에 계속..

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3]

자판기에서 사먹는 음료수 하나도 아끼던 우리였지만, 이 날은 정말 음료수만 몇 개를 사먹은지 모를 정도로 덥고, 수분이 줄줄 흘러나가는 탈진 상태의 날이었다. 일본에 다녀온 사람은 누구나 느끼겠지만 자판기가 정말 많다. 인건비가 비싼 나라이니 만큼, 최대한 자동화 시킬 것은 시켜야 물건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포함된 서비스나 물건을 구입하려면 그에 따른 꽤나 큰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서 미용실 같은 곳을 가려면 아무리 간단한 수준의 커트라도 1만엔 정도는 지불해야 하는 것 같았다. 프리타라는 일본에서 들어온 신조어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이는 워낙 기본적인 인건비가 비싸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가 유지 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르바이트 같은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회사의 하마미치상이 니트족을 아냐고 나에게 물어본적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부모가 돈이 많은 경우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니까, 일본이랑 똑같다고 신기해했다. 치상과는 차를 같이 타고 다니면서 한국일본의 차이점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이야기 했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또 소개하면..


“류상, 일본 지하철 사린사건 알고 있나요?” (류상, 니혼 지카테츠 사린지켄 싯떼마스까?)


“일본 지하철 살인사건이요?” (니혼 지카테츠 사쯔진지켄 데스까?)


“살인이라면 살인이겠지요.”  (사쯔진나라 시쯔진데스요)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조금 피식~할 만한 이야기겠다. 사린지켄이란 말을 하마미치상은 오움진리교사린가스를 지하철에 무차별 살포해 많은 사람이 죽은 그 사건을 말하기 위해서 사린가스를 앞에 붙여 “사린사건”이 된 것이고, 나는 사린을 순간 한국어 살인으로 알아듣고는 일본어 살인(사쯔진)으로 바꿔서 생각해서 “사쯔진지켄” (살인사건) 이라고 되물어본 것이다. 나중에 사린이 살인과 발음이 똑같고 그게 일본어 사쯔진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해주면서 둘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ㅎㅎ 하마미치상과 어느 지하철 역 옆을 지나가다가 나눈 대환데 그 지하철 역에서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났다고 설명해주었다.


내려가서 교토의 복잡한 버스노선도를 보고 킨카쿠지(金閣寺)로 가는 노선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갈아타지 않고 바로가는 노선이 있었는데, 앞에서 타고 온 시간을 고려했을때 꽤나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몇 분 후 도착한 버스에는 다행히 사람이 얼마 없어 가장 앞에 앉아 전망을 즐기면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과 편안한 의자가 준비되고 전날 야간버스에서의 피곤함 때문인지 곧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중간에 몇 번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서 떨어뜨릴 뻔해서 놀라서 깬 것을 제외하면 간만의 휴식!



이 사진을 찍고 난 이후 의식을 잃었다.




일본의 버스는 일반적으로 뒤로 타고 앞으로 내린다. 탈 때 번호표 같은 것을 뽑아 두었다가 내릴 정류장에서 앞에 표시된 전광판의 번호 아래 쓰여진 요금을 내고 내리면 된다. 우리나라 처럼 서울-수원 왕복해도 눈치없이 800원만 내고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요금을 검사하기 때문에 주의. 만약 번호표를 안뽑았거나, 잃어버렸을 경우 무조건 최고 요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이것도 역시 주의. 일본의 모든 버스를 다 타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가 타본 것은 그렇다. 이러한 대중교통의 요금 체계는 철저히 합리적 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많이 간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간 사람은 적게 내는 구조로 우리나라보다 그 편차가 크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도 훨씬 비싸다. 특히 일본에서 처음 전철을 타는 사람들은 유의할 것이 우리나라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대략 1시간 넘게 전철을 타고 다치카와-치바까지 갈 일이 있어서 왕복했더니 요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3만원 가까이 나온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안에서 소요산까지 3시간가까이 가도 1800원이면 된다;;



킨카쿠지(金閣寺)는 건물의 외벽 전체가 금으로 칠해졌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사실, 이 건물도 오리지널이 아니라 없어진 것을 그 후에 다시 짓고 보수하고 보수해서 현재의 휘황찬란한 모습을 유지시켰다고 한다. 전체 순금도 아닌 것이 금박으로 칠해졌다고 해서 유명하다. 금도 얼마 안들텐데..  우리나라에도 금으로 칠해진 법당 같은 것들은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도쿄에서 회사 사람들한테 “킨카쿠지에 가요.” 하니까 2명은 알고 2명은 어딘지 모르던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만 유명한 곳은 아니겠지.



물론 물에 비친 법당의 모습이 유명하다.




