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2]

 누누히 강조하지만, 오사카 여행의 핵심은 “얼마나 돈을 절약하면서 많은 곳을 돌아보느냐.” 에 있는 것이다. 뭐, 젊은 나이에 편하게 호텔에서 침대 매트리스를 느끼면서 잘 수도 없는 일이고. 사실 돈도 없고. 이런 이유에서 노숙을 면하기 위한 숙소의 수준이랄까. 2사람이 2박에 5000엔이면 뭐; 말 다했다. 캡슐호텔보다 싸다. 가격에서 예감하듯이 비참한 수준의 숙소 일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묘한 긴장감을 가지고 한 정거장을 걸어가서 숙소를 찾아냈다! 한국 사람들이 오사카에 가서 머무는 숙소들은 호텔 수준이 아니라면 대부분 교통이 편리한 곳에 집중되어있기 마련인데, 내가 예약한 숙소가 바로 그 위치에 있다. 주위에는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싼 가격의 숙소가 밀집되어있고, 나의 숙소는 그 중에서도 가장 시설이 열악해보이는 한 여관이라고 부르면 여관이 화낼 수준의 건물.

 

 9시부터 체크인이라는데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어서 가능할까? 했지만, 들어가보니 어떤 할아버지가 땀에 젖은 런닝셔츠 차림으로 앉아 계셨고, “오늘 예약하고 온 사람인데요.” 하자 주섬주섬 예약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기 시작하셨다. “어이 괜찮은건가 관리인 할아버지, 왠지 도와드려야..” 생각하고 있는데 다행히 찾아내신 할아버지, 방이 비어있는지 열쇠를 주면서 몇 호라고 알려주셨고, 식객과 함께 집을 끌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아, 열쇠 보증금 500엔도 잊지않고 냈다. 방은.. 뭐.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고역일 정도; 퀴퀴한 냄새는 둘째 치더라도 거미와 바퀴벌레! 녹슬고 썩어가는 세면데; 그나마 깨끗한 것은 침대 이불정도. 곳곳의 담배를 눌러 끈 자국은 이 곳에 머무는 사람들이 주로 일용직 노동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만들어 줬다. 화장실은 공동 이용. 샤워장은 9시 이후에는 사용 금지. 일행 중에 여성이 있다면 이런 숙소에서는 절!대!로! 숙박해서는 안된다 -ㅅ-

 

 이런 곳에서는 머물러 있기 싫다. 이 곳에서는 잠만 자는 거다. 짐만 넣어놓고 얼른 뛰어나왔다. 우리의 첫 목표지는 교토. 3일간의 간단한 일정을 살펴보면. 첫째날은 교토오사카, 둘째날은 나라오사카 셋째날은 오사카. 뭐, 고베라던지 이런저런 곳에 가보고 싶지만, 짧은 여행 일정상 불가능. 일단은 교토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철 역이 가까운 것은 좋네.

 

오사카의 지하철은 도쿄에 비하면 단순. 뭐, 느낌은 거의 같다.

 

  일본에서 비교적 오래 머물면서 관광을 즐기는 여행객이라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단연코 지하철/전철일 것다. 가서 보게 되면 크게 2가지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어서 놀라게 되는데, 첫 번째로는 복잡함과 치밀하게 연계 되어있는 모습이고,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보다 세배는 비싼 요금 때문이다. 일본은 지하철이라는 말은 지하로만 다니는 노선을 지칭하는 말이고 전철은 역시 지상으로만 다니는 노선을 말한다. 우리나라 2호선처럼 지상으로 갔다가 지하로 달리다가 하는 노선은 내가 타본 경험상 없었는데, 뭐 혹시 있을 지도 모르지. 그래서 흥미로운 것은 “지하로만 다니는 노선은 공사가 완공 된 후 어떻게 열차를 레일 위에 올려 놓는냐”는 문제인데, 들은 바에 따르면 레일과 지상까지 구멍을 뚫고 대형 크레인을 사용해서 열차 1량씩 신중하게 레일로 내려 놓는다고 한다. 이게 꽤나 시간을 잡아 먹는 작업이라서 하루에 2량 밖에 못 내려 놓으므로 전체 노선에 달릴 열차를 다 내려 놓는데 1년이 꼬박 걸린데나 어쨋대나.

 

 처음의 일정은 교토. 촉박한 시간에 최대한 많이 돌아보고자 서둘러 교토로 통하는 철도가 있다는 우메다(?)로 향했다. (오랜시간이 흘러서 우메다 역이 맞는지 가물가물하다;)

 

이 곳이 우메다역(?) 인지도 가물가물하다.

