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3]

  원래 계획은 퀄컴 IT TOUR 5기 지원서 접수가 끝나기 전까지는 참가기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으나, 전공 과제의 압박과 중간고사, 그리고 고치치 못하는 이 게으름 때문에; 그냥 손이 타이핑 되는데로, 마우스가 이끌리는데로 시간 날때마다 조금씩 적어서 올려보도록 해야겠다. (이 블로그 보다시피 구글 에드센스 같은 것도 없어서, 사람 많이 온다고 득되는거 없다) 근래, 하루에 수십명의 인원이 IT TOUR를 네이버 및 구글에서 검색해서 이 블로그를 찾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책임감도 가지지만 블로그가 전부는 아니니까.


  미국에 도착한지 3일째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첫날은 도착해서 시차적응과 버스여행, 호텔 체크인으로 정신이 없었고, 둘째날은 항공모함과 씨월드에서의 일정으로 마치 깃발 관광객 같은 하루를 보냈다. 3일은 드디어 이번 투어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퀄컴의 본사 방문일정이 시작되는 날이다. 전날의 씨월드에서의 끈적한 바닷바람과, 그리고 왠지 본사 방문이라는 경건한 마음가짐이 합해진 결과로,  새벽 5시에 일어나서는 무려 1시간 동안이나 양키 사이즈의 커다란 욕조에 물을 받고 목욕을 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간단하게 샤워만 할 예정이었으나, 도대체 샤워기를 작동시키는 방법을 몰라서; 꿩대신 소잡은 꼴로, 거대 욕조에서 해엄을 친 것이다.


  일본에서 도쿄에서 한달을 보내고 오사카로 떠나는 날 밤, 그날 밤도 오사카의 1300엔 짜리 숙소에는 반드시 나를 만족시키는 목욕 시설이 없을 것을 내다보고, 욕조에 물을 받아서 뜨거운 물에 몸을 불렸었다. 따지고 보면 그게 고작 3주 전의 이야기 이지만, 두 나라의 숙소 욕조를 비교해보니 나름 의미가 있는 경험이었다.  일본의 욕조는 좁고 벽이 높다. 따라서 다리를 쭉 펴기 보다는 정좌해서 어깨정도까지 올라온다고 할까. 머리만 내놓고 뜨거운 물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로 얼굴만 사우나 형태로 만드는 것이라면, 미국의 욕조는 눕는 것을 기본 자세로 해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욕조보다 훨씬 넓고 얕다. 따라서 앉아 있으면 고작 배 정도? 머리만 내어놓는 우리나라 식의 것을 즐기고 싶다면 불편한 자세로 누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것이 딱 그 두개를 절충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거대한 욕조에서 나름 피로를 풀고 안락함을 즐기다가, 나오니 룸메이트 기상, 적당히 씻고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간다. 변함없는 식단.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해서, 오믈렛과 함께 빵 위주의 식단으로 배를 채운다. 식사 후에는 처음으로 호텔을 벗어나 주위를 산책한다. 옆 건물이 저~ 멀리 떨어져 있어 가보기에는 꽤나 용기를 필요로 했으므로 우리는 주차장의 차들과, 호텔 정원을 둘러볼 뿐.  


  오늘 일단은 퀄컴 본사에 가서 퀄컴이 가지고 있는 각종 기술들에 대한 엔지니어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저녁 때는 펫코파크에 가서 샌디에고 파드리스의 메이져리그 베이스볼 경기를 관람하면 일정이 끝나는 것이다. 욕조에서 오늘의 일정을 떠올릴 때부터 걱정되는 것은 프레젠테이션이 다 영어로 진행된다는 사실이었고, 또 하나는 장출혈로 등판이 취소된 박찬호가 혹시라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샌디에고에는 퀄컴 건물만 수십개


     


  퀄컴은 샌디에고 연고의 기업들 중에는 가장 크다. 이러한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그에 따른 투자와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데, 도시 전체에 걸쳐 퍼져있는 기업 건물들뿐 아니라 UCSD의 도서관도 퀄컴 창립자의 기부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샌디에고에서는 퀄컴이라는 브랜드가 먹어준다는 말. 버스를 타고 얼마 안가서 도착한 곳은 퀄컴의 본사 건물의 게스트용 입구였다. 빙빙 돌아서 이런 곳을 찾을 수 있을 까 할 정도로 외진 곳에 있는 입구지만, (게다가 주위는 공사중) 들어가서 본 건물은 깔끔하고, IT 기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깔끔함이었다.


