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1]

  예정대로라면 5주간의 인턴쉽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하지만! 비싼 비행기타고 일본까지와서 도쿄 근교만 돌아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언제다시 올지 모르는 일본인데, 아쉽다! 학교측에서도 당연히 더 관광을 즐기다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돌아오는 날짜는 정해놓지도 않으셨고. 한국에서의 식객이 긴급 구호금을 가지고 오기도 했고, 이래저래 추천도 있고, 조건이 맞아서 오사카로 가기로 한 것이다. 왜 하필 오사카? 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말이다. 사실 일본에 갈때까지도 예정에 전혀 없던 일이라 좀 급작스럽게 준비하느라 더 좋은 코스와 싼 경비로 둘러볼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뭐 일생에 한번뿐인 25살의 여름방학을 아주 아름다운 무늬로 새겨 넣은데 일조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야기를 넓게 잡아 떠나는 날 아침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5주간의 인턴쉽이 끝나는 날 아침. 일어나면서 이렇게 복잡 미묘한 심정과 아쉬움이 남는 날은 또 없을 것 같다. “잘 해낼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몇번이나 자기 최면을 걸면서 억누르고 처음으로 회사 문을 열고 “요로시쿠오네가이시마스!” 외쳤던게 5주전이라니” 생각 하면서 일어나 4주째 먹고 있는 야마자키 토스트와 맛있는(오이시이) 우유를 아침으로 때우고 집을 나선 것이다!

 

도쿄 이타바시구 숙소 앞. 저기 보이는 로손은 비싸다는 이유로 한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6시 30분에 일어나서 7시 40분에 집을 나와서 8시 40분에 회사에 도착하는 생활도 5주째. 일본의 출근 전철의 풍경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이 신문을 읽거나 졸고 있고 연신 시계를 보면서 바삐 걸어가는 모습도 1년전의 한국에서 경험했던 출퇴근 시간의 모습과 겹쳐보이면서 답을 찾기 어려운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듯한, 그럴 때의 느낌이 드는 것이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전반적으로 자리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휴대폰 통화를 하는 사람을 거의 본적이 없다. 신문은 우리나라의 반 크기로 접어서 본다.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정도? 사실 이런 것들은 국민성의 차이라기보다는 오랜기간 전철을 타온 사람들이 서로 편의를 위해 발전시킨 문화적인 측면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타고가는 미타선은 도쿄의 남쪽과 북쪽을 관통하는 노선이다. 일반적으로 노선도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되는데, 숙소가 있는 곳은 이타바시혼쵸역. 야마노테선과 만나는 스가모 역에서 북쪽으로 4정거장 가량 떨어진 곳이다. 다행히 이 노선은 야마노테선처럼 콩나물시루같은 인구밀도를 보이지는 않는다. 또 오오테마치 역을 지나면 사람들이 대부분 내려서 쾌적하게 타고 올 수 있다. 살인적인 요금만 아니면, 사당-역삼노선보다야 훨씬 편한 출근길이다.

 회사가 영업소 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출장, 외근을 다니신다. 그래서 모두에게 작별인사는 아침에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침 조례시간에 “5주간의 인턴쉽도 오늘로 끝나게 됩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친절하게 대해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한국에 오시면 꼭 연락해주세요. 일본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진짜 매운 맛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라고 인사했다. 한국인의 언어유희는 통하지 않은 모양이다. 모두들 진심으로 박수를 쳐준다.

 점심식사는 사수인 야바시군이 매일 먹는 기시멘에 나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 냄새가 참. 뭐랄까. “정말 먹을 수 있어?”라는 느낌이었는데. 이왕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그동안 엄두를 안냈던것을 사먹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참치 샌드위치, 계란 샌드위치, 샐러드 샌드위치, 햄 샌드위치, 빅맥. 사이클을 돌던 점심 식사도 마지막을 기념하여..

 

산토리 우롱차. 야키소바롤. 기시멘… 맛있잖아!