킨카쿠지(金閣寺)는 한국인이 어찌나 많이 오는지 입장권에 일본어와 동일한 크기로 한국어로 적혀있다. 또, 사실 가보니까 많긴 하더라. 교토로 가는 열차부터해서 키요미즈테라(清水寺)킨카쿠지(金閣寺)에 이르는 루트동안 한국분들을 꽤 많이 봤으니. 뭐 혼자 온 관광객이라면 주저없이 사진이라도 부탁해보자. 비싼 입장료에 비하면 사실 볼 것은 저 건물 하나라. 관람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단점이 있다. 기념품이라도 고르면서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니 어느 사이에 꽤 늦은 시간이 되었다. 오사카 시내 관광을 밤에 하기로 되어있으므로 일찍 교토를 떠나야 했다. 여기까지 온 버스가 오래 걸렸으니까 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서둘러 이 곳을 떠났다.



일본의 여름은 “마쯔리”로 대표된다. 여름에 도쿄아사쿠사 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축제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껴봤을 것이고,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금붕어 건져내는 놀이나, 하나비 장면들을 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작은 마을이라도 이러한 “마쯔리”는 꼭 존재하는 듯이 보이는데 나름대로 역사가 긴 전통의 도시인 교토에도 그러한 분위기로 넘쳐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 역까지 가는 길 옆 강가에는 천막을 친 노점상이 쭉 늘어서 있고 뭔가 파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강을 물려주자.




여름에 일본에 간다면, 꼭 하나비는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일본의 불꽃놀이는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고.. 라고 할 것도 없고 그냥 일본 불꽃놀이가 세계 최고라고 보면 된다. 여름만 되면 전국이 불꽃놀이로 들썩이는데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라면 여름 거의 주말마다 커다란 규모의 불꽃놀이가 있다. 날짜가 겹쳐서 어디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이지 주말에 불꽃놀이가 없어서 못보지는 않는 정도다. 도쿄에서는 가장 큰 것이 아사쿠사 옆을 흐르는 스미다 강을 따라 2군데서 동시에 벌어지는 스미다 불꽃놀이가 제일 크다. TV에서 생중계를 해주므로 집에서도 볼 수 있기는 한데, 한국인의 관광객이라면 실제 가서 보면 더욱 더 신기한 구경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사카의 경우는 PL 불꽃놀이가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이 글의 마지막에 오사카 요도가와 불꽃놀이 동영상을 링크했으니 참고!



여자들은 저런 옷을 남자들은 그냥; 온다.




교토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오사카로 돌아가 불꽃놀이를 보기로 했다. 요코하마에서 한번 겪었던 것처럼 사람이 많을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경할 수 있는 장소가 요코하마때 보다는 비교적 넓어서 정말로 콩나물 시루에서 삐져나온 하나의 콩나물 가닥처럼 구경하지는 않고 비교적 인간답게 볼 수 있었다. 뭐, 자리도 나쁘지 않았고 말이다.


역에서 나오자 마자 장소를 고민할 필요 없게 만드는 거대한 군중의 행렬. 따라가면 되겠구나. 하지만, 이정도의 인파라면 돌아오는 길이 걱정이다. 이미 이때 이 거대함에 눌려서 피날레는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하루동안의 강행군으로 땀으로 범벅이 된 옷. 맥도널드 빅맥으로 때운 점심으로 인한 허기. 등으로 더이상 밖에서 돌아다니기는 정말로 힘든 상황. 말 그대로 그 썩어가는 숙소라도 돌아가서 자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아, 이제 일본은 더 이상 싫어!” .. 뭘했다고 -ㅅ-



유명한 빌딩. 유명하다는 것 이외의 정보는 없다.




불꽃놀이의 동영상은 다음 포스트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메모리도 부족하고 해서 중간중간 끊어가며 찍어야 했던 것이 아쉽다.


http://www.linus.pe.kr/home/tt/entry/오사카-요도가와-불꽃놀이-2006-동영상



불꽃놀이의 탄성은 잠시 피곤을 잊게 해줬지만, 시선을 하늘에서 땅으로 돌린 순간 어김없이 피곤은 다시 찾아왔다. 도로 통제 때문에 빙빙 돌아 찾은 지하철 역과 몰려든 인파로 가득찬 지하철을 거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과 맥주로 저녁을 때우고, 9시 이후에는 샤워가 안된다는 말을 듣고 8시 55분에 들어가서 10분만에 끝내야만 했던 샤워; 그리고 이러한 사실조차 불쾌하지 않게 만드는 피곤 때문에 눕자마자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내일은 나라다.” 하면서..



[4]편에 계속..

오사카 요도가와 불꽃놀이 2006 동영상

2만발의 폭죽이 어우러지는 요도가와 불꽃놀이.

하지만, 피날래 직전에 집에가는 지하철을 타기위해 등을 돌리고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보긴 했으나 카메라에는 담지 못한 피날래.

그 하늘을 모두 뒤덮었던 마지막의 한발은 마음 속에만 있는 것이다.

 

 

 오프닝!

 

 

 전형적인 단발의 불꽃놀이!

 

단색의 화려함.

 
 
나중에는 이 정도는 지루하다 -ㅅ-
 

 
 
슬슬 아래 공간과 윗 공간을 나눠서 쓰기 시작한다.
 
 
 
불꽃놀이도 구성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양한 색상의 화려함.
 