게스트용 출입구


 


  입구를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맞아주는 관리 직원 여러분, 물론 4기나 되었으니 이제는 이 분들도 익숙해지고 노하우가 생겼을 것이겠다. 40명이나 되는 인원의 출입카드가 준비되어있어서, 각각 배부되고 잠시 잠시 기다리자, 안쪽으로 안내 되었다. 물론, 그 와중에서도 여기저기 사진 찍는 인원 다수. 나도 포함해서 말이다. IT 분야에서 이 정도 급의 기업 본사를 방문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지 싶었지 했다. 그때는 그랬던 것이다. 물론 내집 드나들 듯이 할 수 있도록 지금 공부하고 있는거 아니겠냐마는;  


  안쪽 복도를 살펴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양쪽 벽에 가득한 조그만 상패같은 것들. 자세히 살펴보니, 바로 퀄컴이 소유하고 있는 특허들을 모두 요약해서 벽면 가득히 걸어놓았다. 여기서 가득히라는 것은 어떤 수사적인 표현이나 과장이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틈이 1cm도 없이 벽 전면을 손바닥 만한 특허권들이 가득 매우고 있는 것이다. 세미나 실로 들어가는 길은 퀄컴이 보유한 수십억불 값어치의 지적재산권 터널 속을 들어가는 것이다. 게스트는 이러한 느낌에 압도될 것이고, 그것은 퀄컴의 대단함을 가장 쉽게 각인 시키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말로만 앞에서 수십분 떠드는 것 보다는 말이다. 물론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지만, 나중에 사장님의 특별 허락 하에, 앞에서 한장 찍어왔지만 물론 비공개 조건이었다.  


비지터 패스


 


  에스코트가 필요해서 예레나 더매쉬킨? 양의 안내에 따라 목에다 이걸 걸고 쭐래쭐래 따라가는 한국인들을 보는 퀄컴 엔지니어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놀라운 것은 엔지니어들 중에는 앵글로 색슨 계열은 미국인들은 극히 드물어 보인다는 사실. 인도나, 동구권이나, 그런 엔지니어들이 많은데, 이건 이공계 기피현상이 굳이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나타는 현상이라고 한다. 세계의 엔지니어링 분야에서의 인도의 활약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요즘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설명되어있다. 궁금하신 분은 일독을 권한다.


  프레젠테이션은 다양한 주제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퀄컴은 CDMA 기술 뿐 아니라 다양한 이동통신과 관련된 사업분야를 가지고 있는데, BREW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이 기술들은 기반은 CDMA를 하고 이를 이용하여 더욱 더 사용자들에게 편리하고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물론 퀄컴의 주 타켓은 직접 사용자들이라기 보다는 이동통신 제공자들이겠지만 말이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진 프레젠테이션의 주요 아젠다만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MediaFLO Technology Overview


  2. Qchat Overview


  3. BREW Solution Overview


  4. QUALCOMM CDMA technology Overview


  5. Corporate Overview, 3G Update, Migrate Path

  인도인 엔지니어 분과, 독일인 엔지니어분도 있고, 다양한 억양의 영어를 들다보니 머리가 다 헤롱거릴 지경이지만, 그나마 회사다니면서 얻은 퀄컴 관련 지식과, 귀동냥한 것들이 있어서 어떻게 어떻게 필기는 해왔는데, 혹시라도 이번 5기로 지원하실 분들은 면접 대비로 퀄컴에 대해서 공부하실때, 저러한 것들 위주로 공부하시면 도움이 될 수도.. 나름대로 한국에서 온 방문자들에게 소개할 것이라면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기술들 일 것 이니까 말이다.


영어지옥



  점심으로는 샌드위치와, 각종 쿠키가 제공 된다. 초거대 샌드위치에 음료수도 무제한이므로 부실한 식사에 대한 걱정은 필요 없을 듯 보였다. 닥터페퍼며, 마운틴 듀며 하는 음료수들도 이제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진출로 한국에서도 똑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들 아니겠나. 잠시 쉬는 시간을 틈타서 건물을 벗어나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졸음도 쫓고; 그랬다. 일행중 DSLR 소유자가 2명이나 되는 관계로 주로 찍는 것 보다는 찍히는 입장에 많이 서게 되었는데, 무려 4기가에 육박하는 투어 사진 총 모음은 아직도 하나하나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대가 가기전에 언제 한번 싹 몰아보면서, 이 때를 추억해야 하는데 말이다. 미드웨이 항공모함 선원 침대 3층에 누워서 찍은 사진은 도대체 어디 있을까.