 

 그 동안은 시간이 참 안가더니 이 날만은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시간은 6시에 다다라 나의 6학점이 보상으로 주어지는 시간을 모두 채우게 되고, 자, 마지막으로 인사다. 퇴근을 위해 가방을 챙기고 일어나려 하자 눈치를 챈 하마미치 상이 말을 걸어 온다. “오늘로 끝이군요?” 재미있는 분이었는데 아쉽다. 휴대폰에 있는 아들분 사진을 보여주면서 “귀엽지요?”라고 물어봤을떄 더 큰 리액션으로 긍정해주는건데.. 일본어가 서툴다보니; 급한대로 전 회사에서 쓰던 명함에 이메일만 수정해서 하나씩 드렸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 “정말 감사했습니다.” 정말 감사했다. 약간 울먹이기도 한 것 같다[기분탓인가]. 야바시상은 일본인의 친절이 뭔지 가르쳐주었다. 미야비상은 맥도널드 맥너겟을 사줬다. 타카하시 매니져, 농담이 능숙해서 틈날때마다 긴장을 풀어주었다. 하마미치상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세심한 배려를 해준다. 오카다상은 뭐든지 물어보라는 고마운 말을 처음해주었다. 아오키 사장님에게는 건강보조식품을 받았다. 아참, 마츠야 식사 무료 쿠폰도 얻었다. 하기와라상에게는 쉐이크를 얻어먹었다. 근데 왜 쉐이크를 시켰는데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나왔는지; 다카하시 디자이너와는 게임 이야기로 잡담. 시간 정말 잘 때웠다. 오니마루상은 왠지 한국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보였다. 한국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자랑하시던데. 아무튼 8층 건물의 사무실에서 모두들 다 같이 내려와 안보일때까지 배웅해 준 것. 정말 이 자리를 빌어서 혼또니- 아리가또 -ㅅ-

 

 아무튼 다소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매우 바쁜, 또 확실하지 않은 계획을 세워놨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기 위해서 바삐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짐 정리를 하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저녁을 때우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채 집을 떠나왔다. 제대로 청소를 못해서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욕먹을까봐 다소 걱정. 게다가 식객은 몰래 숨어들어 살았다. 뭐, 그래도 비싼 숙박비 5주나 내줬는데, 그 정도는 부탁해요!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가는 가장 싼 방법은 단연코 야간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밤 11시경에 도쿄, 혹은 오사카에서 출발하여 아침 7시경에 반대편의 도시에 도착하는 것이다. 약 8시간 정도 소요. JR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고, 그 밖의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는데 비수기 주말이 아니고 45인승 화장실이 없는 버스라면 3700엔짜리도 본 것 같다. 보통 4000엔대 초반이면 주말, 성수기, 45인승버스를 탈 수 있다. JR버스를 미리 전철역에 있는 “미도리의 뭐시기”에서 예약하는 것이 좋지만 나는 이미 모두 매진된 상태였기 때문에 라쿠텐 사이트에서 4600엔정도하는 사기업의 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나다니면서 예약하는 것 보다 카드 결제도 되고 편하기도 하니 귀차니스트들에게는 이 방법도 OK. 배낭여행객들에게도 이 방법은 인기인데 일단 하루 숙박을 버스에서 해결하니, 돈도 절약, 시간도 절약.

 

 보통 이러한 버스들은 도쿄디즈니랜드 근처에서 출발, 도쿄역에서 한번 태우고,  신주쿠에서 마지막으로 정차하고 오사카로 출발하는 노선이 일반적이다. 나는 신주쿠에서 타기로 예약. 11시까지 신주쿠역으로 잡혀있었고, 혼잡을 고려해 30분 전에 나오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아무튼 스가모에서 갈아타고 이케부쿠로, 신오쿠보를 거쳐 신주쿠에 도착. 어떻게 될지 몰라서 바삐 서둘러 걸었다. 하지만, 마지막 도쿄의 모습은 신중하게 발과 귀와 눈으로 느끼면서 말이다.