 
 
피날래 이전 중반부의 절정!
 
 
 
중간에 좀 쉬어가는 분위기?
 
 
 
위아래 뿐 아니라 좌우로 폭넓게 하늘에 그려보자!
 
 
 
가지가지 불꽃을 뽐내보자!
 
 
 
서서히 피날래를 향해 속도를 올린다. 마지막의 대폭발은 왠지 후련한..!
 
 
 
 
자 준비 운동은 끝났다.
 
 
 
하지만, 찍은 것은 여기까지..;
 

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2]

 누누히 강조하지만, 오사카 여행의 핵심은 “얼마나 돈을 절약하면서 많은 곳을 돌아보느냐.” 에 있는 것이다. 뭐, 젊은 나이에 편하게 호텔에서 침대 매트리스를 느끼면서 잘 수도 없는 일이고. 사실 돈도 없고. 이런 이유에서 노숙을 면하기 위한 숙소의 수준이랄까. 2사람이 2박에 5000엔이면 뭐; 말 다했다. 캡슐호텔보다 싸다. 가격에서 예감하듯이 비참한 수준의 숙소 일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묘한 긴장감을 가지고 한 정거장을 걸어가서 숙소를 찾아냈다! 한국 사람들이 오사카에 가서 머무는 숙소들은 호텔 수준이 아니라면 대부분 교통이 편리한 곳에 집중되어있기 마련인데, 내가 예약한 숙소가 바로 그 위치에 있다. 주위에는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싼 가격의 숙소가 밀집되어있고, 나의 숙소는 그 중에서도 가장 시설이 열악해보이는 한 여관이라고 부르면 여관이 화낼 수준의 건물.

 

 9시부터 체크인이라는데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어서 가능할까? 했지만, 들어가보니 어떤 할아버지가 땀에 젖은 런닝셔츠 차림으로 앉아 계셨고, “오늘 예약하고 온 사람인데요.” 하자 주섬주섬 예약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기 시작하셨다. “어이 괜찮은건가 관리인 할아버지, 왠지 도와드려야..” 생각하고 있는데 다행히 찾아내신 할아버지, 방이 비어있는지 열쇠를 주면서 몇 호라고 알려주셨고, 식객과 함께 집을 끌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아, 열쇠 보증금 500엔도 잊지않고 냈다. 방은.. 뭐.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고역일 정도; 퀴퀴한 냄새는 둘째 치더라도 거미와 바퀴벌레! 녹슬고 썩어가는 세면데; 그나마 깨끗한 것은 침대 이불정도. 곳곳의 담배를 눌러 끈 자국은 이 곳에 머무는 사람들이 주로 일용직 노동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만들어 줬다. 화장실은 공동 이용. 샤워장은 9시 이후에는 사용 금지. 일행 중에 여성이 있다면 이런 숙소에서는 절!대!로! 숙박해서는 안된다 -ㅅ-

 

 이런 곳에서는 머물러 있기 싫다. 이 곳에서는 잠만 자는 거다. 짐만 넣어놓고 얼른 뛰어나왔다. 우리의 첫 목표지는 교토. 3일간의 간단한 일정을 살펴보면. 첫째날은 교토오사카, 둘째날은 나라오사카 셋째날은 오사카. 뭐, 고베라던지 이런저런 곳에 가보고 싶지만, 짧은 여행 일정상 불가능. 일단은 교토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철 역이 가까운 것은 좋네.

 

오사카의 지하철은 도쿄에 비하면 단순. 뭐, 느낌은 거의 같다.

 

  일본에서 비교적 오래 머물면서 관광을 즐기는 여행객이라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단연코 지하철/전철일 것다. 가서 보게 되면 크게 2가지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어서 놀라게 되는데, 첫 번째로는 복잡함과 치밀하게 연계 되어있는 모습이고,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보다 세배는 비싼 요금 때문이다. 일본은 지하철이라는 말은 지하로만 다니는 노선을 지칭하는 말이고 전철은 역시 지상으로만 다니는 노선을 말한다. 우리나라 2호선처럼 지상으로 갔다가 지하로 달리다가 하는 노선은 내가 타본 경험상 없었는데, 뭐 혹시 있을 지도 모르지. 그래서 흥미로운 것은 “지하로만 다니는 노선은 공사가 완공 된 후 어떻게 열차를 레일 위에 올려 놓는냐”는 문제인데, 들은 바에 따르면 레일과 지상까지 구멍을 뚫고 대형 크레인을 사용해서 열차 1량씩 신중하게 레일로 내려 놓는다고 한다. 이게 꽤나 시간을 잡아 먹는 작업이라서 하루에 2량 밖에 못 내려 놓으므로 전체 노선에 달릴 열차를 다 내려 놓는데 1년이 꼬박 걸린데나 어쨋대나.

 

 처음의 일정은 교토. 촉박한 시간에 최대한 많이 돌아보고자 서둘러 교토로 통하는 철도가 있다는 우메다(?)로 향했다. (오랜시간이 흘러서 우메다 역이 맞는지 가물가물하다;)

 

이 곳이 우메다역(?) 인지도 가물가물하다.