 

  토요일 오전의 역은 비교적 한산했고, 꽤나 친절하게 나온 안내도 때문에 쉽게 교토로 향하는 전철을 찾을 수 있었다. JR선이 아닌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사철(私鉄)로 기억하는데, 한큐선이었던가. 아무튼 흔히 볼 수 있는 지하철 형태의 좌석 배치가 아니라 2명씩 앉도록 일렬로 배치되어있는 무궁화호 열차식 배치라 특이했다. 게다가 무궁화호처럼 의자가 180도 휙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등받이만 고정되어있는 좌석위에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는,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보면 신기해지는 그런 구조. 종점에 도달하면 문을 모두 닫고, 사람이 없는지 확인 한 다음 기관사가 일괄적으로 전체의 등받이위치를 조정한다. 보고 있자니, 왠지 거대 로봇의 분리, 합체가 연상되었다.

 

 역시, 관광객이 많은 노선. 곳곳에 한국인들이 눈에 띈다. 나의 경우는 인턴쉽으로 온 것이라 평일에는 한국 사람들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다치카와(立川), 치바(千葉), 토라노몬(虎ノ門). 이런 곳에 관광객이 갈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일행과 떨어져 다치카와(立川)에서 이타바시구(板橋区)로 혼자 이사하던 날 이래 2주동안 한국말을 안쓰고 지낸 것이, 내가 태어나서 “엄마”라는 말로 첫 걸음을 띤 배움의 역사상 가장 오래 모국어를 안쓰고 지냈던 기간이 아닐까나. 하지만 주말 관광지에 가면 어디에나 한국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오다이바에서는 뭐. 둘러보면 어딘가에 숨어있는 한국 사람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정도. 월리를 찾아라 도 아닌데 반드시 있는 것이다;  교토에 도착할때 쯤 해서는 그 주변의 학교가 끝났는지 중고등학생들로 가득.

 

 자, 드디어 교토에 도착이다. 키요미즈테라(清水寺)킨카쿠지(金閣寺)의 도시 교토.

 

뭐야 이건, 단지 근대화된 도시 뿐이잖아.

 

 전철에서 내려, “빨리 밖으로 나가보자. 그래야 이곳이 어딘지 파악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으나 나와보니 마치 바둑판 같은 길 구조에 당황. 어디어딘지, 동서남북은 어딘지. 어딜가야 그 유명하다는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어있었다. 단지, 수많은 사람들과, 빽뺵한 건물들, 그리고 죽을 만큼의 더위. (37도)

 “다시 역으로 들어가자. 무엇인가 지도라던가 가이드가 있을꺼야.” 당연한 생각을 조금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 껄. 괜히 이 더운 날씨에 왔다갔다 하는 우리들. 아, 가이드가 있었다. 미리 이 곳에서 자유롭게 버스를 탈 수 있는 티켓이 있다길래 그걸 물어보기로 했다. “저~ 일일자유버스이용권을 사고 싶은데..” 라고 말하자. 친절한 웃음을 띄면서 2장에 천엔이라고 알려주는 아가씨. 지도도 친절하게 2장을 준다. 지도를 보면 파악할 수 있을꺼라 생각하고 펴들었으나. 후.. 도쿄의 지하철 노선도보다 한층 더 복잡한 이 노선도. 사람이 보라고 만든건가 이 것. OMR카드 리더기 같은게 읽는거 아냐? 일본의 교과 과정 중에는 “복잡한 노선도 보기” 코스가 따로 있는건가..

 

벽에 붙어있는 버스 노선도. 친절한 아가씨의 지도와 동일.

 

 노선도에 불만이 있어도, 이 하루 버스하루자유이용권은 정말 고마워해야 할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사실 교토 내에서 이 곳 저곳 둘러보기 위해서는 거의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버스 요금이 한번 타는데 160엔. 하루 자유이용권이 500엔이니까 3번타면 거의 본전, 4번타면 이득이다. 따라서 가장 유명하다는 키요미즈테라(清水寺)킨카쿠지(金閣寺)만을 둘러 본다고 해도 3번은 반드시 타야하는데, 따라서 무조건 이를 구입해서 다니는 것이 이득. 뭐, 자가용 이용자나, 최근의 원화 강세를 막아보자는 사람한테는 상관 없겠지만 말이다.

