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여행] 루트/항공권/렌트카

서유럽 4개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를 도는 자동차 여행을 기획 중이다. 신혼여행이나, 패키지 여행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프랑스와 스위스를 여행하는 코스인데, 여기에 자동차 여행이라는 방법과 20일이 넘는 기간이 확보되면 근처의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독일 등등

루트

나는 파리 In – 제네바 Out 으로 항공권을 구입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렌트카 여행에서 빌리는 나라와 반납하는 나라가 다르면 꽤나 많은 비용이 One-way Fee 라는 명목으로 추가된다. (몇 십 만원 정도) 그러려면 한 나라에서 빌리고 반납하고 해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고, 루트를 짜기 용이한 곳이 파로 파리 – 제네바가 아닐까? 제네바 공항은 프랑스 Sector와 스위스 Sector로 나뉘어 있어 프랑스 쪽에서 렌트카를 반납하면 프랑스에서 빌리고 프랑스에서 반납하는 꼴이 되어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유럽여행

크게는 파리 – 바르셀로나 – 로마 – 제네바를 축으로 돌고, 이동 경로 중에 위치한 관광지들에서 쉬어가는 방식이다. 몽셀미셀만 제외하고는 다 이동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루트를 정했다. 22일 일정에 4,142km로 하루에 200km 이하로 이동하도록 맞추었는데, 며칠 씩 머무르는 도시가 있어서 몇 군데는 하루에 400km에 육박하게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 있었다. 리모주 – 카르카손, 바르셀로나 – 몽펠리에, 라스페치아 – 로마의 3 군데는 하루 이동거리가 400km 에 가까웠으나 빼기는 쉽지 않았다. 차라리 약간 무리를 해서라도 그 다음 도시에서 2박을 하는 것으로 정했다.

항공권

항공권은 6개월 전부터 꾸준히 찾아보았다. 파리 직항을 운행하는 에어프랑스나, 아시아나는 제외하고 저렴하게 갈 수 있는 항공권을 찾아보았는데, 최근에는 카타르나, 에티하드 항공 처럼 중동을 경유해서 가는 항공권이 가장 저렴해 보였다. 루프트한자 등의 독일 경유 항공도 그 보다는 살짝 비싸지만, 비행 시간이 몇 시간 더 짧다는 것에 장점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에티하드 항공의 파리 In – 제네바 Out 으로 인당 88만원에 구매했다. 루프트한자는 10만원 정도 더 비쌌고, 그 이외의 항공사들은 대부분 100만원이 넘었다. 작년에 제네바 In – 파리 Out으로 KLM 에서 145만원에 예매 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몇 달 간의 모니터링 결과, 유럽 왕복 항공권은 80만원 부터 출발하는 듯 해 보였고, 러시아 항공, 에티하드 항공, 카타르 항공, 루프트한자 등이 80만원 대에 구할 수 있는 항공권을 팔고 있는 것 같았다. 파리 왕복으로 에어프랑스에서 99만원 정도의 티켓도 있었으나, 이는 비수기에 파는 것이라 우리가 여행할 성수기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렌트카

알프스 산악지대를 운전해야 하기에, 반드시 오토매틱으로 빌리려다 보니,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사고로 인해 여행을 망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Hertz에서 Super cover를 포함하여 폭스바겐 골프 급으로 예약했다. 딱 3주 렌트를 했는데 한화로 110만원이 살짝 넘는 금액이 나왔다. 흔히 많이 고려하는 리스가 21일에 1100유로가 넘는 것을 생각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파리에는 수 없이 많은 Hertz 영업소가 존재하는데, 어디서 빌릴지도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나는 4가지 조건이 일치하는 곳을 고려했다.

    1. 에어프랑스 리무진이 정차하는 곳
    2. Hertz 영업소가 비교적 크고 직영점일 것
    3. 남서쪽 방향 파리 외곽으로 빠져나가기 용이한 곳
    4.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파리 시내 관광에 편하도록 지하철 접근성이 좋은 곳

즉, 숙소, 렌트카 영업소, 에어프랑스 리무진 정류장, 파리 시내 접근 성이 좋은 지하철역이 다 일치하는 곳을 찾고자 했다. 2 번은 렌트카를 가지고 가는 첫 번째 목적지가 베르사이유 궁전이므로 붙은 조건이다. 4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곳은 몽파르나스 역 근처 밖에 없어 보였다.

