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배낭여행 2009 [1]

  벌써 인천공항에서 익숙한 한국 공기에 놀란지도 한달이 되었다. 그 동안 새로운 회사에 들어갔고 수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으며 매일 새로운 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막상 여행을 떠날때는 그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고자 했으나 정신없는 생활 속에서 많이 희미해진 지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곰곰히 곱씹어보는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퀄컴 IT TOUR 시리즈도 한참 걸렸는데 그 보다 기억할 것이 많은 이번에는 얼마가 걸릴지 모르겠지만.


  동유럽 유레일 패스를 구입하고 항공권을 예약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너무 급박하게 정해진 여행이라 충분히 오랜기간 준비할 시간이 없었고, 따라서 다른 사람이 다녀온 여행기를 보고 일정을 거의 배끼다 시피 참조했다. 15일 정도의 일정을 생각했고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체코의 4개국을 돌아보기로 했다. 한 나라당 3~4일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유레일 패스는 동유럽패스 기본 5일 권으로 구입했고 주로 국가 간 이동 야간 열차에 많이 이용했다. 가격은 어딜가나 대동소이하다고 생각되어 항공권을 예약한 여행사 사이트에서 주문했다. 다행히 2일만에 집까지 배송되어서 출발 하루 전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숙소는 오스트리아 빈/체코 프라하에서의 각각 2박 정도씩만 예약했다. 한인 민박이 아닌 유스호스텔 위주로 숙소 계획을 세웠고 주로 8인 사용의 도미토리를 이용했다. 중간에 일정이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모두 예약하는 것을 지양했다. 7월 꽤나 붐비는 성수기에 출발했지만 단 한번만 숙소가 모두 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찾아가는 숙소에서 방을 구할 수 있었다.


  항공권은 워낙 급박하게 구한지라, 93만원 정도에 베이징을 경유하는 아시아나/오스트리아 항공으로 구입했다. 직항도 있고, 두바이, 터키를 경유하는 등 다양한 항공편이 있었지만 모두 가격이 비싸거나 매진이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조금 일찍 예약하면 80만원 대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여행에 대한 간단한 요약은 이쯤하고 다음 포스팅부터는 음악의 도시 빈 부터 곱씹어보도록 하겠다.

나는 왜 동유럽으로 떠나는가?

  나는 참 집 떠나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학교와 직장들이 항상 집 주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다 짜여진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싫어하는 타입? 물론 일상을 내가 잘 정돈해서 변화시키는 것은 좋아하지만 여행처럼 내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나를 내버려두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싫어한다, 성향에 맞지 않는다” 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떠나는 것에 대한 동경은 있다. 그래서 이번 여름, 더 늦으면 가지지 못할 유일한 기회와 마주쳤을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두가지 선택지 중에서 조금 더 용기를 내서 결론을 내기로 했다. 세계 지도에서 내가 가본 곳과 안가본 곳을 색칠할 것도 아니고 또 블로그에 카테고리를 더 만들고 싶어서도 아니고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할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나의 자연스러움을 거스르고 배낭을 매고 비행기를 타게 만들었다.

  나는 그 선택을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가? 잃을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젊으니까, 젊기 때문에 고작 손해보는 것은 시간과 돈 뿐이다. 얻는 것은 아직 미지의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경험 속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 인지는 순전히 나에게 달려있는 일이다. 일단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경험이라는 보따리 꾸러미를 짊어지고 돌아올 수 있기를, 또 지금의 두근거림이 여행하는 동안 꼭 그만큼의 뿌듯함으로 바뀌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