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받은 이야기 하나

아래 이야기한 노래방 밤샘 패거리들이랑 역시 또 밤새고 놀 때 이야기.

12시까지 술 마시고 놀다가 공원에서 술도 깰 겸 농구를 했다지요. 아마 봄이었을 텐데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여서 농구하기 딱 이고. 1시간을 우리끼리 하다가, 또 다른 일행이 시합하자고 해서 반코트 또 뛰고. 비록 실력은 더럽게 없어서 우리 팀이 지기는 했지만.

암튼 2시간 가까이 이러고 뛰니까 다들 지치고 목말라서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기로 했습니다. 이미 시간은 2시를 훨씬 넘겨 있었죠. 동전을 다들 꺼내보는데 얼마 없었구요. 지폐도 천 원짜리가 없었습니다. 한 녀석이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천 원짜리를 몇 개 꺼내는데 땀이 흥건. 자판기에는 젖은 지폐를 넣으면 그냥 먹어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죠. -_-

그러나 너무 목이 말라서 다들 그런건 생각도 안하고 무조건 넣어봤죠. 역시나 -_- 그냥 먹어버리더군요. 또 한 개를 넣어도 마찬가지. -_- 결국 2천원을 먹은 상태로 우리의 천 원짜리는 다 떨어지고. 다들 목이 말라서 죽으려는 차인데 화가 아주 단단히 난거죠.

물론 공원 한가운데니까 주위에 편의점 같은 것도 없었고. 자판기를 때리고 차고 어떻게 해도 안되니까 그 돈 주인녀석이 전화를 걸더군요. 자판기에 보통 연락처를 남겨 놓잖아요. 휴대폰 전화번호 였는데. 다들 왜 전화는 거냐고 하니까. 그 녀석이 먹은 돈은 받아야지. 라고;;

새벽 2시가 훨씬 넘어서 3시 가까운 시간에 우리들은 아무도 전화를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죠. 그냥 그 녀석이 너무 화가 나 있으니까 말리기도 그렇고. 은근히 우리도 열 받아 있던 차라 기대 없이 그냥 내버려 두었는데. 그 녀석이 전화를 하고 나더니, ‘지금 온 덴다 -_- ‘ 라고 말하는 겁니다.

다들 놀랐죠. 이 시간에 전화를 받는 것도 그렇고 또 직접 온다고 하니까요. 직접 온다면 별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날것도 같았고 말이죠. 한 20분쯤 앉아서 쉬면서 기다렸을까. 저 쪽에서 어떤 목발을 짚고 있는. 아저씨 한 분이 서둘러 달려오시는 게 보였죠.

설마 자판기 주인일까? 해서 보고 있는데. 그분이 저희한테 오시더니..

"너희가 이 자판기 때문에 전화했니?"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래서 예. 우리들인데요. 라고 대답했더니. 그 아저씨는 저희한테 사과부터 하시는 거에요. 늦어서 미안하다. 목도 마를 텐데. 하시면서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음료수를 뽑아 주시 더군요. 그리고는 열쇠로 자판기를 여시더니 그 속에 걸려있던 지폐를 빼내기 시작하셨죠. 우리가 넣었던 천 원짜리 지폐 2장을 다 빼시더니 다시 돌려주시면서.

"지폐가 젖었구나. 젖은 지폐를 넣으면 가끔 기계가 이런단다."

라고 하시면서 자판기 앞에 매직으로 써있는 글귀를 가리키셨죠. 물론 그곳에는 "젖은 지폐를 사용하지 마십시오" 라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다음부터는 꼭 마른 지폐만 넣어서 사용해라 라고 말씀하시는 것도 잊지 않으시고요.

그리고는 다시 목발을 짚으시고는 걸어서 돌아가시는데 한쪽 다리가 없으시더군요. 살면서 다른 사람의 친절에 감동받는 일은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진짜 그때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사해서.. 친구 녀석들 모두…  멍하니 서서 지켜만 보다가 멀리 가셨을 때야 비로소 감사합니다. 라고 다들 소리쳤죠

그 아저씨는 잠깐 돌아보시더니 다시 목발을 짚고 걸어 가시더군요. 멀리 있어서 잘 안보였지만 돌아보셨을 때 분명히 미소를 지으셨다고 생각하고 있죠. 그리고 우리들은 새벽이 올 때까지 친절과 감동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는 ^^  또 다음부터는 이 공원 이 자판기만 이용하자고 약속도 하고-_-;;

아무튼 문득 생각난 이야기 였습니다. 살면서 친절에 감동받은 몇 가지 안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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