Hertz

위 별표 2개로 표시된 지점이 각각 에어프랑스 리무진 정류장과 Hertz 사무소 위치이고, 몽파르나스역은 지하철 4개 노선이 교차하는 역으로 노틀담 성당, 상젤리제 거리, 에펠탑이 환승 없이 이동 가능한 곳이다. 또한 유적지 근처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숙소를 렌트할 수 있어 보였다. 렌트 후에 남쪽 순환도로로 빠져나가는 것도 중심지의 영업소들보다는 편해 보였다.

다음 포스팅에는 AirBnB를 통한 파리 시내 아파트를 예약한 내용을 살펴보겠다.

보라카이를 위한 항공/숙소 예약

장소

갑작스레 결정된 학교로의 귀환으로 꿈꿔왔던 하와이의 꿈은 사라지고, 짜내고 짜낸 신혼 여행 일정은 고작 4박 5일. 그마저도 학교 성적에 지장을 줄까 봐 노심초사 한 끝에 결국 가깝고, 부담 없는 동남아로 결정. 과연 동남아에는 어떤 곳들이 있는 것일까? 우선 조건을 아래로 정했다.

  • 여자의 조건
    1. 청결할 것
    2. 숙박시설이 좋을 것 (풀빌라? 시설 좋은 호텔?)
  • 남자의 조건
    1. 비행시간이 짧을 것
    2. 깨끗한 물에서 수영할 수 있는 곳
    3. 자유여행으로 가도 부담 없는 곳

우선 아는 곳을 다 적어보기로 했다. 푸켓, 발리, 사이판, 괌, 보라카이, 세부, 파타야 등등. 우리는 합리적인 커플이니까, 각자의 조건으로 후보지들을 정렬해봤는데, 결과는 보라카이가 선정. 비행시간이 짧고, 깨끗한 물과 해변이 있는 곳에서 보라카이가 압도적으로 우위였고, 또 좋은 리조트에서 자면 청결하고 럭셔리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자의 조건은 휴양지 위치 선정에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항공

보라카이까지 가는 비행기 편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인천-마닐라-카티클란으로 가는 경유 편, 또 하나는 인천-칼리보 직항. 직항은 대신 1시간 반 이상 버스를 타고 또 들어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가격은 비슷비슷한 것 같고, 사실 마닐라-카티클란으로 운행하는 필리핀 국내선에 얼마나 괜찮은 프로모션 티켓을 구하느냐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우리는 최대한 현지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항공편을 선택해야 했는데, 직항은 다 아침에 출발하는 편 밖에 없었다. 여기서 아침에 출발하면 보라카이에 빨라야 오후 늦게 도착할 것이고, 그러면 하루는 손해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 화요일에 수업을 듣고 저녁에 출발하면 보라카이에 아침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마닐라 경유 편을 선택했다.

오후 8시 45분 인천 출발, 마닐라에서 다시 카티클란으로 아침 7시 45분에 출발하는 국내선 티켓, 그리고 오는 비행기는 아침 7시 20분에 카틸란 출발, 오후 2시 40분에 마닐라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로 예매했다. 모두 필리핀 항공, 국제선은 gmarket에서 최저가 검색에 만원짜리 할인쿠폰 발급 받아서 예매, 국내선은 필리핀항공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매.

국제선 585,200원 + 국제선 344,000원 = 929,200원 / 2인

일인당 464,600

숙박

숙박 때문에 남자와 여자는 정말 많이 싸웠다. 보라카이의 숙소 중 단연 독보적인 시설과 가격을 자랑하는 샹그릴라 리조트(http://www.shangri-la.com/boracay/boracayresort/). 네이버의 모 까페에서 가장 저렴한 디럭스룸을 1박에 6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2박 이상을 할 경우 8000페소 정도의 밀쿠폰을 준다고는 하나, 리조트 내의 식당이 워낙 비싸서 사실 이게 큰 장점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 커플도 샹그릴라 리조트를 염두 해 두고 이것 저것 알아봤는데, 딱히 다른 프로모션이 없다면 해외 호텔 예약 사이트 (Hotels.com, Agoda.com, 익스피디아, 호텔컴바인드, 트립어드바이져 가격비교 등등등) 보다 그냥 네이버 까페에서 예약하는 것이 가장 낫다. 사실 신혼여행이라면 가장 좋은 숙소에서 자고 싶은 것이 여자의 마음. 한번 쯤 기분을 내는 것도 좋을 듯. 하지만 한 군데서만 계속 머무르기에는 조금 지겨울 수도 있으므로 샹그릴라 절반, 다른 리조트 절반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남자의 생각에는 샹그릴라의 몇 가지 단점들이 보였다. 첫 째로는 가격이 2위 이후의 리조트보다 독보적으로 비싸다는 것. 가장 좁은 방이 62만원, 우리 커플처럼 4박을 하려면 248만원. 내 기준에서는 신혼여행이라도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해변이 화이트비치보다 깨끗하지 못하다는 점, 번화가까지의 거리가 걸어갈 수 없을 만큼 멀다는 점 등이 자꾸 눈에 걸려서, 하나의 Alternative를 찾아보고자 했다.