 

도쿄 도청사. 올라가보진 않았다. 너도 이제 안녕이구나. 바삐 걸으면서 찍어서 흔들렸다.

 

  승차하기로 한 장소에 가보니 사람들로 넘쳐나는 풍경이었다. 버스도 정차할 자리를 못 찾아서 빙빙 돌고 있었고, 사람들도 앉을 자리가 없어서 서있고, 늦게온 사람들은 빨리 예약확인을 하려고 아수라장이고. 왠일로 젊은이들만 이용할 것 같은 이런 버스를 나이가 꽤 드신 분들도 많이 이용하더라. 아무튼 길게 서있는 줄이 여러개인 관계로 통솔하는 스테프 같아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오사카행은 어딘가요?” “네? 어디요?” “오사카요” “어디요?” “오사카” “아~ 오사카! 아직 버스가 안왔어요. 오면 번호를 부를테니까 앉아있으세요” 내 발음이 이상한건지. 주위가 시끄러워서 못알아들은건지. 아무튼 바삐 짐을 매고 걸어와서 힘든 다리를 쉬면서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야간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돈을 좀 더 내면 저 뒤의 2층 버스도 탈 수 있다.

 

 

 결국 예정시간을 30분이나 넘긴 11시 30분이 되서야 스테프들이 “오사카방면 버스타실 분 모이세요!” 라고 외치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얼른 짐을 꾸려서 모이니, 근처에 버스를 댈 수 없어서 좀 멀리 주차해놨단다. 캐리어를 질질 끌고 길은 건너 따라가니, 뭐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보이는 45인승 버스. 눈물겨운 절약정신으로 젤 싸구려 버스를 예약했으니 불평할 수는 없다. 자. 짐을 버스기사에게 건네자. “어디까지 가시나요?” 오사카행도 중간에 몇군데 정차하기 때문에 일찍 내리는 사람 짐을 바깥쪽에 두어야 나중에 편하다. “도-부쯔엔..” “동물원 앞 역이군요?” 이 아저씨는 잘 알아듣는다. 버스를 타면 입구에 예약자 이름과 좌석배치도가 붙어있다. 내 이름을 찾았다.. “류 휘?” 한자 폰트가 없는 듯; 물음표로 표시되어있구나;

 

 사실 방금 전에는 스테프한테 예약자 명단을 확인받는 과정이 있는데, “예약 확인하려는데요” “어디 행 버스세요?” “오사카요” 하면서 영수증을 건내줬더니, 예약번호를 가지고 예약자 명단에서 찾아 이름을 읽어주려고 하는거다. “야나기…” 막 못읽고 있길래. “아, 한국 사람이라 읽는 방법이 달라요.” “아~” 그러더니 그 다음부터 영어로 말한다. 과잉친절이다. “일본어로 하세요. 듣는거는 할 수 있어요. – ㅅ-” 여행을 통틀어서 이런 비슷한 경우가 3번이다. 대한항공에서 한번. 환전소에서 한번. 그리고 이번.

 

우리나라 버스와 다르지 않다. 단 문이 왼쪽이라는 것만 뺴면 말이다.

 

 버스에 올라타자 이미 도쿄역, 디즈니랜드 등에서 타고 온 사람들로 거의 차 있었다. 우리자리 뒤쪽으로는 학교 동아리에서 단체로 오사카로 놀러가는 듯 했고. 우리 앞자리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커플이 앉아있었다. “좋구나~ 어린 나이에 둘이 여행도 가고~” 대부분 사람들은 잘 준비를 완벽하게 해온 듯. 음료수와 담요를 챙기고 자는 모습도 곳곳에 보였다. 버스를 우리가 타고도 한참이 지나서인 12시가 다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버스 운전은 기사 2명이 타서 교대로 하는데 대략 2시간마다 교체하고 쉴때는 뒤의 시트에 가서 수면을 취한다.

 

도쿄를 떠나기 직전. 신주쿠.  “안녕~ 언제 또 다시 볼지 모르겠구나.”