 

 죽을 만큼의 더위를 향해 밖으로 나와보자. 버스를 타야하는데, 그 전에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지겨운 맥도널드“빅맥”  일본의 패스트푸드 점에서는 담배를 펴도 되는 층이 있고 아닌 층이 있다. 뭐, 지나친 일반화인가.. 아무튼 담배를 펴도 되는 구역이 있는 것 만은 확실하다. 흡연자의 권리를 어느 정도는 보호해주는 모습. 전철의 플랫폼에서도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어서(주로 가장 끝쪽) 흡연자만의 구름 오오라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내 생애 최고의 더위를 체험한 날. 보도에도 그늘이 있어 다행이다;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찾아 번호를 확인하고 기다리자. 어느 버스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표시가 되서 편했다. 뭐, 이런저런 곳을 돌아다녔지만.. 이 곳에서는 키요미즈테라(清水寺)킨카쿠지(金閣寺)만을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다른 곳은 뭐.. 별로 돌 것도 없고 간 것 같지도 않고. 바쁜 여행객들에게는 불행한 일 이겠지만, 키요미즈테라(清水寺) 교토의 동쪽에 킨카쿠지(金閣寺) 는 교토의 북서쪽에 위치해 있어서 하나를 보고 다른편으로 가려면 도시 가운데를 지나는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한다. 중간 중간에 볼만한 것이 있으면 상관이 없겠으나 그렇지도 않던데. 약 45분정도 걸리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낭비해야 한다. 거리상으로 그렇게까지 멀어보이지는 않는데, 중간에 신호등이 지겹게도 않은데다가 정류장도 많고 차도 많은 관계로 고생을 해야한다. 뭐,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하고 시원한 버스 에어컨을 쐬면서 자면 되겠다. 정류장을 놓치지는 말고.

 우선은 키요미즈테라(清水寺)로 가보도록 하자.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중간에 보면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이 있어서 돈을 주면 인력거를 태워주기도 하니까 다리에 자신이 없으면 기꺼이 이용해 주자. 관광객들이 “어떻게 사람이 끄는 수레를 탈 수 있어! 미안해서라도 그렇게는 못해.” 라는 생각을 가지고 인력거 이용을 꺼리기 때문에 오히려 수입이 없어 힘들다는 그들의 한탄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인력거를 이용해 주는게 그들에게는 기쁨이랄까.

 헉헉 대면서 끝까지 올라가면 드디어 입구의 커다란 빨간색 문을 볼 수 있다. 사실 어떤 사전 지식도 없이 교토에 갔기때문에 역사적인 의미라던가 건축학 적인 뭐라던가 말할 수 없는 입장.

 

교토는 수학여행지로도 인기다.

  교토는 경주처럼 수학여행의 단골 코스란다. 따라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런 날씨에 저 아이들도 무슨 고생이람. 좀 편한데 가지 -ㅅ- 예전에 회사의 오카다상이랑 일본 여고생들의 치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본적이 있다. 지하철을 타니 왠 여고생들이 우르르 있길래 오카다상이

“일본 여학생들 치마, 정말 짧지요?”

“네, 그렇네요. 왜 저렇게 짧은 건지 깜짝 놀랐어요.” 

“원래는 저것 보다는 긴 디자인인데, 줄여 입는 경우도 있고, 또 학교들 사이에 이쁜 교복을 입는 학교가 인기이기 때문에 일부러 짧게 디자인하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요. 한국도 교복을 입나요?”

“네, 하지만 형태가 좀 달라요. 일본은 저렇게 퍼지는 플레어형의 스커트잖아요. 한국은 OL들의 유니폼 같다고나 할까.”

“아~ 그렇군요”

“한국에서도 줄여입거나 변형시켜서 입는 애들이 많아요. ㅎㅎ”

“그건 일본이나 마찬가지네요.”

키요미즈테라(清水寺)도 기본적으로는 무료 입장이지만,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보려면 유료로 입장시키는 구역이 있다. 물론. 가보지는 않았다. “사진촬영이 금지되는 관광지는 의미가 없어!” 라는 마인드는 아니지만; 별거 없어 보이는 곳은 돈내고 들어갈 필요가 없겠지. 이 곳은 상당히 고지대. 산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매우 넓은 평지의 교토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 되었기 때문에 먼지 때문에 그다지 멀리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 곳에서 수백년전의 수도였던 교토를 내려다 봤을 옛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기에는 충분했다.

 

교토는 놀랄만큼의 평지로 이루어졌다.

 한바퀴 둘러보고는 손을 씻는 물로 발, 손. 온 몸의 온도를 조금 식힌 후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쁜 하루를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를 수는 없는데다가 다음 목적지까지는 꽤나 먼 길이 남아 있는 것이다.

 

[3]편에 계속..

2 thoughts on “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2]”

  1. “이 곳이 우메다역(?) 인지도 가물가물하다.” 이렇게 적으신 곳 우메다가 맞습니다 ^—^
    오른쪽 가운데쪽에 ‘한큐 17번가’라는 간판이 보이네요.
    – 이올린을 타고 들어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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