 

  토요일 오전의 역은 비교적 한산했고, 꽤나 친절하게 나온 안내도 때문에 쉽게 교토로 향하는 전철을 찾을 수 있었다. JR선이 아닌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사철(私鉄)로 기억하는데, 한큐선이었던가. 아무튼 흔히 볼 수 있는 지하철 형태의 좌석 배치가 아니라 2명씩 앉도록 일렬로 배치되어있는 무궁화호 열차식 배치라 특이했다. 게다가 무궁화호처럼 의자가 180도 휙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등받이만 고정되어있는 좌석위에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는,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보면 신기해지는 그런 구조. 종점에 도달하면 문을 모두 닫고, 사람이 없는지 확인 한 다음 기관사가 일괄적으로 전체의 등받이위치를 조정한다. 보고 있자니, 왠지 거대 로봇의 분리, 합체가 연상되었다.

 

 역시, 관광객이 많은 노선. 곳곳에 한국인들이 눈에 띈다. 나의 경우는 인턴쉽으로 온 것이라 평일에는 한국 사람들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다치카와(立川), 치바(千葉), 토라노몬(虎ノ門). 이런 곳에 관광객이 갈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일행과 떨어져 다치카와(立川)에서 이타바시구(板橋区)로 혼자 이사하던 날 이래 2주동안 한국말을 안쓰고 지낸 것이, 내가 태어나서 “엄마”라는 말로 첫 걸음을 띤 배움의 역사상 가장 오래 모국어를 안쓰고 지냈던 기간이 아닐까나. 하지만 주말 관광지에 가면 어디에나 한국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오다이바에서는 뭐. 둘러보면 어딘가에 숨어있는 한국 사람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정도. 월리를 찾아라 도 아닌데 반드시 있는 것이다;  교토에 도착할때 쯤 해서는 그 주변의 학교가 끝났는지 중고등학생들로 가득.

 

 자, 드디어 교토에 도착이다. 키요미즈테라(清水寺)킨카쿠지(金閣寺)의 도시 교토.

 

뭐야 이건, 단지 근대화된 도시 뿐이잖아.

 

 전철에서 내려, “빨리 밖으로 나가보자. 그래야 이곳이 어딘지 파악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으나 나와보니 마치 바둑판 같은 길 구조에 당황. 어디어딘지, 동서남북은 어딘지. 어딜가야 그 유명하다는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어있었다. 단지, 수많은 사람들과, 빽뺵한 건물들, 그리고 죽을 만큼의 더위. (37도)

 “다시 역으로 들어가자. 무엇인가 지도라던가 가이드가 있을꺼야.” 당연한 생각을 조금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 껄. 괜히 이 더운 날씨에 왔다갔다 하는 우리들. 아, 가이드가 있었다. 미리 이 곳에서 자유롭게 버스를 탈 수 있는 티켓이 있다길래 그걸 물어보기로 했다. “저~ 일일자유버스이용권을 사고 싶은데..” 라고 말하자. 친절한 웃음을 띄면서 2장에 천엔이라고 알려주는 아가씨. 지도도 친절하게 2장을 준다. 지도를 보면 파악할 수 있을꺼라 생각하고 펴들었으나. 후.. 도쿄의 지하철 노선도보다 한층 더 복잡한 이 노선도. 사람이 보라고 만든건가 이 것. OMR카드 리더기 같은게 읽는거 아냐? 일본의 교과 과정 중에는 “복잡한 노선도 보기” 코스가 따로 있는건가..

 

벽에 붙어있는 버스 노선도. 친절한 아가씨의 지도와 동일.

 

 노선도에 불만이 있어도, 이 하루 버스하루자유이용권은 정말 고마워해야 할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사실 교토 내에서 이 곳 저곳 둘러보기 위해서는 거의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버스 요금이 한번 타는데 160엔. 하루 자유이용권이 500엔이니까 3번타면 거의 본전, 4번타면 이득이다. 따라서 가장 유명하다는 키요미즈테라(清水寺)킨카쿠지(金閣寺)만을 둘러 본다고 해도 3번은 반드시 타야하는데, 따라서 무조건 이를 구입해서 다니는 것이 이득. 뭐, 자가용 이용자나, 최근의 원화 강세를 막아보자는 사람한테는 상관 없겠지만 말이다.