몇 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여자는 무조건 럭셔리한 것을 원했고, 남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카티클란 공항까지의 픽업 서비스가 제공되었으면 했다. 사실 이 두 가지를 교집합 해보면 하나의 리조트만 남는다. 바로 Discovery Shores Boracay (http://www.discoveryshoresboracay.com/discoveryshores)가 그곳이고 우리가 예약한 숙소이다. 그리고 이 곳이 샹그릴라에 이은 보라카이의 2등 리조트이기도 하다.

자, 그럼 이제 비교를 위해 최저가 견적을 손품 팔아 알아보자.

우선 샹그릴라에서는 가장 저렴한 방에서 4박을 해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는데, 리조트를 낮추어 예산을 더 확보 했으니, 여기서는 가장 저렴한 방 2박, 가장 비싼 방 2박을 하기로 했다. 가장 저렴한 방은 주니어 스윗이고, 가장 비싼 2인용 방은 원 베드 룸 프리미어이다.

주이어 스윗은 가격 비교 결과 www.olotels.com 이 가장 저렴했다. 2박 세금 포함 640불 정도의 가격이었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72만원 정도. 그런데 마침 지난 유럽 여행에서도 여기서 숙박을 예약해서 6만원 정도의 마일리지 적립된 것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www.mrrebates.com 에 회원 가입을 하고 여기서 olotels를 검색해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총 결제 금액의 5%를 적립해주며 이는 나중에 다시 환급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리저리 계산해보니 2박에 62만 4천원.

그러면 비싼 방은? 처음에는 정말 방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다가. asiatravel.com에서 예약을 했었는데, 이걸 결제를 해? 말아? 망설이는 사이 새로운 프로모션이 나왔다. 10% 저렴한 가격에 나온 대신 환불이 안 되는 딜. 결혼이 취소되지 않는 이상에야 신혼 여행을 가지 않을 일은 없으므로 지르고 보자. Hotels.com에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Hotels.com 은 접속 루트에 따라 스페셜 딜이 보이는 쪽이 있고 안보이는 쪽이 있다. 차이점은 스페셜 딜이 보이지 않는 경우 자주 뿌리는 10% 할인 쿠폰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데, 그냥 www.hotels.com으로 접속하면 스페셜 딜이 보이는 쪽, www.hotels.com/mastercard 로 접속하거나 위에서 말한 www.mrrebates.com을 경유하면 스페셜 딜이 보이지 않는 쪽이다. 양쪽을 비교해보고 저렴한 곳에서 결제하면 된다. hotels.com으로 직접 접속 해서는 98만원, mrrebates를 경유하면 106만원 가량. 따라서 경유로 접속해서 10% 쿠폰을 먹이고 mrrebates에서 4%를 캐시백 해주므로 최종 가격은 2박에 91만 1천원.

Discovery Shores Boracay

Junior Suite / 2 days + One bedroom Suite Premier / 2 days

62만 4천원 + 91만 1천원 = 153만 5천원

샹그릴라의 248만원, 그리고 디스커버리의 153만 5천원을 놓고 보면, 아무리 샹그릴라의 밀 쿠폰을 고려한다고 해도 디스커버리보다 백 만원의 값어치를 할 지가 의문스러웠다. 룸 컨디션은 디스커버리가 더 좋은데.. 차라리 그 백 만원을 액티비티나 선물 등 다른 것에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여자를 설득해서 결국 디스커버리 예약.

이건 여기를 참고 삼아 방문하는 커플들이 선택할 일이다. 보라카이에 신혼여행을 간다고 할 때, “나는 무조건 가장 럭셔리한 곳에서 자야해.” 라고 생각하면 샹그릴라, “샹그릴라가 좋긴 하지만 백만원의 가격은 아닌 것 같아.” 라고 하면 디스커버리 쇼어.