 

 버스는 복잡한 도심을 돌고돌아,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다. 5주간 살았던 도시를 떠나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아쉽다. 왠지 못가본 곳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요요기 공원도 못가봤고, 신오오쿠보도 못가봤다. 뭐, 일본은 지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가까운 곳이니 언젠가 또 좋은 기회가 있겠지. 일단 오사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 생각하자! “안녕 도쿄. 언제 꼭 다시 보자!”

 사실 버스는 거의 고속도로만을 달리게 되는데 따라서 수면을 취하기에는 매우 좋다. 커튼을 쳐서 밖의 빛을 차단하고 누우면 일정한 속도로 커브도 없이 달려주기 때문에 정말 잘 자는 사람이라면 8시간동안 내리 잘 수도 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들르는 휴게소 조차 한국인에게는 신기한 관광지가 된다. 무엇을 팔고 있는지.. 심지어 화장실은 어떻게 생겼는지. 푹 잘 수는 없고 잠깐 잠깐 눈을 붙이면서 최대한 잠들지 않도록 했다. (사실 불편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 중간에 휴게소에는 2번 들르는데. 거의 2시간 30분 간격이다. 회사의 하마미치 상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일본의 중앙고속도로에서 휴게소에 들른적은 있지만 차에서 내리진 않았기 떄문에 일본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사실 이번이 처음. 몇달전에 본 “오늘의 사건사고” 라는 영화에서 인상적인 고속도로 휴게소 씬이 있었기 때문에 생각하면서 둘러보니 재미있었다.

 

 아. 문득 하마미치 상이랑 중앙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했던 대화가 잠깐 생각난다.

“일본 음악 좋아하세요?”

“네, 가끔 들어요.”

“주로 무슨 가수를 듣는데요?”

“하마사키 아유미나 스피츠! 한국에서 스피츠 공연도 간적 있어요. 스피츠 아세요?”

“네. 알죠.”

이때 공교롭게 라디오에서 스피츠의 “마호-노 코토바” 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ㅎㅎ 서로 웃음.

“마츠토우야 유미라는 가수 아세요?”

“에.. 첨들어보는데요”

“유명한 가순데, 그 가수 히트곡 중에 ‘오른쪽에 경마장, 왼쪽에 맥주 공장’ 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아~ 네”

“그게 바로 여기죠.”

하면서 하마미치 상이 가르친 오른쪽에 경마장. 왼쪽에 맥주공장이 정말 있었다! 왠지 평범한 장소도 기념할 만한 곳으로 바꾸는 문화 컨텐츠의 힘이랄까. 하하.

 

 아무튼,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사이 버스는 거대한 도시. 오사카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미 이때는 완벽하게 날이 밝은 상황. 우리가 내릴 곳은 여기 정류장에서도 가장 마지막인 “동물원 앞” 이었다. 하나 둘 씩 잠에 빠져있던 사람들이 졸린 눈을 비비면서 내리기 시작했고, 이방인인 우리는 내릴 정류장을 놓치지 않기위해서 기사 아저씨의 맨트를 영어듣기평가하듯이 맹렬하게 듣고 있었다. 사람들이 거의 모두 내리고 5명 남짓 남은 상황에서 드디어 우리가 내릴 곳. 기사아저씨 수고하셨습니다! 매일 왕복하시려면 힘드시겠어요. 아무리 교대라지만!

 

 오사카에 내린 첫 소감은?

더워.

냄새나.

 

 

토요일의 아침 일찍은 조용하다. 덩그러니 버려진 우리. 식객과 나.

 

 

 살인적인 더위다. 도쿄에서 회사 사람들에게 오사카에 놀러간다고 하니. 몇가지를 조심하라고 일러주더라. 하나가 바로 더위. 그리고 두번째가 오사카 사람들. 일단 더위는 내리자마자 맛봤다. 과연 사람들도 무서울까? 앞으로 3일간 체험하겠지. 예약되어있는 숙소는 이 곳에서 한정거장 거리. 역시 캐리어를 이끌고 정처없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침의 더위도 만만치 않구나 생각하면서..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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