 

 죽을 만큼의 더위를 향해 밖으로 나와보자. 버스를 타야하는데, 그 전에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지겨운 맥도널드“빅맥”  일본의 패스트푸드 점에서는 담배를 펴도 되는 층이 있고 아닌 층이 있다. 뭐, 지나친 일반화인가.. 아무튼 담배를 펴도 되는 구역이 있는 것 만은 확실하다. 흡연자의 권리를 어느 정도는 보호해주는 모습. 전철의 플랫폼에서도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어서(주로 가장 끝쪽) 흡연자만의 구름 오오라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내 생애 최고의 더위를 체험한 날. 보도에도 그늘이 있어 다행이다;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찾아 번호를 확인하고 기다리자. 어느 버스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표시가 되서 편했다. 뭐, 이런저런 곳을 돌아다녔지만.. 이 곳에서는 키요미즈테라(清水寺)킨카쿠지(金閣寺)만을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다른 곳은 뭐.. 별로 돌 것도 없고 간 것 같지도 않고. 바쁜 여행객들에게는 불행한 일 이겠지만, 키요미즈테라(清水寺) 교토의 동쪽에 킨카쿠지(金閣寺) 는 교토의 북서쪽에 위치해 있어서 하나를 보고 다른편으로 가려면 도시 가운데를 지나는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한다. 중간 중간에 볼만한 것이 있으면 상관이 없겠으나 그렇지도 않던데. 약 45분정도 걸리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낭비해야 한다. 거리상으로 그렇게까지 멀어보이지는 않는데, 중간에 신호등이 지겹게도 않은데다가 정류장도 많고 차도 많은 관계로 고생을 해야한다. 뭐,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하고 시원한 버스 에어컨을 쐬면서 자면 되겠다. 정류장을 놓치지는 말고.

 우선은 키요미즈테라(清水寺)로 가보도록 하자.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중간에 보면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이 있어서 돈을 주면 인력거를 태워주기도 하니까 다리에 자신이 없으면 기꺼이 이용해 주자. 관광객들이 “어떻게 사람이 끄는 수레를 탈 수 있어! 미안해서라도 그렇게는 못해.” 라는 생각을 가지고 인력거 이용을 꺼리기 때문에 오히려 수입이 없어 힘들다는 그들의 한탄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인력거를 이용해 주는게 그들에게는 기쁨이랄까.

 헉헉 대면서 끝까지 올라가면 드디어 입구의 커다란 빨간색 문을 볼 수 있다. 사실 어떤 사전 지식도 없이 교토에 갔기때문에 역사적인 의미라던가 건축학 적인 뭐라던가 말할 수 없는 입장.

 

교토는 수학여행지로도 인기다.

  교토는 경주처럼 수학여행의 단골 코스란다. 따라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런 날씨에 저 아이들도 무슨 고생이람. 좀 편한데 가지 -ㅅ- 예전에 회사의 오카다상이랑 일본 여고생들의 치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본적이 있다. 지하철을 타니 왠 여고생들이 우르르 있길래 오카다상이

“일본 여학생들 치마, 정말 짧지요?”

“네, 그렇네요. 왜 저렇게 짧은 건지 깜짝 놀랐어요.” 

“원래는 저것 보다는 긴 디자인인데, 줄여 입는 경우도 있고, 또 학교들 사이에 이쁜 교복을 입는 학교가 인기이기 때문에 일부러 짧게 디자인하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요. 한국도 교복을 입나요?”

“네, 하지만 형태가 좀 달라요. 일본은 저렇게 퍼지는 플레어형의 스커트잖아요. 한국은 OL들의 유니폼 같다고나 할까.”

“아~ 그렇군요”

“한국에서도 줄여입거나 변형시켜서 입는 애들이 많아요. ㅎㅎ”

“그건 일본이나 마찬가지네요.”

키요미즈테라(清水寺)도 기본적으로는 무료 입장이지만,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보려면 유료로 입장시키는 구역이 있다. 물론. 가보지는 않았다. “사진촬영이 금지되는 관광지는 의미가 없어!” 라는 마인드는 아니지만; 별거 없어 보이는 곳은 돈내고 들어갈 필요가 없겠지. 이 곳은 상당히 고지대. 산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매우 넓은 평지의 교토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 되었기 때문에 먼지 때문에 그다지 멀리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 곳에서 수백년전의 수도였던 교토를 내려다 봤을 옛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기에는 충분했다.

 

교토는 놀랄만큼의 평지로 이루어졌다.

 한바퀴 둘러보고는 손을 씻는 물로 발, 손. 온 몸의 온도를 조금 식힌 후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쁜 하루를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를 수는 없는데다가 다음 목적지까지는 꽤나 먼 길이 남아 있는 것이다.

 

[3]편에 계속..

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1]

  예정대로라면 5주간의 인턴쉽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하지만! 비싼 비행기타고 일본까지와서 도쿄 근교만 돌아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언제다시 올지 모르는 일본인데, 아쉽다! 학교측에서도 당연히 더 관광을 즐기다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돌아오는 날짜는 정해놓지도 않으셨고. 한국에서의 식객이 긴급 구호금을 가지고 오기도 했고, 이래저래 추천도 있고, 조건이 맞아서 오사카로 가기로 한 것이다. 왜 하필 오사카? 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말이다. 사실 일본에 갈때까지도 예정에 전혀 없던 일이라 좀 급작스럽게 준비하느라 더 좋은 코스와 싼 경비로 둘러볼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뭐 일생에 한번뿐인 25살의 여름방학을 아주 아름다운 무늬로 새겨 넣은데 일조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야기를 넓게 잡아 떠나는 날 아침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5주간의 인턴쉽이 끝나는 날 아침. 일어나면서 이렇게 복잡 미묘한 심정과 아쉬움이 남는 날은 또 없을 것 같다. “잘 해낼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몇번이나 자기 최면을 걸면서 억누르고 처음으로 회사 문을 열고 “요로시쿠오네가이시마스!” 외쳤던게 5주전이라니” 생각 하면서 일어나 4주째 먹고 있는 야마자키 토스트와 맛있는(오이시이) 우유를 아침으로 때우고 집을 나선 것이다!