결론

공항에서 보라카이까지 무료 픽업 제공하는 최고급 리조트의 제일 비싼 방 2개 넣어서, 항공료 및 유류할증료 포함 일인당 123만 2천원

사실 보라카이는 여행사 안 끼고 가도 된다고 많이들 이야기 하고, 그래서 에어텔 상품도 많다. 사실 바쁜 일정에 에어텔 상품도 고려 안 해본 것은 아니나, 이렇게 직접 하고 보니 에어텔 상품도 꽤나 비싼 것 같다. 비슷한 견적의 에어텔 상품을 알아보니, XX투어에서는 가장 저렴한 주니어 스윗으로 4박을 하는 상품이 176만원 가량, 숙박 차이를 고려해서 동일한 항공권과 숙박으로 예약을 직접 할 경우 108만원 정도, 약 68만원이 차이가 나고 2명이라면 동일 여행에 직접 예약한 것과 에어텔 상품을 이용한 것이 136만원 차이, 물론 여행사에서 몇 만원 정도의 특전을 제공하긴 하지만, 이 정도의 가격 차이는 조금 놀랍다.

결국, 정말 가이드가 필요한 곳으로의 여행이 아니면 직접 하는 것이 꽤나 돈 절약이 된다는 사실.

2013 – Geneva and Paris

유럽의 추운 겨울은 아쉬웠지만, 마음은 어느 여행보다 따뜻했던 일주일. 즐거운 여행 뒤에는 항상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할 때 상사병이 도지는데, 이번 여행은 어느 때보다 그것이 심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엄청난 것들을 보고, 거기에 더해서 어떠한 의미를 찾기 위한 나들이가 인생에서 그리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닌 것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소중함을 미리 알았기에 많은 계획을 세우고, 무엇보다 소중한 여행이 되도록 준비하는 과정도 즐거움에 가득 차서 할 수 있었다. 항공도 숙박도 이래저래 가장 좋은 것으로 예약했고 일정 속에 일과 여행을 녹여 넣는 일, 그리고 일정 후에 여행을 붙여 넣는 일도 평소에 원하던 것들을 하나 하나 상기 시키며 후보들을 골라나갔다.

제네바, 늘 아침에 피어 오르는 안개 속으로 파묻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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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에서는 다행히 준비해갔던 출장 일정이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되고, 이전의 출장에서 못 보았던 곳을 돌아다닐 여유가 남았다. 게다가 벼르고 별렀던, 드골 공항에서의 파리로의 탈출도 이번에 좋은 기회로, 휴일과 휴가를 겹쳐 쓰면서 비록 짧게나마 파리도 둘러볼 수 있었다. 시기, 예산, 일과 같은 모든 외부의 요소들이 이번에야 말로 신기할 정도로 딱 맞아 떨어졌다.

아름다운 고원의 도시, 프랑스의 Annecy는 소문으로 들었던 것처럼 깨끗하지만 부산했다. 호숫가는 사람들을 저절로 심호흡하게 만들었고, 커다란 개들은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2월과 3월의 경계에서는 아직도 곳곳에 눈이 남아 걷기 힘들었는데, 그래도 사람들은 2월의 아쉬운 햇빛이라도 즐기고 싶었는지 레스토랑의 테라스 석에 앉아서 따뜻한 차나,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보고도 남을 시간으로 날씨가 조금만 더 따뜻했었더라면 더 먼 곳으로의 산책을 즐길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다만 아기자기하고 깨끗함이 전부라 휴가가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라면 며칠이고 보내면서 모든 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겠지만, 머나먼 극동에서 온 한국인에게 두 번을 방문한다거나 할 우연치 않은 기회나 의지는 없어 보였다. 다만, 제네바에서 비교적 오랜 일정으로 머무를 사람에게는 방문하고자 하는 하나의 후보로 꼭 고려해보기를 권장하겠다.

파리, 많은 것들의 결과물

루브르 박물관으로 대표되는 파리의 볼거리는 어지러운 관광지도 만큼이나 많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는 이러한 것들이 삼분지 일을 보는 것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20살의 배낭 여행객처럼 조식은 서서 먹고, 중식은 거르고, 석식은 침대 위에서 먹는 일정을 소화할 수도 없는 것이고. 처음부터 파리는 언젠가 다시 올 기회가 있겠지 하면서 내가 꼭 보고 싶은 것만을 여유 있게 간추려 넣었다.