펫코파크


 


  지금은 뉴욕 메츠로 이적했지만, 박찬호는 작년까지만 해도 샌디에고 파드리스 소속이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이 곳은 바로 샌디에고 파드리스의 홈구장 펫코파크. 퀄컴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을 모두 마치고 이 곳으로 왔다. 샌디에고에는 퀄컴 스테디움이 따로 있는데, 지금은 미식축구 전용 구장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한번 보고는 그 모습이 궁금해서 얼마전 구글 어스로 확대도 해봤다.


  저녁을 먹지 않은 우리들은 배를 고파했고 여기에서 얼마나 퀄컴측이 우리들에게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우선 제공된 핫도그와 낫쵸, 콜라 이외에도 호텔로 들아가보니 한식으로 포장된 도시락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미국에서 이런 한식 도시락은 어디서 공급되는 걸까.


  스테디움 앞에서 거대 플랭카드를 펼쳐들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는 입장 게시, 미국식 핫도그를 사들고는 우측 외야석에 앉았다. 여기는 소스 뿌리는게 셀프구나. 노란것만 바르고 빨간것은 사양. 낫초는 너무 많이 샀다.


아직 경기 시작 전



  펫코파크라는 이름은 어느 애완견용품회사가 이름에 대한 권리를 사고 몇년동안 그렇게 붙여서 쓴다고 들었다. 따라서 그라운드 위에서 뛰어노는 수많은 애완견들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을 이렇게 사람이 없이 널럴해도, 잠시후면 가득차는 경기장에 뜨거운 야구에 대한 관심을 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라면 당연히 슈퍼볼과 베이스볼일 테니까. 오늘의 경기는 샌디에고 vs LA다져스 공교롭게도 둘다 박찬호가 뛰었던 팀이다. 오늘 등판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런 행운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욕심인가?


어느사이엔가 밤이 깊었다



  비록 박찬호는 아니지만 몇몇 아는 선수들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피아자나 션그린, 혹은 피비. 하지만 그런 것을 고려해도 위의 사진을 클릭해서 스코어를 확인하면 알겠지만, 정말 지루한 투수전이었다. 다져스는 6회까지 고작 3안타로 허덕이고 파드리스도 6회까지 5안타로 간신히 6회에 한점을 냈을 뿐이었다. 따라서 중간에 조금 졸기도 하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새로운 문화적인 경험이랄까? 다져스팬들과 파드리스팬들 사이에 섞여서 응원도 해보고 서로 어떻게 상대를 대하는지도 재미있게 구경하고 한국에서도 야구장에 가볼까? 하는 마음이 조금은 들게 해주었다.


  저 멀리 보이는 웨스턴 메탈 서플라이 사 건물은 정말 오래되었다는데 이 경기장을 지으면서 헐지 않고 그 역사적인 값어치 때문에 보존되었다고 한다. 보기에도 현대적인 건물 사이에, 알카포네가 총과 술로 세상을 지배했을 때 당시의 건물 처럼 보이지 않는가?


경기가 끝나기 전에 빠져나온다



   막 재미를 붙이려는 찰나여서 아쉽지만, 내일의 중요한 일정과 배고픔 때문에 7회정도에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나오자마자 들리는 무엇인가를 알리는 함성이 아쉬움을 더욱 키웠지만, 내일은 드디어 CEO와의 만남, 그리고 그때의 프레젠테이션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노력을 다 해야 하는 것이다.


  숙소에 도착해서 도시락을 배급받고, 적당히 씻고 조별로 다시 모여서 마지막 정리를 시작했다. 이번 투어의 가장 중요한 일정이, 그리고 5기가 선발될 수 있을지 결정지을 수도 있는? 시험이 바로 내일인 것이다. 미국 특유의 부드럽고 시원한 맥주의 맛은 그 뒤에 실컷 즐길 수 있다.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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