 

도쿄 이타바시구 숙소 앞. 저기 보이는 로손은 비싸다는 이유로 한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6시 30분에 일어나서 7시 40분에 집을 나와서 8시 40분에 회사에 도착하는 생활도 5주째. 일본의 출근 전철의 풍경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이 신문을 읽거나 졸고 있고 연신 시계를 보면서 바삐 걸어가는 모습도 1년전의 한국에서 경험했던 출퇴근 시간의 모습과 겹쳐보이면서 답을 찾기 어려운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듯한, 그럴 때의 느낌이 드는 것이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전반적으로 자리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휴대폰 통화를 하는 사람을 거의 본적이 없다. 신문은 우리나라의 반 크기로 접어서 본다.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정도? 사실 이런 것들은 국민성의 차이라기보다는 오랜기간 전철을 타온 사람들이 서로 편의를 위해 발전시킨 문화적인 측면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타고가는 미타선은 도쿄의 남쪽과 북쪽을 관통하는 노선이다. 일반적으로 노선도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되는데, 숙소가 있는 곳은 이타바시혼쵸역. 야마노테선과 만나는 스가모 역에서 북쪽으로 4정거장 가량 떨어진 곳이다. 다행히 이 노선은 야마노테선처럼 콩나물시루같은 인구밀도를 보이지는 않는다. 또 오오테마치 역을 지나면 사람들이 대부분 내려서 쾌적하게 타고 올 수 있다. 살인적인 요금만 아니면, 사당-역삼노선보다야 훨씬 편한 출근길이다.

 회사가 영업소 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출장, 외근을 다니신다. 그래서 모두에게 작별인사는 아침에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침 조례시간에 “5주간의 인턴쉽도 오늘로 끝나게 됩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친절하게 대해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한국에 오시면 꼭 연락해주세요. 일본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진짜 매운 맛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라고 인사했다. 한국인의 언어유희는 통하지 않은 모양이다. 모두들 진심으로 박수를 쳐준다.

 점심식사는 사수인 야바시군이 매일 먹는 기시멘에 나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 냄새가 참. 뭐랄까. “정말 먹을 수 있어?”라는 느낌이었는데. 이왕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그동안 엄두를 안냈던것을 사먹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참치 샌드위치, 계란 샌드위치, 샐러드 샌드위치, 햄 샌드위치, 빅맥. 사이클을 돌던 점심 식사도 마지막을 기념하여..

 

산토리 우롱차. 야키소바롤. 기시멘… 맛있잖아!

 

 그 동안은 시간이 참 안가더니 이 날만은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시간은 6시에 다다라 나의 6학점이 보상으로 주어지는 시간을 모두 채우게 되고, 자, 마지막으로 인사다. 퇴근을 위해 가방을 챙기고 일어나려 하자 눈치를 챈 하마미치 상이 말을 걸어 온다. “오늘로 끝이군요?” 재미있는 분이었는데 아쉽다. 휴대폰에 있는 아들분 사진을 보여주면서 “귀엽지요?”라고 물어봤을떄 더 큰 리액션으로 긍정해주는건데.. 일본어가 서툴다보니; 급한대로 전 회사에서 쓰던 명함에 이메일만 수정해서 하나씩 드렸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 “정말 감사했습니다.” 정말 감사했다. 약간 울먹이기도 한 것 같다[기분탓인가]. 야바시상은 일본인의 친절이 뭔지 가르쳐주었다. 미야비상은 맥도널드 맥너겟을 사줬다. 타카하시 매니져, 농담이 능숙해서 틈날때마다 긴장을 풀어주었다. 하마미치상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세심한 배려를 해준다. 오카다상은 뭐든지 물어보라는 고마운 말을 처음해주었다. 아오키 사장님에게는 건강보조식품을 받았다. 아참, 마츠야 식사 무료 쿠폰도 얻었다. 하기와라상에게는 쉐이크를 얻어먹었다. 근데 왜 쉐이크를 시켰는데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나왔는지; 다카하시 디자이너와는 게임 이야기로 잡담. 시간 정말 잘 때웠다. 오니마루상은 왠지 한국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보였다. 한국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자랑하시던데. 아무튼 8층 건물의 사무실에서 모두들 다 같이 내려와 안보일때까지 배웅해 준 것. 정말 이 자리를 빌어서 혼또니- 아리가또 -ㅅ-

 