오랜 기간의,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애쓴 치열한 결과물들의 집대성 같은 이 도시는 모든 것들에 의미가 숨어 있다. 만약 보는 사람이 그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공부를 많이 했다면 창작자와 관람자간의 공명이 일어나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 같은 초보 여행자들에게 도시의 절반은 감탄사가 나오게 잘 조각된 돌덩어리 일 뿐이었던 것이 아쉬운 일이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배위에서 만났던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들을 온전히 받아 들이지 못한 것은 쉽지 않은 파리 여행에서 남는 유일한 후회 중 하나지만, 단계적으로 무엇인가를 알아가고, 또 여행 중 만났던 무엇인가를 한국에서 복기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있다.

DSC_0589마치, 이집트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수 백 년 전에 존재 했던 절대적인 권력은 이런저런 유산으로 남아 아직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 그 힘에 매료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매력이 많은 도시 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관광객들을 잘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나, 불편하고 지저분한 현대 문명의 부산물들이 공존하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화려하고 콧대 높은 여인의 모습은 백화점이나 명품거리나, 화려한 무도회장에서도 여지없이 느껴졌다. 여성에게는 그것이 동경의 대상이고, 남성에게는 그것이 매력을 느끼는 대상이 될 수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시 파리를 밟게 되면 그 때는 이러한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소박한 바게뜨 빵과 같은 매력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교감과 공감이 가능하도록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나마 열심히 준비해야 함을 물론이다. 조만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Paris.

 

부산 & 홍콩 여행 2010

일년 동안 휴가를 2일밖에 쓰지 못했다. 주말을 비우고, 평일을 비우고 휴식을 취했지만 두 밤, 세 밤이 지나도록 회사 일을 잊어 본 적이 없는 지난 일년을 뒤로 하고 일주일 간의 휴가를 즐기기로 했다.


지난 일년 내내 있었던 서울을 떠나 어딘가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또 욕심 가득히 다양한 도시를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부산홍콩을 선택했다. 더위와 태풍, 끈적한 습도가 함께한 여행이었지만 잠시나마 머리를 끈적한 회사의 마수에서 떨어뜨려 놓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참을 수 있었다. 더위 따위, 태풍 따위. 아무것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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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도쿄에 한참을 머물다, 야간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오사카에 내린 그 시점을 떠오르게 했다. 서울에서 한참을 기차를 타고 달려 내린 곳은 바다 냄새가 물씬 나고, 더운, 그리고 세련된 도쿄에 비해서 한적해 보이는 풍경이 가득한 오사카와 같은 부 산이었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골목들을 누비고 다니고, 위생 상태 불량해 보이는 음식들을 먹었지만 그것이 부산이라면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다름을 경험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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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날씨는 여행 온 신출내기에게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태풍은 그로 인한 바람에 우산이 뒤집히고, 부끄러운 모습으로 스타벅스에 뛰어들어 샌드위치를 두 개나 주문하게 만들고는 오후 늦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동해로 사라졌다. 다행히 마지막 자비로 햇빛이 나지는 않게 만들어 나처럼 발발 거리고 돌아다니는 여행자에게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기는 했다. 쭉 늘어선 해운대의 파라솔은 나로써는 처음 실제 보는 것이라 즐거웠다. 날씨가 쨍쨍하고, 사람들도 쨍쨍했다. 돼지 국밥은 만족스러웠지만, 밀면은 불만족스러웠다. 뭐든, 대체제로 만들어진 물건은 별로다. 항상 The Original.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와서 피곤에 지친 몸을 하루 쉬게 하고는 바로 다음날 새벽부터 홍콩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홍콩은 영화에서 (사실 그렇게 많이 보지도 않았다) 본 모습 뿐, 어떤 먹거리가 있고, 어떤 가볼 곳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떠나게 됐다. 사실 부산도 그렇고 홍콩도 그렇고 이번 여름의 여행지들은 준비 없이 떠났다. 나름 매력이 있다. 소개팅도 다 알고 나가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있다.