 아무튼 다소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매우 바쁜, 또 확실하지 않은 계획을 세워놨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기 위해서 바삐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짐 정리를 하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저녁을 때우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채 집을 떠나왔다. 제대로 청소를 못해서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욕먹을까봐 다소 걱정. 게다가 식객은 몰래 숨어들어 살았다. 뭐, 그래도 비싼 숙박비 5주나 내줬는데, 그 정도는 부탁해요!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가는 가장 싼 방법은 단연코 야간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밤 11시경에 도쿄, 혹은 오사카에서 출발하여 아침 7시경에 반대편의 도시에 도착하는 것이다. 약 8시간 정도 소요. JR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고, 그 밖의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는데 비수기 주말이 아니고 45인승 화장실이 없는 버스라면 3700엔짜리도 본 것 같다. 보통 4000엔대 초반이면 주말, 성수기, 45인승버스를 탈 수 있다. JR버스를 미리 전철역에 있는 “미도리의 뭐시기”에서 예약하는 것이 좋지만 나는 이미 모두 매진된 상태였기 때문에 라쿠텐 사이트에서 4600엔정도하는 사기업의 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나다니면서 예약하는 것 보다 카드 결제도 되고 편하기도 하니 귀차니스트들에게는 이 방법도 OK. 배낭여행객들에게도 이 방법은 인기인데 일단 하루 숙박을 버스에서 해결하니, 돈도 절약, 시간도 절약.

 

 보통 이러한 버스들은 도쿄디즈니랜드 근처에서 출발, 도쿄역에서 한번 태우고,  신주쿠에서 마지막으로 정차하고 오사카로 출발하는 노선이 일반적이다. 나는 신주쿠에서 타기로 예약. 11시까지 신주쿠역으로 잡혀있었고, 혼잡을 고려해 30분 전에 나오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아무튼 스가모에서 갈아타고 이케부쿠로, 신오쿠보를 거쳐 신주쿠에 도착. 어떻게 될지 몰라서 바삐 서둘러 걸었다. 하지만, 마지막 도쿄의 모습은 신중하게 발과 귀와 눈으로 느끼면서 말이다.

 

도쿄 도청사. 올라가보진 않았다. 너도 이제 안녕이구나. 바삐 걸으면서 찍어서 흔들렸다.

 

  승차하기로 한 장소에 가보니 사람들로 넘쳐나는 풍경이었다. 버스도 정차할 자리를 못 찾아서 빙빙 돌고 있었고, 사람들도 앉을 자리가 없어서 서있고, 늦게온 사람들은 빨리 예약확인을 하려고 아수라장이고. 왠일로 젊은이들만 이용할 것 같은 이런 버스를 나이가 꽤 드신 분들도 많이 이용하더라. 아무튼 길게 서있는 줄이 여러개인 관계로 통솔하는 스테프 같아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오사카행은 어딘가요?” “네? 어디요?” “오사카요” “어디요?” “오사카” “아~ 오사카! 아직 버스가 안왔어요. 오면 번호를 부를테니까 앉아있으세요” 내 발음이 이상한건지. 주위가 시끄러워서 못알아들은건지. 아무튼 바삐 짐을 매고 걸어와서 힘든 다리를 쉬면서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야간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돈을 좀 더 내면 저 뒤의 2층 버스도 탈 수 있다.

 

 

 결국 예정시간을 30분이나 넘긴 11시 30분이 되서야 스테프들이 “오사카방면 버스타실 분 모이세요!” 라고 외치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얼른 짐을 꾸려서 모이니, 근처에 버스를 댈 수 없어서 좀 멀리 주차해놨단다. 캐리어를 질질 끌고 길은 건너 따라가니, 뭐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보이는 45인승 버스. 눈물겨운 절약정신으로 젤 싸구려 버스를 예약했으니 불평할 수는 없다. 자. 짐을 버스기사에게 건네자. “어디까지 가시나요?” 오사카행도 중간에 몇군데 정차하기 때문에 일찍 내리는 사람 짐을 바깥쪽에 두어야 나중에 편하다. “도-부쯔엔..” “동물원 앞 역이군요?” 이 아저씨는 잘 알아듣는다. 버스를 타면 입구에 예약자 이름과 좌석배치도가 붙어있다. 내 이름을 찾았다.. “류 휘?” 한자 폰트가 없는 듯; 물음표로 표시되어있구나;

 

 사실 방금 전에는 스테프한테 예약자 명단을 확인받는 과정이 있는데, “예약 확인하려는데요” “어디 행 버스세요?” “오사카요” 하면서 영수증을 건내줬더니, 예약번호를 가지고 예약자 명단에서 찾아 이름을 읽어주려고 하는거다. “야나기…” 막 못읽고 있길래. “아, 한국 사람이라 읽는 방법이 달라요.” “아~” 그러더니 그 다음부터 영어로 말한다. 과잉친절이다. “일본어로 하세요. 듣는거는 할 수 있어요. – ㅅ-” 여행을 통틀어서 이런 비슷한 경우가 3번이다. 대한항공에서 한번. 환전소에서 한번. 그리고 이번.