홍콩은 무더위와 습기가 지배하는 나라 같았다. 적어도 여름의 홍콩은 그런 것 같았다. 인간이 무엇을 어마어마 하게 소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여기에 와서 구경하면 될 것 같다. 에너지를 소비하고, 욕망을 소비하고, 시간을 소비한다. 그러한 끝없는 인간의 배출을 영양분으로 하여 이 거대한 도시는 살아간다. 그래서 육식동물의 냄새가 나고,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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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머리 속에 복잡한 생각들을 넣고 걸어 다니다 보면 마치 오마쥬처럼 그러한 생각들이 실 세계의 상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신중하게 누르게 된다. 영상을 눈과 머리 속, 양쪽에서 잡아 낸다. 사진을 찍는 것은 주로 세상이 나에게 하는 말을 받아 들이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발견하기도 한다. 일 예로, 위의 사진은 세상이 나에게 하는 말 같았고, 아래 사진은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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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도 잠깐 시간을 내어 들러보았다. 배를 타고 가는 것은 신났지만, 또 다른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일은 귀찮았다. 입국 심사관은 불친절했지만, 호텔 카지노까지 태워다 주는 직원은 친절했다. 사람은 비록 표면적이기는 하겠지만, 돈이 보이면 친절해진다. 작은 유럽이라는 가이드 책의 소개가 조금 잘못되었다. 엄청, 작은 유럽이다. 미니어처 수준도 안 되는 것 같다. 유럽의 냄새가 살짝 난다고 표현 하는 게 좋겠다. 그래 봐야 길거리의 음식 냄새가 더 진동한다. 사람 냄새도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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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백만 불짜리 야경이라고 한다. 물론 홍콩의 백만 불짜리 야경을 만들기 위해서 수억 불을 썼겠지. 기라성 같은 타워들이 바벨탑을 올리듯 서있고, 밤 8시만 되면 휘황찬란하게 빛난다. 그 속에서 충분히 즐기지 못하면 왠지 나약함을 느끼고 만다. 바다 바람은 시원하지만 거대한 빛의 발산 속에서 오롯이 혼자 설 수 없는 허세가 심한 인간 군상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야경은 일주일 간의 여행을 매듭짓는 클라이맥스로는 최적의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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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배낭여행 2009 [6]

07.19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


따뜻한 쿠셋 칸의 꼭대기에서 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사이엔가 날이 밝아 햇살이 커튼을 뚫고 벽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6인용 쿠셋이라 사람이 가득 차면 복잡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데, 다행히 나랑 동행 둘이서 전체를 독차지 할 수 있어서 여유 있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불행히 이후에는 항상 복닥복닥 거리는 쿠셋 칸에서 잤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확인한 사항이긴 했지만 동유럽 유레일 패스로도 쿠셋을 이용하려면 항상 추가금을 내야 했다. 계산을 해본 결과 나처럼 오스트리아에서도 열차를 이용할 것이라면 동유럽 유레일을 사는 것이 낫고, 헝가리, 폴란드, 체코 같은 국가들에서만 열차를 이용할 것이라면 그냥 그때그때 돈을 내고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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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이윽고 차장이 안에 초코렛이 든 빵과 커피, 그리고 어제 맡겨두었던 여권을 들고 잠을 깨우기 위해서 찾아왔다. 열차는 곧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화려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도시와 전원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풍족함과는 다르게 헝가리에 들어서자 조금 다른 창 밖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나지막하고 획일적인 건물들, 잘 관리 되지 않은 외벽과 정원 등으로 여름인데도 황량함을 느끼게 했다. 여기부터는 구 동유럽으로 분류되던 국가들이다. 코카콜라는 여기서도 마실 수 있겠지만 그 맛은 서쪽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열차가 잠시 서다가다를 반복하더니, 이것이 슬슬 지겨워질 무렵 둔중한 움직임으로 부다페스트 역에 도착했다. 열차를 통한 교통이 일찍이부터 발달한 유럽에서는 이러한 느낌을 사람들이 모두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으리라. 나처럼 열차를 평생에 손꼽아 볼만큼 타본 사람은 옛날 흑백 영화 속에 반복되던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공간 기차역이 연상되어서 다소 신기했다. 아주 오래된 역사와 아주 오래된 플랫폼이었다.


가득 짐을 채워 넣은 배낭을 둘러매고 내리자, 열차 안이 오히려 조용했다 싶을 정도로 번잡하고 시끌시끌했다. 아침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다가가서 숙박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는 소위 삐끼들이 넘쳐난다. 빈 방을 놀리느니 여행객들을 재워주고 얼마간의 돈을 받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반인들까지 이러한 숙박업에 종사하고 있는 듯 하나, 역시 허가를 받지 않는 것은 다 불법으로 간주된다 한다. 안전과 가격을 위해서라면 정식으로 운영되는 유스호스텔을 찾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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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날씨에 비까지 내린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유로화를 헝가리 화폐로 바꿀 수 있는 환전소를 찾는 것이다. 역에서 운영하는 환전소는 항상 비싸다. 아침 일찍이지만 근처의 괜찮은 환전소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서쪽 중심가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 이른 시각, 게다가 일요일이라 문을 연 환전소는 몇 없었지만, 그나마 있는 것 중에 괜찮은 것들을 추렸다. 우리나라 주유소들처럼 입구에 어떤 비율로 교환이 가능한지가 적혀있었다. 한 시간 쯤 돌아다니면서 살펴보고 가장 나은 곳에서 일단 내일까지 쓰이게 빠듯할 것 같은 양을 교환했다. “이렇게 환전소가 많은데, 나중에 다시 바꾸면 되지 머.”라는 생각이 이었는데, 이 때문에 내일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된다 – _-


그 다음으로는 하루 숙박할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내일 저녁에 부다페스트를 떠나 크라코프로 다시 야간 열차를 타고 이동하게 되기 때문에 하루 숙박이면 충분했다. 무작정 떠난 여행이기에 별로 숙소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지 못했다. 게다가 탄력적으로 일정을 조절할 수 있게 처음과 끝 여행지에서만 숙소를 예약했고 나머지는 다 직접 현지에서 구해야 하기 때문에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일단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여행 책자에서 괜찮을 것 같은 민박 (가장 저렴한)에 전화를 걸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민박이라고 하고, 위치도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아서 연락을 해봤더니, 운이 좋게 오늘 남는 방이 하나 있다는 것이다. 워낙 한국인이 많이 찾는지 한국어로 인사도 하고, 가격도 한국어로 말해주신다.


3정거장 정도를 지하철로 이동해 숙소가 위치한 곳으로 향했다. 지하철이 너무너무 오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영국을 제외하고는 전 유럽에서 가장 오래 전에 건설된 지하철이라고 한다. 한 100년은 되었을 것 같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숙소에서 마중을 나와계셨다. 역에서부터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해서 이러한 픽업 서비스가 없으면 찾지 못할 것 같았다. 환전을 위해 배낭을 매고 돌아다니느라 너무 진을 뺐는지, 막상 숙소가 정해지고 나자 다시 나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잠도 5시간을 채 자지 못했고, 자리도 불편 했던 지라 편한 침대 위에 누우니 잠과의 싸움에 이겨낼 수가 없었다. 일단 몇 시간이라도 자고 그리고 다시 나서기로 했다. 이때가 오전 11시 남짓일 것이다.


헝가리, 중심가를 누비다


한참을 눈을 붙인 후 일어나, 오후의 한 중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일정이 고작 1박에 불과해서 한정된 볼거리로 제한을 두어야 했다. 근교의 관광지는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고, 시내에 위치한 중심 시설들만 모아서 보아야 했다. 이래서야 패키지 관광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했지만, 애초에 탓할 것은 짧은 일정으로 기획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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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면 훨씬 웅장할 것 같다 


나름대로 눈에 익은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이다. 영국 국회 의사당에 이어 두 번째로 거대한 국회 의사당 건물이라고 한다. 헝가리도 한때 부강한 나라였던가? 이쪽에서 강을 건너면 이 국회 의사당 건물과 호텔들이 밀집 되어있는 중심가가 나온다. 일단은 중심가 쪽은 내일 오후에 둘러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쪽의 다소 오래되어 보이는 유적지들을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다소 늦은 오후였지만, 이때가 일요일이어서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웅성웅성 대는 소리와 함께 우리에게는 소매치기 주의보가 내려졌다. 워낙 치안이 좋지 않기로 소문 난 나라인데다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특히 그런데, 우리는 먼 이국에서 온 꼬꼬마 동양인들로 좋은 사냥감 이었다 – ㅅ-.


오래되어 보이는, 옛날 아마데우스 시절에 나무 바퀴로 된 마차가 다녔을 것 같은 길을 한참 올라가보니 다리와 강 건너편의 현대식 건물이 차츰 멀리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도쿄나 뉴욕의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현대식 도심이 아니면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런 곳은 전 세계에 도쿄나 뉴욕 밖에 없다. 도심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러한 한적한 도심? 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서울도 꽤나 도심이고, 꽤나 세련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커다란 강이 도시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닮아서 문득 서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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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강, 넓은 평야