 

우리나라 버스와 다르지 않다. 단 문이 왼쪽이라는 것만 뺴면 말이다.

 

 버스에 올라타자 이미 도쿄역, 디즈니랜드 등에서 타고 온 사람들로 거의 차 있었다. 우리자리 뒤쪽으로는 학교 동아리에서 단체로 오사카로 놀러가는 듯 했고. 우리 앞자리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커플이 앉아있었다. “좋구나~ 어린 나이에 둘이 여행도 가고~” 대부분 사람들은 잘 준비를 완벽하게 해온 듯. 음료수와 담요를 챙기고 자는 모습도 곳곳에 보였다. 버스를 우리가 타고도 한참이 지나서인 12시가 다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버스 운전은 기사 2명이 타서 교대로 하는데 대략 2시간마다 교체하고 쉴때는 뒤의 시트에 가서 수면을 취한다.

 

도쿄를 떠나기 직전. 신주쿠.  “안녕~ 언제 또 다시 볼지 모르겠구나.”

 

 버스는 복잡한 도심을 돌고돌아,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다. 5주간 살았던 도시를 떠나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아쉽다. 왠지 못가본 곳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요요기 공원도 못가봤고, 신오오쿠보도 못가봤다. 뭐, 일본은 지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가까운 곳이니 언젠가 또 좋은 기회가 있겠지. 일단 오사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 생각하자! “안녕 도쿄. 언제 꼭 다시 보자!”

 사실 버스는 거의 고속도로만을 달리게 되는데 따라서 수면을 취하기에는 매우 좋다. 커튼을 쳐서 밖의 빛을 차단하고 누우면 일정한 속도로 커브도 없이 달려주기 때문에 정말 잘 자는 사람이라면 8시간동안 내리 잘 수도 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들르는 휴게소 조차 한국인에게는 신기한 관광지가 된다. 무엇을 팔고 있는지.. 심지어 화장실은 어떻게 생겼는지. 푹 잘 수는 없고 잠깐 잠깐 눈을 붙이면서 최대한 잠들지 않도록 했다. (사실 불편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 중간에 휴게소에는 2번 들르는데. 거의 2시간 30분 간격이다. 회사의 하마미치 상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일본의 중앙고속도로에서 휴게소에 들른적은 있지만 차에서 내리진 않았기 떄문에 일본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사실 이번이 처음. 몇달전에 본 “오늘의 사건사고” 라는 영화에서 인상적인 고속도로 휴게소 씬이 있었기 때문에 생각하면서 둘러보니 재미있었다.

 

 아. 문득 하마미치 상이랑 중앙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했던 대화가 잠깐 생각난다.

“일본 음악 좋아하세요?”

“네, 가끔 들어요.”

“주로 무슨 가수를 듣는데요?”

“하마사키 아유미나 스피츠! 한국에서 스피츠 공연도 간적 있어요. 스피츠 아세요?”

“네. 알죠.”

이때 공교롭게 라디오에서 스피츠의 “마호-노 코토바” 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ㅎㅎ 서로 웃음.

“마츠토우야 유미라는 가수 아세요?”

“에.. 첨들어보는데요”

“유명한 가순데, 그 가수 히트곡 중에 ‘오른쪽에 경마장, 왼쪽에 맥주 공장’ 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아~ 네”

“그게 바로 여기죠.”

하면서 하마미치 상이 가르친 오른쪽에 경마장. 왼쪽에 맥주공장이 정말 있었다! 왠지 평범한 장소도 기념할 만한 곳으로 바꾸는 문화 컨텐츠의 힘이랄까. 하하.

 

 아무튼,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사이 버스는 거대한 도시. 오사카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미 이때는 완벽하게 날이 밝은 상황. 우리가 내릴 곳은 여기 정류장에서도 가장 마지막인 “동물원 앞” 이었다. 하나 둘 씩 잠에 빠져있던 사람들이 졸린 눈을 비비면서 내리기 시작했고, 이방인인 우리는 내릴 정류장을 놓치지 않기위해서 기사 아저씨의 맨트를 영어듣기평가하듯이 맹렬하게 듣고 있었다. 사람들이 거의 모두 내리고 5명 남짓 남은 상황에서 드디어 우리가 내릴 곳. 기사아저씨 수고하셨습니다! 매일 왕복하시려면 힘드시겠어요. 아무리 교대라지만!

 

 오사카에 내린 첫 소감은?

더워.

냄새나.

 

 

토요일의 아침 일찍은 조용하다. 덩그러니 버려진 우리. 식객과 나.

 

 

 살인적인 더위다. 도쿄에서 회사 사람들에게 오사카에 놀러간다고 하니. 몇가지를 조심하라고 일러주더라. 하나가 바로 더위. 그리고 두번째가 오사카 사람들. 일단 더위는 내리자마자 맛봤다. 과연 사람들도 무서울까? 앞으로 3일간 체험하겠지. 예약되어있는 숙소는 이 곳에서 한정거장 거리. 역시 캐리어를 이끌고 정처없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침의 더위도 만만치 않구나 생각하면서..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