저 멀리까지 지평선이 보이는 모습이고, 건물들은 이를 방해하지 않는다. 강을 건너는 다리들은 꼭 필요한 곳에만 있어서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차 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한 도심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모여 살기를 좋아하지만, 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사는 것도 좋지 않아 보인다. 유럽의 도시 같은 한적함이 서울에는 없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느끼는 활기찬 도시라는 인식이 거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국 사람이 도시를 설계하고, 사람이 분위기를 만든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쉽게 올라올 수 있는 언덕을 힘겹게 걸어서 위쪽 부분에 다다르자, 어부의 요새가 나타나고 또 그 조각 상이 나타났다. 어부가 물고기를 잡는 어부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다른 어부는 없지만, 조각상은 어부랑은 또 전혀 상관없이 생겼다. 외세의 침입에 맞서 여기서 싸워 지켜냈다고 하는데 언덕을 올라오는 곳곳에 성벽과 외부로 공격할 수 있게 뚫어놓은 구멍들을 봤는데, 여기가 요새의 역할을 하는구나. 이렇게 넓은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에 그나마 언덕 같은 곳이라고는 여기 하나 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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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게임에 나오는 레벨 좀 높은 캐릭터 같다


일단 언덕을 올라오느라 힘들었으니까 여기서 콜라 하나를 사 먹으면서 휴식. 또 엽서도 하나 사서 기념품으로 삼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오늘 저녁은 뭘 해먹을까를 고민했다. 오스트리아의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싼 물가 때문에 잘 먹지도 못하고 지내왔는데, 이제 물가가 저렴한 헝가리에 왔으니 뭔가 영양 보충을 해야 할 듯 싶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까 숙소에서 나올 때 지하철 역 근처에 테스코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곳에서 장을 봐서 숙소에서 무엇인가 먹는 것이 좋은 생각 같아 보였다.  여행 내내 테스코는 이곳 저곳에 있었다. 일단은 해가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고, 더 이상을 돌아다니기 너무 피곤한 관계로 아까 올라오면서 봤던 다리를 건너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식욕, 그리고 수면욕


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해서 움직이기도 힘들었고, 노점상이나 공연 등이 있었지만 부지런히 걸어 지난 후, 보이는 상점에서 맥주를 하나 사서 마셨다. 일정 내내 맥주의 가격은 서울보다 훨씬 저렴했다. 심지어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비싼 오스트리아에서도 그랬는데 덕분에 생수보다 맥주를 훨씬 더 마시게 됐다. 날씨가 더울 때 사서 마시는 맥주의 시원한 맛은 그나마 오래 걸어 다닐 수 있는 에너지가 됐다. 취기가 오른 얼굴로 대낮에 돌아다니는 것은 또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여기 사람들은 그게 일상인 듯 했다.


기분 나쁜 경험 하나가 문득 기억이 난다. 이윽고 지하철 역에 들어섰는데, 어느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년이 나가와서는 내가 지하철 표를 잘 못 샀는데, 원래 가격의 30%를 할인해서 주겠다는 것이었다. 표를 보니, 한눈에 봐도 스캐너와 컬러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조잡한 위조였다. 더욱이 잘 못 샀으면 역무원한테 환불 받으면 되지 왜 나한테 와서 이걸 싼값에 팔아 넘긴담. 아무튼 이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가 여기저기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속지 않도록 조심할 것. 괜히 몇 백 원 아끼려다가 벌금만 몇 만원 내는 수가 있다.


자판기에서 파는 ‘정품’ 티켓을 구입한 후 우리가 도착했던 기차역으로 다시 돌아갔다. 여기서 숙소까지 걸어가면서 중간에 위치한 테스코에서 장을 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도 삼성-테스코에서 합작해서 만든 홈플러스가 있다. 지금은 물론 삼성이랑은 아무 관계도 없지만. 이곳 테스코에서 파는 물건 중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것들은, 육류, 치즈, 빵 같은 서양식의 기본 재료가 되는 것들은 우리나라의 반값, 1/3 정도에 불과한 것들도 있었다. 덕분에 돈이 모자라게 될 걱정 없이 환전했던 이곳 화폐를 마음껏 쓰면서 저녁식사를 푸짐하게 만들 수 있었다. 뭐, 그래 봐야 햄이랑 샌드위치 정도지만.


어제 거의 수면을 취하지 못해서인지, 산 물건들을 가득 들고 돌아가는 길이 꽤나 멀고 힘들었다. 앞에도 썼지만, 단기 여행이 아닌 이상해야 충분히 먹고, 충분히 자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여행 동안 최초의 우리만 쓰는 숙소에서 충분히 쉬고 잘 것을 다짐하면서 숙소로 들어와 하루를 마무리 했다. 내일은 짧았던 이곳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크라코프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